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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성 문화

파라마운트 + 드라마. 제 2의 ‘24시간’인 줄 알았는데 떡밥만 계속 흘리네? ‘잭 바우어’ 키퍼 서덜랜드의 미스터리 액션 드라마, <래빗 홀>

by 마인드 오프너 2023. 4. 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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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의 잭 바우어도 세월을 이길 수는 없다. 많이 늙었다.

제작 : 파라마운트 +

시리즈 : 8부작 진행 중

방영 : 2023.03.27.

주연 : 키퍼 서덜랜드

등급 : 15세 이상 관람가

 


미드의 전설을 아시나요?

 

2001년 미국 FOX는 미드 역사에 한 획을 긋는 드라마를 방영한다. 키퍼 서덜랜드가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24’였다.(국내에 소개된 제목은 '24시'다.) 대테러조직 CTU(Counter Terrorist Unit) 요원 잭 바우어가 미국 내에서 일어나는 테러를 막기 위해 활약하는 내용을 그렸다.

 

이 드라마의 독보적인 차별성은 에피소드 구성 방식에 있다. 한 시즌을 24개 에피소드로 구성하면서 50분짜리 에피소드 한 편의 내용을 드라마 속 한 시간이라고 못박은 것이다. 한 시즌은 극중의 하루(24시간) 동안 일어난 사건이 된다. 시청 시간과 에피소드 진행 시간이 동일하다는 설정은 그 이전에도, 그 이후에도 없었다. 덕분에 드라마가 주는 긴장감과 몰입감은 다른 경쟁작들이 넘볼 수 없을 지경이었다.

주름살 하나 없는 잭 바우어 시절.


잭 바우어 형님이 돌아왔다!

 

테러를 막고자 동분서주하는 주인공 잭 바우어 역을 훌륭하게 수행한 키퍼 서덜랜드를 빼놓고는 24를 말할 수 없다. 배우 도널드 서덜랜드의 아들이자 성우인 키퍼 서덜랜드는 이 드라마 이전에는 영화에서 그다지 재미를 보지 못하고 있었다. 그의 존재감을 미국은 물론 전 세계에 확고하게 드러낸 출세작이 바로 24였다. 그는 24에서 잭 바우어로 열연하면서 에미상, 골든글로브에서 각 1회, 미국 배우 조합상 2회 등을 수상하며 전성기를 열었다.

 

24는 키퍼 서덜랜드의 경력에도 큰 영향을 미쳤다. 그의 후속작이 <터치>, <지정생존자>임을 감안하면 잭 바우어의 이미지가 섭외에 큰 영향을 미쳤다고 짐작할 수 있다. 마지막 출연작인 <지정생존자>의 시즌 4 제작이 우여곡절 끝에 취소된 이후 4년만에 그가 다시 돌아왔다. 이번에도 역시 미스터리 스릴러 액션물이다.

시작은 좋았으나 기대에 미치지 못하고 제작이 중지된 후속작 <지정생존자>
존 위어와 친구 밸런스의 밀회 장면을 엿보고 있는 빅 브라더 ; 아마도 크라울리인 듯.


빅 데이터 이용을 둘러싼 음모와 배신

 

존 위어는 데이터의 분석과 가공을 통해 기업의 문제를 해결해주는 컨설턴트다. 그의 일은 선악이 불분명한 경계에 있다. 어느날 그의 동업자였던 밸런스로부터 지저분한 일을 해결해달라는 의뢰가 들어온다. 존은 유능한 팀원들과 함께 과제를 해결하지만 어찌된 영문인지 자살한 밸런스의 살해 용의자로 지목되어 수배된다. 존은 우연히 알게 된 헤일리와 함께 죽은 줄 알았던 아버지 벤을 만나서 자신을 수렁에 빠뜨린 음모의 배후를 찾아내기 위해 동분서주한다. 각 에피소드별로 이미 벌어진 사건의 이면을 재조명함으로써 의외성과 기대감을 더욱 높여간다. 다시 한 번 24의 잭 바우어를 만나는 느낌이다.

밸런스의 의뢰를 해결하는 데 성공하지만 결과는 밸런스의 자살과 본인의 살인수배, 회사의 폭발이다. 


역시나 특이한 구성

 

<래빗홀>이라는 제목에서 연상할 수 있듯이 존 위어(키퍼 서덜랜드)는 자신을 둘러싸고 벌어지는 미스터리한 사건의 배후인물과 원인을 추적해서 밝혀내야 한다. ‘래빗홀’은 말 그대로 토끼굴인데 토끼굴은 땅 밑에 있고 미로 같이 복잡하다. 존 위어가 해결해야 하는 미궁을 은유적으로 비유한 단어로 보인다.

 

이 드라마 역시 구성 방식이 특이하다. 시간 순으로 순차적으로 풀어가지만 미스터리에 대한 시청자들의 궁금증을 해결하기 위해서 존 위어의 과거 회상 장면을 이용하거나 이미 벌어진 사건에 대한 부연 설명을 해주는 플래시백 장면을 사용한다. 현재 5회차까지 방영된 시리즈는 8부작 완결 예정인데 아직까지는 이러한 구성의 효력이 완전히 죽지는 않았다. 다만 지속적으로 같은 방식을 사용하는 통에 슬슬 물리는 참이기는 하다.

존 위어의 당면 상황에 대한 수수께끼를 사건 당시의 다른 인물들에 대한 회상과 이런 시절의 과거로 설명해준다.


처음의 기대감이 불안감으로

 

시리즈 1의 에피소드 5편을 보면서 든 생각은 이 드라마가 ‘용두사미’로 끝나지 않을까 하는 걱정이다. 각 에피소드마다 떡밥만 남발하고 있기 때문이다. 떡밥을 뿌려도 기존에 뿌려놓은 것들은 수거하면서 가야 시청자들의 호기심을 충족할 수 있는데 현재는 이미 떡밥이 포화상태인데도 수거할 생각을 하지 않는다는 데 있다.

 

빌런인 크라울리의 정체는 오리무중이다. 4화에서는 뜬금없이 존의 아버지 벤이 크라울리로 등장했으나 벤이 크라울리의 부하를 속이려고 분장한 것으로 판명된다. 반전이라고 하기에는 수가 앝아 보인다.

 

아버지 벤의 역할도 애매하다. 아들에게 문제를 같이 해결하자고 하지만 말만 길 뿐 CIA 베테랑이라고는 믿기지 않을 정도의 허술하고 굼뜬 모습만 보여준다. 그가 왜 죽음을 가장했는지조차 아직까지 원인을 밝히지 않고 있다.

 

존의 원나잇 스탠드 상대인 헤일리의 정체 역시 모호하다. 2600만 달러에 달하는 코인을 입수한 경위도 알려지지 않았다. 그녀의 주장은 전 직장에서 빼돌린 것이라고 하는데 뭔가 설득력 이 부족하다.

 

존과 제휴해서 크라울리의 정체를 밝히려던 죽마고우 밸런스가 갑자기 왜 배신했는지, 왜 자살했는지도 의문이다. 남은 3부작 동안 이 모든 미스터리를 설득력 있는 방법으로 해결해야 하는데 어떻게 수습할지 기대 반 의심 반이다.

악당인 크라울리의 능력은 각국의 테러조차 가능하게 할 정도다.


잘만 수습한다면 역대급이 될 듯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드라마에 기대를 걸 수밖에 없는 이유는 소재가 무척이나 신선하다는 점이다. 최근 IT기술의 비약적인 발전으로 빅 데이터를 이용한 대중의 심리 조종 가능성과 기업의 광고 홍보, 정치판의 선거전 활용에 대해서 설득력 있는 가설을 보여준다. 빅 데이터가 가진 부정적인 측면을 효과적으로 이용하면 어떤 문제가 발생하는지 노골적으로 조명한다는 점에서 신선하게 다가온다.

 

가짜 뉴스의 경우 소스가 불분명하고 의도적인 왜곡이 있기에 조만간 진위 여부가 밝혀지는 데 비해 존 위어처럼 특정 목표를 위해 실제 데이터를 입맛에 맞게 가공한다면 설득 대상들은 쉽게 넘어갈 가능성이 높다. 심리학이나 광고, 홍보, 빅데이터 분야 등에 흥미 있는 시청자들이라면 무척 흥미롭게 볼 수 있을 것이라 확신한다.

존 위어와 원나잇 상대로 만난 헤일리. 그녀의 정체는 무엇일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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