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르 : 액션/범죄/스릴러
국가 : 미국
상영시간 : 120분
감독 : 안톤 후쿠아
주연 : 덴젤 워싱턴
등급 : 15세 이상 관람가
평점 : 7.4
정체를 숨기고 선한 일을 하는 자경단
2014년에 개봉한 <더 이퀄라이저>는 특수 부대 출신의 주인공 맥콜이 보스턴에서 평범한 소시민으로 살면서 주변 지인들의 억울한 일을 몰래 해결해주거나, 악당들을 혼내준다는 이야기로 흥행에 성공했다. 이같은 설정은 보기 드물지 않지만, 덴젤 워싱턴의 무심하면서도 지적인 연기와 매력적인 악당 레드 마피아와의 대결을 속도감 있는 액션 씬으로 보여주는 전략을 통해 관객들의 좋은 반응을 얻을 수 있었다. 속편이 나오는 건 당연한 수순이었다.
4년만에 돌아온 속편
1편이 개봉한 지 4년만에 안톤 후쿠아 감독은 속편을 가지고 돌아왔다. 여러 가지 변화가 눈에 띈다. 홈마트에서 일하던 맥콜은 우버 택시기사가 되어 밥벌이를 하며 여전히 주변 사람들에게 도움을 주고, 어려운 이웃을 돕는다. 평화로운 소시민으로 가장하고 자경단으로 일하던 맥콜의 일상은 가장 친한 수잔의 죽음으로 돌변한다. 브뤼셀에서 수잔을 살해한 의문의 범인은 과연 누구일까. 맥콜은 액션 일변도의 모습에서 명탐정 모드로 변신해서 범인을 찾기 시작한다.
차별화를 꾀한 감독의 선택
1편의 흥행이 적지 않게 부담이 되었을까. 2편의 특징과 구성은 1편과 사뭇 다르다. 맥콜이 상대해야 할 적도 달라졌다. 전형적인 범죄자이거나 악당이 아니라 마약을 즐기는 양아치들이거나 애송이 폭력단, 정체성을 헷갈려 하는 아군이다. 통쾌한 액션 일변도였던 이야기는 액션의 비중을 많이 줄이고 수잔을 죽인 살인범을 찾는 미스터리 스릴러로서의 성격이 크게 늘었다. 그러다 보니 악당들의 양과 질 모두 하락을 피하지 못했다. 액션의 쾌감을 주는 카타르시스는 기대할 게 별로 없다. 1편을 생각하고 2편을 선택했다면 실망할 가능성이 크다.
달라진 이야기 전개 방식
안톤 후쿠아 감독은 이야기를 직설적으로 전달하지 않고 사물을 통해 비유한다. 맥콜의 집에 있는 빈 의자 2개, 집 앞에 있는 이웃집 여인의 꽃밭, 벽에 그려진 그림 등은 모두 맥콜의 인생과 관련이 있다. 빈 의자는 상실감과 공허감으로 가득한 맥콜의 인생을 뜻한다. 아무리 채우려 해도 망가진 꽃밭처럼 맥콜의 마음은 좀처럼 정리되지 않는다. 이웃의 흑인 갱들이 그려놓은 낙서는 여러 가지 이유로 엉망이 된 맥콜 자신이다. 인근에 사는 흑인 청년 마일스는 맥콜의 젊은 시절이다. 맥콜은 흑인 갱들과 어울리며 신체를 망칠 것 같은 마일스를 타이르고 갱생하고자 한다. 마침내 모든 갈등이 해결된 후 벽의 낙서는 밭일을 하는 건실한 사람들의 그림으로 대체된다. 비어 있던 두 개의 의자에는 맥콜과 마일스가 앉아 채운다. 두 사람의 삶에 큰 변화가 생긴 것을 의미한다.
선에서 악의 길로 잘못 접어든 동료들
맥콜은 사건 장소를 조사하던 중에 현장에 피살자 이외의 누군가 있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실낱같은 단서를 찾아 헤맨 끝에 맥콜이 이르른 종착역은 차마 믿기 어려운 진실을 공개한다. 수잔은 누군가의 청부를 받은 아군에 의해 살해당했던 것이다. 수잔을 살해한 범인은 이제 선악을 판단하긴 어려우며 그저 대가를 받고 살인을 저지를 뿐이라고 응답한다. 살인에 무감각해진 채 가치관이 아니라 먹고 살기 위해 살인을 저지르는 청부살인업자가 되었는데도 자신들의 달라진 위상을 깨닫지 못하고 맥콜의 처벌을 받는다.
마지막을 위해 비축한 결말, 그러나 아쉬워
맥콜은 적이 된 동료들에게 공개적으로 선언한다. 아무리 그래도 너희는 살인자일 뿐이며 그래서 모두 죽이겠다고. 적들은 맥콜을 약화시키기 위해 마일스를 납치하고 모의 장소로 오라고 초청한다. 태풍이 심하게 부는 날 아무도 없는 마을에서 적들과 맥콜은 대결한다. 피날레를 위해 액션을 아껴둔 것은 이해한다만 이마저도 기대치에 미치지 못하는 점은 아쉽다. 이 시리즈가 <존 윅>처럼 계속 가기는 어려울 것이다. 2021년 2월부터 1980년대 오리지널 시리즈를 리부트해서 2부까지 방영 중인 동명의 미드는 이혼 경력이 있는 싱글맘 로빈 맥콜을 주연으로 하며 아예 다른 노선을 걷고 있다. 이것도 PC의 연장인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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