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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성 문화

소소한 말장난과 대사의 잔재미는 있지만 기대 만큼의 웃음 유발은 힘겨웠던 코미디 영화, ‘장르만 로맨스’

by 마인드 오프너 2023. 5.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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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르 : 드라마, 코미디

개봉 : 2021.11.17

상영시간 : 113분

감독 : 조인지

주연 : 류성룡

등급 : 15세 관람가

네이버 평점 : 7.12

 


 

무슨 말을 하고 싶었던 걸까

 

감독이 영화를 통해 어떤 주제나 메시지를 전달하고자 했는지 애매하다. 짐작해보자면 ‘사람들 간의 관계’에 대한 영화라는 건데 그게 뭐 어떻다는 건가. 영화에서는 총 4쌍 커플의 관계를 조명하면서 그들 사이에 벌어지는 에피소드를 늘어놓는데 기승전결이 있는 스토리 전개라기보다는 나열식에서 멈춘다. 게다가 그중 한 커플은 이성애 성향의 스승과 게이 성향의 제자 사이를 그리느라 코미디의 일관성을 벗어나 진지 모드 작렬이다. 생각하기에 따라서는 가벼운 코미디 그 이상의 메시지를 담았다고 생각할 수 있으나 개인적으로는 이도 저도 아닌 영화에서 그쳤다는 느낌이다.

김현을 중심으로 한 다양한 관계 속에서 일어나는 갈등에서 웃음을 찾으려 한 것 같으나 의도는 절반 이하로 실현되었을 뿐이다.


쿨내 진동 이혼커플

 

천재 작가 ‘김현’은 바람을 피운 게 들켜서 아내인 ‘미애’와 이혼하고 재혼한 상태다. 양육비를 부담하느라 녹록치 않은 생활을 하고 있는 김현은 7년째 신작을 발표하지 못한 채 벼랑 끝에 몰려 있다. 이혼했지만 갑작스러운 춘정에 못이겨 미애와 선을 넘는 바람에 친구, 아들, 현재 처와 관계가 꼬이게 된다.

남편이 바람피워서 이혼했는데 이렇게 살 수 있을까?


일촉즉발 비밀커플

 

김현의 절친이자 출판사 대표인 ‘순모’와 미애는 비밀 연애를 하고 있다. 보험회사를 다니는 미애는 김현에게 출장을 간다는 핑계를 대고 순모와 만나 강원도로 여행을 간다. 순조롭게 진행될 것 같았던 이들의 연애는 돌아오는 길에 추돌사고를 당하면서 갑작스럽게 꼬이게 된다. 이들의 꼬인 관계는 김현의 아들 성경으로 인해 더욱 엉망이 된다.

친구 아내와 불륜을 저지르는 것도 아닌데 굳이 비밀 연애를 고집할 필요가 있을까 싶다.


주객전도 스승제자

 

천재 작가 지망생 ‘유진’은 교수이자 작가인 ‘현’을 존경하면서도 사랑한다. 그 사랑을 주체하지 못해서 현재 관계를 맺고 있는 남진의 질투를 감수하고 현에게 들이댈 정도다. 하지만 이성애자인 현은 철저하게 유진의 구애를 거절한다. 서로 섞일 수 없는 기름과 물과 같았던 두 사람의 사이가 호전되는 계기는 유진이 쓴 습작이 현과 순모에게 충격을 주면서부터이다. 극의 흐름에 긴장감을 주긴 하지만 퀴어적인 감성을 굳이 써야 했는지는 의문이다.

코미디 영화에 퀴어를 넣어서 얻은 결과는?


알쏭달쏭 이웃사촌

 

이웃에 살지만 종잡을 수 없는 성격의 유부녀 ‘정원’과 현과 미애의 아들이자 고교생인 ‘성경’은 제 3자가 보기에 예측 불가의 만남을 유지한다. 정원은 불장난으로 여겼지만 성경은 첫사랑으로 오해할만한 관계가 지속되면서 결국 정원의 남편이 두 사람 사이를 알게 되고 폭행사건으로 번지게 된다.

영화 전후를 통해 오락가락하는 캐릭터로 등장한 정원(이유영)


로맨스 같지만 로맨스가 아닌 관계들

 

4쌍의 관계를 피상적으로 보면 충분히 로맨스처럼 오해할만한 부분들이 있다. 하지만 그들의 속내를 들춰보면 일반적인 로맨스라고 하기엔 어렵다. 그래서 이 영화의 제목이 <장르만 로맨스>가 된 것이 아닐까. 평범한 관계들로는 웃음을 유발하기 어렵고, 영화라는 콘텐츠를 채우기도 힘드니 말이다. 하지만 서두에서 짚은 것처럼 이들의 관계가 명확한 도착지를 향한 일정한 흐름을 보여주지 못하고 나열식에 그치다 보니 장편 영화가 아닌 시트콤처럼 다가온다는 느낌을 받기 쉽다.

갈등을 유발하는 관계 설정은 했지만 그 다음 단계로 진입했다는 느낌은 약하다.


연기의 일관성을 힘겹게 하는 설정

 

웃음을 유발하고자 어긋난 관계를 연출했다면 그 관계의 설정에 대해 관객이 동의를 해야 한다. 그런데 한국 정서에서 이들의 관계 설정은 억지춘향 격이라는 느낌이다. 바람을 피운 남편과 막역하게 지내는 전처나 처음 본 교수에게 사랑을 느끼는 유진이나 아리송한 관계를 유지하는 성경과 정원의 사이 역시 고개를 갸웃거리게 한다. 특히 유진이나 정원의 경우에는 후반으로 갈수록 태도의 일관성마저 희미해지는 바람에 극의 몰입을 떨어뜨린다. 이런 관계 설정은 할리우드 영화였다면 별다른 거부 반응 없이 받아들일 수 있었을 것이다.

그다지 알지도 못하는 교수를 맹목적으로 사랑한다는 유진의 태도도 이상하긴 마찬가지다.


배우들의 대화와 말맛으로 승부하는 코미디

 

그나마 방황할 수 있는 이 영화를 코미디다운 느낌을 낼 수 있도록 한 건 베테랑 배우들의 연기 덕분이다. 천의 얼굴이라 할 수 있는 류승룡은 <극한직업>에서 보인 바 있는, 심각함과 코믹함을 오가는 김현이라는 캐릭터를 흥미롭게 풀어낸다. 김현 아내인 미애 역의 오나라나 순모 역의 김희원 역시 대사를 통해 소소한 재미를 불어넣는 데 기여한다. 이들마저 없었다면 이 영화는 정말 정말 지루했을 것이다.

류승룡은 <극한직업> 이후 코미디 영화에 눈을 뜬 느낌이다.


역시 코미디는 어렵다

 

눈물을 흘러내리게 하는 영화도 어렵지만 억지스럽지 않게 감동을 주는 영화는 더 어렵다. 이들보다 더 어려운 건 과장되지도 않고, 이야기 흐름에 거슬르지도 않게 관객들의 웃음을 자아낼 수 있는 영화다. 다양한 커플들의 관계를 조명하면서 웃음을 자아내고자 한 감독의 의도는 어렴풋이 알 수 있지만 결과적으로는 관계 조명, 정확히 말하면 관계의 나열에 그치고 자연스러운 웃음 유발에는 도달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최근에 이 정도의 성과를 보인 작품을 들라면 <극한직업>과 <카운트> 정도일까. 그만큼 코미디는 어렵다는 사실을 다시 한 번 일깨워준 게 이 작품의 의미라면 의미일 것이다.

쓸데없이 꼬여서 극의 흐름을 끊는 또 하나의 관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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