형만한 아우 찾기 힘드네
‘베테랑 2’는 2015년 개봉한 ‘베테랑’의 후속작이다. 류승완 감독이 다시 연출을 맡았다. 1편에서는 단독각본을 썼지만 2편에서는 공동각본을 집필했다. 전편이 선풍적인 인기를 끌며 천만 관객을 동원한 영화이니만큼, 속편에 대한 기대감이 컸다. 황정민은 다시 서도철 형사로 돌아왔고, 오달수를 비롯한 형사진도 그대로다. 새로운 캐릭터이자 악당으로 정해인이 합류했다. 전작이 시대의 트렌드와 이슈를 반영하여 부패 권력과의 전형적인 대결 구도를 통해 사이다 결말과 정의 실현을 그렸다면, 이번 작품은 결을 달리해서 복잡한 윤리적 딜레마를 탐구하고자 한다. 개인적인 느낌은 ‘노력은 했지만 모든 면에서 1편을 능가하지는 못한다’이다.
장르 : 범죄, 액션
상영시간 : 118분
개봉 : 2024.09.13.
감독 : 류승완
주연 : 황정민
등급 : 15세이상
누적관객 : 4,453,525명(09.18 기준)
새로운 연쇄살인범 ‘해치’의 등장
서도철 형사(황정민)와 강력범죄수사팀은 새롭게 나타난 연쇄살인범을 추적한다. ‘해치’라는 별명을 가진 연쇄살인범은 법망을 교묘히 피하거나 죄에 비해 낮은 형량을 받은 악인들을 자신의 방식대로 처단한다. 해치는 피해자들이 저지른 범죄 행위와 같은 방식을 동원해서 살인을 자행하는 게 특징이다.
해치를 조사하는 과정에서 전직 특수부대 소속이었던 마약 중독자 민강훈이 나타나며 한 차례 난동을 피우고 잡히지만 가짜라고 판명된다. 서도철과 수사팀이 혼란을 겪고 있는 사이 팀에 새로 합류한 막내 형사 박선우(정해인)는 범죄자들을 잡을 때마다 도를 넘는 폭행으로 징계위험에 처한다.
해치는 일종의 자경단원으로 활약하며 억울한 피해를 당하고 사법부의 문제 판결에 진력이 난 국민들의 열렬한 지지를 받는다. 마침내 드러난 해치의 정체는 그 누구도 짐작을 못했던 충격적인 것이었으니...
사적 제재의 윤리적 딜레마
해치는 법망을 피해가는 악인들을 처단하면서 스스로의 정의를 내세운다. 그가 처단하는 인물들은 범죄를 저지르고 무고한 이들을 죽이거나 피해를 입혔다는 공통점이 있다. 사회적으로, 제도적으로 이들을 징벌하는 게 마땅하지만 현실적으로는 대안이 없는 상황에서 과연 이들을 처리하는 해치의 행동은 용인받을 수 있는가. 아무리 악당이고 죄가 미워도 정의의 이름으로 행하는 그의 살인 행위가 정당화될 수 있는지에 대한 질문은 중요한 윤리적 딜레마로 자리한다.
정의의 본질에 대한 질문
서도철과 박선우는 똑같이 정의를 추구한다. 하지만 그들이 생각하는 정의의 개념은 다르다. 박선우는 ‘나쁜 사람’을 제거하는 것이 정의라고 생각하지만, 서도철은 살인은 무조건 정의와 거리가 멀다고 생각한다. 감독은 두 사람을 내세워 ‘좋은 살인과 나쁜 살인이 있는가’라는 질문을 던지며, 정의의 본질을 탐구한다. 이런 이유로 ‘베테랑’에서는 악당 조태오를 통쾌하게 처단했지만 이번 작품에서는 응징의 이면에 숨겨진 문제점을 지적하며, 무조건적인 응징이 바람직한 것인지에 대한 질문을 던진다.
사회적 책임과 시스템의 역할
영화는 해치를 통해 악을 단죄해야 할 법이 제 기능을 다하지 못할 때 분노한 개인이 스스로 정의를 실현하려는 경향을 지적한다. 이런 개인적 응징은 당연한 것처럼 보이고 사회적 지지를 얻을 수 있지만 궁극적으로는 사회적 책임을 희석시키고, 공동체의 중요성을 약화시킬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한다. 또한 악을 단죄해야 하는 조직의 책임 있는 행동이 얼마나 중요한지 보여주며 빗나간 사회 시스템에 대한 비판을 담고 있다.
노력은 했으나 잘 보이지 않는
류승완 감독은 천만 관객의 신화를 썼던 오리지널 베테랑의 후속 작품을 연출하는 데 많은 부담을 가졌던 모양이다. <베테랑 2>의 방향이 전작과 완전히 다른 것을 보고 추측한 결론이다. 그의 시도와 노력은 절반의 성공이라 볼 수밖에 없다. 왜냐하면 이 영화는 가족들이 모두 부담없이 즐기고 가는 오락영화이기 때문이다. 너무 많은 것을 담으려다가 오히려 정작 담아야 할 중요한 요소들을 놓친 모양새다. 박선우라는 자경단원의 연쇄살인 동기는 희미하고 모호하며, 액션은 오버한 느낌이 있다. 서도철의 집안 문제, 경찰 조직의 해묵은 갈등, 어설픈 코믹 요소의 삽입 등은 이 영화의 본질이 무엇인가를 되돌아보게 한다. 아마도 관객 중 어느 누구도 이 영화를 보며 복잡한 사회적 메시지와 윤리적 딜레마를 찾고자 하지는 않았을 테니 말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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