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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성 문화

역사에 길이 남을 판타지 영화의 서막, <호빗 ; 뜻밖의 여정> 확장판

by 마인드 오프너 2024. 3. 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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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지의 제왕> 시리즈의 프리퀄

 

존 로널드 루엘 톨킨이 지은 판타지 소설 <호빗>을 피터 잭슨 감독이 영화로 옮긴 3부작의 첫번째 작품이다. <호빗> 3부작은 <반지의 제왕> 3부작보다 늦게 제작되어 개봉했지만, 소설 속 시간으로는 <반지의 제왕> 3부작보다 오히려 60년 앞선 시대를 다루고 있다. 원래 작가는 <호빗>을 중간계와 분리하고자 했으나 <반지의 제왕>을 집필하면서 내용을 연결할 필요성이 생기면서 일부 내용을 수정해야 했다. 초판본에서 빌보 배긴스는 골룸으로부터 절대 반지를 선물로 받지만, 이후 판본에서는 동굴을 헤매는 중 골룸이 떨어뜨린 반지를 줍는 것으로 묘사된다. 물론 영화도 수정본대로 이야기를 진행한다. 주된 줄거리는 제목에서 의미하는 바대로 모험을 떠날 생각이 전혀 없었던 빌보가 난쟁이족, 간달프와 함께 스마우그 용이 점거하고 있는 난쟁이족의 보물을 탈환하러 가는 이야기다.

간달프의 계략에 휘말린 빌보는 영문도 모른 채 모험에 참가하게 된다.


 

장르 : 판타지, 모험, 액션

제작국 : 미국

상영시간 : 182분

개봉 : 2012.12.13

감독 : 피터 잭슨

주연 : 마틴 프리먼, 이안 맥켈런

등급 : 12세 관람가

관객수 : 2,818,995명

<호빗>3부작은 제작 시기는 늦으나 시대 배경으로는 오히려 <반지의 제왕>을 앞선다.


호빗, 빌보의 뜻밖의 모험

 

주인공 빌보는 호빗이다. 호빗은 인간의 친척 정도 되는 종족으로 키는 1m 남짓에 맨발로 생활하며 굴처럼 꾸민 집에서 산다. 빌보는 어린 시절 안면이 있던 마술사 간달프로부터 모험을 제의받지만 편안한 삶을 버리고 싶지 않아 단번에 거절한다. 기필코 빌보를 데려가려는 간달프의 계략에 휘말려 자세한 사항을 알지도 못한 채 의도하지 않은 모험을 하게 된 빌보는 난쟁이족의 왕 소린으로부터 ‘짐만 된다’는 무시를 받고 좌절한다. 처음에는 익숙하지 않은 거친 생활에 힘들어 하지만 점차 모험에 적응하며 적을 물리치고 동료를 구하는 등 제 몫을 하게 된다. 여행에서 만난 트롤과 오크, 고블린과의 싸움에서 난쟁이들을 구하며 신임을 얻고 마침내 조린의 진심어린 사과를 받으며 팀의 일원으로 인정받는 결말은 감동적이다.

온갖 고난과 역경을 이겨내고 팀의 일원으로 인정받은 빌보의 호빗승리.


3시간의 러닝타임이 지루하지 않은 경험

 

개봉한 영화도 2시간 49분에 이르는 장편이지만 확장판은 이보다 13분이 더 늘어난 3시간 2분에 달한다. 일반적인 영화 두 편을 상영할 수 있는 시간이다. 어지간하면 영화가 진행되는 도중지루할 법도 한데 전혀 그렇지 않다. 오랜만에 다시 보는 영화인데도 그렇다. 곰곰이 그 이유를 생각해보니 세 가지로 요약할 수 있겠다. 1. 원작이 너무 좋다. 이렇게 좋은 원작이 있는데 망하기도 어렵다. 2. 감독인 피터 잭슨과 기예르모 델 토로가 각본에 참여했다. 둘다 이쪽 분야에서는 알아주는 거장들인데 각본까지 만졌으면 그걸로 끝난 거다. 3. 이야기의 흐름과 그에 따른 캐릭터 등장 시기가 절묘하다. 액션이면 액션, 새로운 인물이면 새로운 인물이 나타나 관객의 호기심을 충족한다.

트롤과의 대결에서 사로잡힌 난쟁이족. 다양한 적들의 출현으로 재미를 더한다.


용이 이 정도 괴물이었어?

 

난쟁이 족의 왕 소린과 간달프가 빌보를 데리고 모험을 떠나게 된 계기를 만든 장본인은 용 스마우그다. 다른 판타지 영화나 소설에서 기억하고 있는 용의 이미지와 스마우그의 전투력 차이가 꽤나 크다. 불을 뿜고 하늘을 날아다니며 위협적인 모습을 보이는 건 비슷하나 수백명의 훈련된 난쟁이 전사들이 용 한 마리를 당해내지 못한다는 게 이해하기 어려웠다. 그런데 스마우그가 등장하는 씬에서 그 이유를 깨달았다. 스마우그의 파괴력은 용 중에서도 특출나다. 거의 사단급이다. 스마우그가 쏟아내는 불은 단순히 화염이 아니라 화염을 잔뜩 응축한 폭탄이나 마찬가지다. 여기에 더해 성벽을 앞발로 무너뜨릴 정도의 괴력을 소유하고 있고, 기계로 쏘아대는 노궁도 가볍게 튕겨낼 정도의 방어력도 보유하고 있다. 난쟁이 일족이 성을 빼앗기고 방황한 게 결코 실수가 아니었다.

난쟁이들의 강력한 저항을 가볍게 물리치고 성에 난입하는 스마우그.


엘리트의 힘 VS 보통사람의 힘

 

이야기를 이끌어가는 주인공은 빌보이지만 등장과 사라짐을 반복하면서도 그에 못지 않게 중요한 역할을 하는 인물이 바로 마법사 간달프다. 간달프는 좋게 말하면 고난을 미리 예견하고 예방하는 선지자요, 안 좋게 말하면 모든 이들의 반대를 무릅쓰고 잘난 척하는 오지랖 넓은 주책바가지다. 사우론의 절대반지에 대한 대책을 미리 세워야 한다는 그의 의견은 겨우 호빗과 난쟁이를 데리고 뭘 할 수 있겠냐며 엘리트주의를 표방하는 마법사에게 반박당한다. 하지만 간달프는 굴하지 않고 보통 사람의 힘이 위대한 결과를 만든다며 힘주어 말한다. 결국 감독은 간달프의 힘을 빌어 <호빗> 시리즈의 주제를 이야기한 게 아니었을까. 소위 엘리트였던 엘프들과 마법사들은 스마우그와의 대결에서 큰 역할을 하지 못하니 말이다.

중간계의 운명을 둘러싸고 간달프는 왜 굳이 쓸데없는 짓을 하느냐는 핀잔을 받게 된다.


피터 잭슨, 각본과 연출의 힘

 

<반지의 제왕> 시리즈 연출을 피터 잭슨이 맡기로 했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사실 우려가 적지 않았다. 내가 알던 피터 잭슨은 B급 공포영화 감독이었기 때문이다. 스케일이 크고 제작비도 엄청난 판타지 영화를 기대 이상으로 만들 수 있을까 우려했다. 우려는 기우로 판명났다. 피터 잭슨은 <반지의 제왕> 시리즈는 물론 <호빗> 시리즈도 시리즈별 특성을 절묘하게 살리며 엄청난 흥행작으로 바꾸어놓았다. 원래 연출을 맡기로 했던 기예르모 델 토로 감독이 투입되었다면 짜임새나 퀄리티에서 더 수준이 올랐을지는 몰라도 이처럼 대중적인 흥미와 흥행은 이루기 힘들었을 것이다. 시리즈 6편의 흥행으로 말미암아 할리우드 영화계에서 피터 잭슨의 입지는 더욱 굳건해졌고 그의 재산도 무려 2조원 이상이라는 엄청난 규모로 늘어나게 되었다.

오크 대장 아조그가 조린의 아버지인 왕의 목을 베고 포효하는 모습.


씬 스틸러, 골룸!

 

출연 분량은 10분 남짓이지만 출연하는 시간 동안만큼은 주인공을 압도한 캐릭터가 있다. 바로 골룸이다. 골룸은 <호빗>에서 처음 등장하며, <반지의 제왕>에서 극의 결말을 완성하는 중요한 캐릭터이다. 원래 호빗과 유사한 종족이며, 이름은 스메이골이었다. 친구 데이골을 죽이고 절대 반지를 가로챈 후 온갖 악행을 하던 중 마을에서 퇴출당해 500년간 살면서 외모가 변형되었다. 안개산맥 근처에서 고블린과 물고기를 먹고 살던 중 절벽에서 떨어진 고블린을 죽이려다 절대반지를 떨어뜨린다. 그 반지를 빌보가 가로챈 것이다. 반지를 잃어버린 사실을 깨닫고 광분하며 77년 동안이나 돌아다니던 중 빌보의 조카 프로도와 만나 절대반지를 놓고 다투게 된다.

골룸은 자신의 악행과 절대반지의 저주로 무려 500년 이상을 살며 흉칙하게 변한다.
스메이골 시절의 골룸 모습. 호빗에 가까운 얼굴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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