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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성 문화

영화 에어포스 원 다운 : 천조국의 시크릿 서비스 시스템을 완전히 무시하는 공상 활극

by 마인드 오프너 2024. 3.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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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을 나는 백악관, 에어포스원

 

할리우드 주변을 기웃거리거나 할리우드 영화계에서 성공을 꿈꾸는 시나리오 작가나 제작자라면 누구나 한 번쯤 소재로 쓰고 싶은 아이템이 있다. 미국 대통령의 전용기 ‘에어포스원’이다. 세계 최강국의 대통령이 이동할 때 쓰는 교통수단이라는 상징성 이외에 철통같은 보안 시스템을 무너뜨렸을 때의 임팩트가 엄청나기 때문이다. 이런 이유 때문에 에어포스원뿐 아니라 백악관이 테러범들의 공격 목표로 자주 등장하는 게 아닐까? 영화 <에어포스 원 다운> 역시 미국 대통령을 납치하는 테러범들의 이야기를 다룬다. 하늘의 백악관은 어떻게 테러범들의 공격에 뚫렸던 것일까?

해병대 시절의 버릇을 잊지 못해 대통령에게 경례하는 시크릿 서비스.


 

장르 : 액션

제작국 : 미국

출시 : 2024.02.13.

상영시간 : 84분

감독 : 제임스 뱀포드

주연 : 캐서린 맥나마라

등급 : 15세 이상

대통령이 너무 젊은 이유가 있다.


아스토비아 반군의 에어포스원 탈취

 

아스토비아 대통령과 미국 대통령 에드워즈가 에너지 협정을 맺는다. 이 협정으로 인해 미국 내는 물론 아스토비아의 군부 세력자인 로디노프가 불만을 갖는다. 석유를 빼돌려 돈을 벌려는 계획에 차질이 생겼기 때문이다. 로디노프는 대담하게도 에드워즈가 탄 에어포스원을 납치해서 에너지 협정을 파기한다는 계획을 세우고 실행에 옮긴다.

 

미 해병대 특수작전팀 최초의 여성이 된 앨리슨 소령은 대통령 경호실에 근무하는 삼촌의 권유로 갑작스럽게 에어포스원에 타게 된다. 기대감도 잠시, 에어포스원은 로디노프의 명령을 받는 아스토비아 반군에 의해 탈취되고 삼촌과 경호원들은 모조리 살해된다. 절망적인 상황에서도 앨리슨은 포기하지 않고 대통령 구출 계획을 세울 작전에 돌입한다.

기자를 비롯한 수행인원을 점거한 테러리스트.


전형적인 영웅 만들기 구성

 

매력적인 소재인 에어포스원을 다루는 영화가 생각보다 많지 않은 이유는 구성의 어려움에 있다. 일단 시나리오가 좋아야 한다. 에어포스원을 공격하는 테러범들이 경호시스템을 뚫을 정도의 실력과 장비를 갖추고 있어야 개연성을 갖고 관객들이 관심을 갖기 때문이다. 같은 소재로 제작된 영화 중 유일하게 기억되는 영화가 해리슨 포드의 <에어포스원, 1997>밖에 없는 건 그 때문이다.

 

하지만 이 영화는 시행착오를 겪었던 다른 영화들이 간 길을 따라간다. 아스토비아라는 듣보잡 국가의 반군리더가 이끄는 팀이 에어포스원의 경비시스템을 뚫는 과정부터 허술하기 짝이 없다. 에어포스원의 주조종사는 살해되고 대체 조종사가 테러리스트라니. 국내 대기업 입사를 할 때도 신분조회를 하는데 말이다. 전제가 허술하니 과정과 결과도 허무할 수 밖에. 해병대 특수작전팀 최초의 여성이라는 앨리슨이 갑작스럽게 삼촌의 추천으로 경호실에 배속되는 것도 작위적이다. 영화 초반 그녀가 남자 동료들을 격투기 훈련에서 쉽게 이기는 장면은 후반부 활약의 복선으로 보인다. 히로인을 만들기 위한 예열이라고나 할까.

앨리슨이 얼마나 탁월한 시크릿서비스 후보인지 보여주기 위한 예열 과정.
삼촌하고 시크릿 서비스 함께 해볼텨?


시크릿 서비스가 아니라 마블 히로인?

 

아스토비아 테러리스트들은 에어포스원 조종사를 죽이고 조직원을 대체 비행사로 위장시킨 후 비행기를 탈취한다. 그 과정에서 경호원들을 모두 살해한 건 당연한 수순이다. 우리의 히로인 앨리슨은 일당백의 활약을 보이며 테러리스트들을 제압한다. 대통령이 있는 방에서 테러리스트와 치고 받는 과정에서 엄청난 소음을 내는데도 테러리스트들은 뭐가 바쁜지 코빼기도 보이지 않는다. 앨리슨은 수적인 열세를 인정하고 대통령과 함께 낙하산으로 탈출한다. 테러리스트들을 사뿐하게 즈려 밟는 엄청난 무력은 마블의 블랙 위도우를 연상케한다.

각종 격투기와 사격 등을 추진하면서도 깔끔하게 일을 마무리하는 앨리슨.


설명적으로 흘러 지루해지는 스토리

 

관객들에게 등장인물들의 행동 동기와 내심을 효과적으로 전달하는 연출은 무척이나 중요하다. 관객들의 몰입을 유도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게 생각보다 어렵다는 게 문제다. 상당수 감독들이 이 어려운 문제를 설명으로 쉽게 풀려고 한다. 등장인물들이 스스로 사건의 배경이나 행동 동기를 미주알고주알 늘어놓는다. 감독만 알고 있는 배후 정보를 관객들이 확실하게 알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이럴 거면 영화를 왜 보느냐는 의문이 생긴다. 영화는 동영상으로 보는 이야기 아니였던가. 영상을 놔두고 텍스트를 남발하려면 영화를 볼 이유가 없다.

전력 상 열세를 뒤집을 수 없다는 사실이 명확해지자 앨리슨은 대통령을 낙하산으로 탈출시킨다.


뜻밖의 조력자

 

앨리슨 혼자만의 활극으로는 테러범들로부터 벗어나기 어렵다고 생각했는지 감독은 숨겨놓은 카드를 쓰기 시작한다. 고귀하고 보호받아야 할 대통령이 직접 몸으로 뛰게 만든 것이다. 하긴 할리우드 영화에 나오는 대통령은 보호만 받지 않고 현장에서 몸으로 뛰는 경우도 많았다. 직접 외계인 침입자를 향해 결정적인 한 방을 날리기도 하고(인디펜던스 데이), 테러리스트들의 위협에 직접 맞서 문제를 해결하기도 했다.(에어포스 원). 금수저에 부모 덕으로 성공한 줄 알았던 대통령은 아버지의 반대를 무릅쓰고 공군 파일럿까지 거쳐온 자수성가형 정치인이었다. 어째 처음부터 대통령이 너무 젊더라니. 앨리슨은 대통령의 조력으로 무사히 테러리스트들의 위협에서 벗어난다.

내가 움직이면 죽는다고 했어 안했어?


누군가에겐 반전, 누군가에겐 도전

 

하지만 이 정도로 양이 차지 않았을까. 감독은 또 하나의 숨겨진 패를 꺼내드는데 안타깝게도 수가 읽히고 만다. 패를 든 주인공이 나타난 시기가 전혀 어울리지 않는데다 그렇게 행동할 이유도 딱히 없다. 오로지 영화의 부족한 흥미도와 구성을 조금이라도 더 보완하고자 등 떠밀려 나타난 모양새다. 누가 보면 반전일 수도 있겠으나 영화의 흐름을 바꾸어놓는 결정적인 한 방이 아니라 실패로 끝나는 시도인지라 반전 축에도 끼지 못한다. 사건이 해결된 후에는 때마침 운 좋게도(?) 경비행기가 대기 중이어서 파일럿 출신의 대통령이 직접 비행기를 몰고 멋지게 탈출한다. 이래저래 보이지 않는 손이 극 중에 끼어들어 판을 너무 많이 흔들어 놓는 나머지 시간때우기용으로도 미흡한 영화다.

상대가 모르는 이름을 물어 신원을 확인하는 과정은 널리 알려진 수법이다.
수석보좌관 정도가 감히 반역행위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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