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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 경영

심지어 개도 ‘나답게 사는 방법’을 찾는데... <콜 오브 와일드>

by 마인드 오프너 2020. 10.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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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르 : 모험, 드라마, 가족
상영시간 : 100분
개봉 : 2020.05.14.
감독 : 크리스 샌더스
주연 : 해리슨 포드
등급 : 12세 관람가

존과 벅이 알래스카 유콘으로 가는 여정은 새로운 그들의 자기주도적인 삶을 향한 여정이나 마찬가지다. 

 

타의에 의한 자아 찾기에 나선 개

 

식구들에게 사랑받지만 눈뜨고 나면 집안을 난장판으로 만드는 개가 있다. 부유한 거주 환경, 동물을 사랑하는 주인, 풍부한 먹거리 등 개 팔자가 상팔자다. 하고 싶은 대로 행동해도 어느 누구 하나 개를 비난하거나 다그치는 사람이 없다. 이를테면 금수저를 물고 태어난 개인 셈이다. 그런데 갑자기 야밤에 누군가에 의해 납치되면서 행복 끝, 불행 시작이다. 원래 식탐이 심했는데 그놈의 고기 욕심 때문에 피할 수도 있었던 유괴의 덫을 벗어나지 못했다. 영화의 주인공인 개, 벅은 졸지에 불운의 아이콘이 된다. 간신히 우리에서는 도망쳤으나 올라와보니 웬걸? 사방이 얼음물인 배의 갑판이다. 가만히 앉아만 있어도 먹을 것이 입안으로 들어오던 과거는 사라지고 노동을 해야 먹을 것을 얻는 생존경쟁의 처절한 현실에 들어선 게 실감나는 장면이다. 그나마 벅은 운이 좋았다. 유괴 후 첫 번째 주인이 개를 사랑하고 개와 함께 생활하는 사람이었던 것이다. 벅을 구입한 페로는 개썰매로 알래스카 전역을 돌며 우편배달부다. 페로는 벅을 개썰매팀에 합류시킨다. 벅은 고단한 시행착오 끝에 썰매개 팀의 일원이 되고, 페로의 파트너 프랑수아를 빙판에서 꺼내준 다음에는 팀의 리더로 올라선다. 개를 주인공으로 내세우고 있지만 ‘자아 실현’의 필요성을 강력하게 주장하는 자기계발서나 다름없다.

 

이렇게 스틸 컷으로 보니 CG인 벅과 페로의 시선이 서로 맞지 않는 것처럼 보인다. 

 


달콤쌉싸름한(Bittersweet) 인생

 

김지운 감독이 2005년에 연출한 <달콤한 인생>이라는 영화가 있다. 조직에서 해결사 생활을 하는 선우(이병헌)의 기구한 인생역정을 통해 우리들의 인생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만드는 명작이다. 제목에서 감독의 아우라가 팍 느껴지지 않는가. 한글 제목은 ‘달콤한’이지만 영어 제목은 ‘Bittersweet’이다. 홍보팀의 의도는 알겠으나 감독의 의도와 영화 주제를 사정없이 잘라먹은 제목 되시겠다.

인생은 우리 맘대로 되지 않는다. 아무리 노력해도 그에 걸맞는 성과를 거두지 못하는 사람이 있는 반면, 별로 노력을 하지 않았는데도 분에 넘치는 생활을 하는 사람이 있다. 억울하지만 우리가 할 수 있는 게 없다. 그래서 인생은 달콤쌉싸름한 거다.

벅의 경우도 비슷하다. 우편국이 우편 서비스를 종료하면서 벅과 페로의 동행은 막을 내린다. 벅은 새 주인을 맞는다. 이번 주인은 인간쓰레기에 가깝다. 그는 알래스카의 금광을 좇는 할이다. 성격이 급하다. 제 분노를 억제할 줄 모른다. 척을 지면 살인도 불사하는 싸이코패스에 가깝다. 벅과 할의 동행은 비참한 이별로 끝난다. 할에게 버려진 벅은 존 손튼(해리슨 포드)의 보살핌을 갖고 가까스로 살아난다. 캘리포니아에서 알래스카로 오면서 천국에서 지옥을 오간 셈이다.

 

벅은 당당하게 대장개를 내쫓고 스스로 리더의 자리에 오른다. 


나다운 삶을 살기 위해 도전하는 용기

 

존은 벅과 함께 유콘으로 떠난다. 벅은 그곳에서 늑대 무리를 만나고 난 후 비로소 삶의 목표를 알게 된다. 이것은 벅에게 큰 의미를 갖는 변화이다. 지금까지 벅은 누군가의 지시와 명령에 의해 목표를 정하고 움직여 왔다. 하지만 생전 처음으로 앞으로의 인생을 함께할 배우자와 친구를 선택하고 그 무리를 이끌고 사는 리더의 삶을 선택한 것이다. 인간으로 치면 샐러리맨의 삶을 접고 독립을 선언한 것이나 다름없다. 결코 쉬운 길은 아니지만 스스로 선택했기에 돌아보지 않고 나아가야 할 삶이다.

벅을 보면 우리가 평범한 삶의 덫에서 벗어나기 위해 거쳐가야 할 것들이 보인다. 벅이 캘리포니아 부자집에 머물렀다면 평생 골칫덩이로 손가락질 받는 인생을 살았을 것이다. 어쩌면 벅의 장난이 지긋지긋해진 주인이 그를 버렸을지도 모를 일이다. 유괴로 인해 벅은 하루아침에 살벌한 생존경쟁의 현장에 입장한다. 매순간 선택이 요구되고, 잘못된 선택은 생명을 대가로 요구할 수도 있다. 벅은 인간들의 폭력과 학대, 동료 개들과의 경쟁, 생명을 위협하는 자연 재난을 때로는 좋은 사람들의 도움으로, 때로는 자신의 힘으로, 때로는 행운의 여신의 도움으로 극복하면서 경험치를 쌓아간다. 그 결과 위대한 일족의 리더가 된다. 열악한 상황에서도 어떻게 마음먹고 행동하느냐, 어떤 사람을 만나느냐에 따라 도착지가 달라지는 것이다.

 

벅은 존과 유콘에 와서야 비로소 자기가 살아야할 목표를 확인하게 된다


 

자아실현의 이유를 명료하게 설명하는 영화

 

이 영화는 원작소설이 있다. 1903년에 잭 런던이 발표한 <야성의 부름(The Call of The Wild)>이 오리지널 소설이다. 잭 런던은 소설을 통해 ‘인간 문명은 황량한 알래스카의 대자연 속에서 아무 가치가 없다. 오직 생존을 위한 투쟁 본능만이 의미 있는 것’이라고 이야기한다. 캘리포니아에서 살 당시의 벅은 수동적이고 인간의 의지에 기대 사는 개에 지나지 않았다. 하지만 알래스카로 간 뒤에는 살아남기 위해 점차 본능을 최대한 활용하는 법을 배운다. 그 변화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무대를 알래스카에서 우리가 살고 있는 사회로 치환해보면 이 영화는 단순한 동물 영화가 아니다. 나답게 사는 게 어떤 것인지 심사숙고하고 그 목표를 실현하기 위해 무엇을 해야하는지 보여주는 훌륭한 자기계발 영화인 것이다. 더불어 알래스카의 대자연이 보여주는 광활한 아름다움은 부가적인 시각적 쾌감을 안겨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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