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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성 문화

사기꾼과 정치꾼에게 이름을 빼앗겼던 주인공의 부활 소생기 ; <데드맨(Dead Man)>

by 마인드 오프너 2024. 3.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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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재는 특이한데 구성은 과연?

 

영화 제목이 눈길을 끈다. 죽은 사람이라는 뜻의 ‘데드맨’이라니. 주인공이 실제로 죽은 건 아니고 이름을 판 후 자신의 정체성을 잃어버린 경우다. 특이한 소재라서 일단 관심이 생겼다. 미끼로는 효과적이다. 그런데 감독의 이름이 생소하다. 그도 그럴 것이 하준원 감독은 이번 작품이 장편영화 첫 연출작이다. 대개 감독들이 입봉작에서 그 한계를 여실히 드러내는 경우가 많은데 영화배우 하명중의 아들로 어린 시절부터 영화를 친근하게 대했던 하감독의 입봉 연출은 과연 어땠을까?

평범한 회사원이던 만재는 하루아침에 사기꾼이 된다.


 

장르 : 범죄

개봉 : 2024.02.07.

상영시간 : 108분

감독 : 하준원

주연 : 조진웅

등급 : 15세 관람가

여러가지 포스터 중 이 포스터가 주제와 메시지를 가장 잘 전달하고 있다.


절벽 끝에 서 있던 바지 사장

 

이만재는 영업사원이었다. 저축은행 비리에 휘말려 빚만 잔뜩 진 채 인생의 벼랑 끝에 섰다. 살기 위해, 가장의 의무를 다하기 위해 이만재는 가서는 안 될 곳에 발을 들인다. 이름을 팔아 바지사장으로 살게 된 것. 단명하기 일쑤인 이 세계에서 이만재는 탁월한 계산 능력으로 명성을 날린다. 바지사장을 그만두길 원하는 아내를 위해 만재는 마지막으로 1천억 짜리 스포츠센터 프로젝트에 참여하지만 1천억원을 횡령했다는 누명과 함께 자신의 사망기사를 알게 된다. ‘데드맨’이 되어 중국 사설감옥에 갇힌 그의 앞에 정치 컨설턴트 ‘심여사’가 나타나 출옥과 위로금을 미끼로 한 가지 제안을 한다. 만재는 바지사장 시절 함께 일하던 공민식의 딸 ‘공희주’와 함께 자신을 사지로 몰아넣은 전주를 찾아 나선다.

외국에 도피했다가 누군가에 의해 납치된 만재는 중국 사설감옥에 갇히게 된다.


전형적인 범죄 미스터리의 구성

 

주인공이 정체를 알 수 없는 조직이나 인물의 음모에 휘말려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곤경에 처한다는 구성은 범죄 스릴러에 자주 쓰이는 구성이다. 만재가 음모에 휘말려 사설감옥에 갇히는 장면은 최민식의 <올드보이>를 연상시킨다. 이런 영화에서 중요한 건 주인공이 위기에 빠진 이유와 배후 인물의 정체를 찾아가는 과정이다. 감독은 만재가 위기에 빠진 이유로 정치인의 선거자금 마련이라는 플롯을 제안한다. 총선을 앞둔 지금 적절할 수 있다고 보이지만 매력 있는 범죄 스릴러의 동기로는 많이 부족하다. 전개 과정이 뻔히 예상되기 때문이다.

만재와 동료이던 공민식이 죽고 그의 딸 희주가 사기극의 진실을 파헤치기 위해 동분서주한다.


관객의 관심을 끌기엔 빈곤한 아이디어

 

결은 다르지만 남주와 여주가 함께 미스터리를 풀어간다는 점에서 이 영화는 버디 무비의 범주에 집어넣어도 무방할 듯하다. 범주를 그렇게 설정하면 두 가지 선택지가 생긴다. 두 주인공이 앞을 가로막는 적들을 신나게 때려 부수며 관객들에게 시원한 대리만족을 선사하거나, 기기묘묘한 방안으로 미스터리를 풀어가며 묘수풀이와 반전의 즐거움을 선사하는 것이다. 결과적으로는 이 두 가지 모두 보이지 않는다. 만재와 희주의 콤비 효과도 미약하다. 작은 반전이 두 가지 있긴 하지만 반전이라고 부르기엔 역부족이고 이런 장르에 익숙한 관객들은 금방 알아차릴 수 있다. 영화 평가에 박한 이유다.

뜬금없이 나와서 마치 모든 것을 다 안다는 듯 행동하는 정치 컨설턴트 심여사.


공감 가지 않는 캐릭터와 설정

 

캐릭터와 설정에서도 허점이 드러난다. 바지사장계에서 탁월한 재능으로 수명을 이어가던 이만재가 1천억대 사기극에 가담하면서 토사구팽될 운명을 예상하지 못한다는 설정부터 설득력이 미흡하다. 심은조는 정치 컨설턴트가 아니라 마피아나 삼합회의 실력자, 혹은 CIA 비밀요원처럼 보인다. 그녀가 중국 사설감옥에 가서 만재를 출옥시키는 장면은 이 영화 최대의 코미디다. 어떤 정신 나간 정치인들이 자신들의 치부인 정치자금 문제를 컨설턴트에게 노출시키겠는가. 전주가 이름을 판 이들의 도장을 보관하는 비밀금고를 보유하고 있다는 설정도 억지스럽다. 아마도 제목 <데드맨>과의 연계성을 풀어놓고자 한 의도일텐데 범죄의 증거를 굳이 휘황찬란하게 보관할까 싶었다.

정치 부패를 주제로 하겠다고 했으면 차라리 직구를 던졌어야 했다.


이름값 있는 배우들도 죽고(DEAD) 만 영화

 

재능 있는 요리사는 부족한 재료를 가지고도 맛있는 요리를 만들고, 재능없는 요리사는 억만금 값어치의 재료를 줘도 맛없는 요리를 만든다. 전무송, 김희애, 조진웅, 김원해. 이 정도면 재료가 부족하지는 않다. 만들고자 하는 요리도 흥미로웠다. 문제는 레시피였다. 머리 속에 떠올린 요리가 아무리 맛있어 보여도 결국 평가의 기준은 요리의 맛이다. 궁리 끝에 관객들에게 내놓은 요리의 맛이 만족스러웠는지 감독에게 묻고 싶다. 만족스럽다면 연출에 재능이 없는 것이고, 불만족스럽다면 왜 원하지 않는 결과가 나왔는지 분석하고 고민해야 한다. 지명도 있는 배우들을 데려다 이름 없이 죽인 결과는 전적으로 감독의 책임이니까.

오랜만에 전무송을 영화에서 보는 건 반갑지만 캐릭터 설정이 아쉽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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