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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성 문화

<탑건 2>의 짝퉁 꼬리표 + 인도 영화 특유의 과장 연출로 스스로 추락해버린 액션 영화, <파이터>

by 마인드 오프너 2024. 3. 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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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를 보기 전 알면 좋은 지식들

 

인도와 파키스탄의 대립 상황을 알고 있으면 이 영화를 이해하기 쉬우니 간단히 알아보자. 영국 식민통치에서 독립하면서 힌두교를 믿는 인도와 이슬람교를 믿는 파키스탄, 두 나라의 갈등은 본격화되었다. 영화에 등장하는 카슈미르 지역은 주민 대다수가 이슬람교도였으나 지도층이 인도를 선택하는 바람에 비극을 잉태했다. 이 지역은 지금도 인도와 파키스탄, 중국이 세 개로 나누어 영유권 분쟁을 벌이고 있다. 인도령 카슈미르는 아래 지도 파란색 부분으로 남한과 비슷한 엄청난 넓이다.(초록색 부분은 파키스탄, 노란색 부분은 중국령이다)

자무 카쉬미르와 라다크 지역에 사는 인구만 1400만명이 넘으니 인도 입장에서는 포기할 수 없는 지역이다.

 

산악 지방인데도 인구 1백만 이상 도시가 두 곳이나 있으며 지역 인구가 1,400만 명을 상회한다. 2019년 8월 인도 정부가 잠무 카슈미르 헌법에 보장된 특별 자치권을 무력화하고, 주 지위 박탈을 결정한 결과를 놓고 이슬람 교도들이 ‘권리 탄압’이라고 시위를 벌였지만 인도 내 힌두 민족주의자들과 카스트 고위관련자들은 오히려 기뻐했다고 한다. 아일랜드와 영국의 갈등 상황을 재현하는 느낌이다. 이러한 대립의 결과는 이슬람교도의 극단적인 테러로 나타나지만 실제 불씨는 인도 정부가 당기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인도에서 만든 영화이니 인도를 좋은 놈, 파키스탄을 나쁜 놈으로 비춰주지만 제 3자가 보기엔 오히려 반대로 보인다.

좋은 놈들을 보여주는 구도다.


 

장르 : 액션

러닝타임 : 164분

연출 : 시다르트 아난드

출연 : 리틱 로샨, 디피카 파두콘

등급 : 15세 관람가

 


피할 수 없는 짝퉁 꼬리표

 

이 영화를 보면 바로 톰 크루즈의 <탑건 ; 매버릭>이 떠오른다. 주인공이 자타가 공인하는 최고의 전투기 조종사라는 점, 상관 명령에 불복종하고 자기 판단을 우선시한다는 점, 명령불복종으로 교관이 되었다가 다시 작전에 참여한다는 점, 전우의 복수를 공중전으로 해결한다는 점, 주인공과 여주인공의 로맨스 과정에서 오토바이가 등장한다는 점 등 비슷한 점이 무척이나 많다. 제작사는 <탑건 ; 매버릭>의 짝퉁이라는 꼬리표도 상관없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공교롭게도 제작사인 [비아콤18 스튜디오]는 <탑건: 매버릭>의 배급사인 [파라마운트 픽처스]의 인도 합작회사인 [비아콤18]의 자회사이기도 해서 ‘의도적인 베끼기’였다는 추측이 가능하다.

톰 크루즈의 오토바이 질주 장면이 떠오른다.


인도 공군 탑건의 종횡무진 활약

 

영화는 발리우드 스타 리틱 로샨이 연기하는 전투기 조종사 패티를 중심으로 흘러간다. 파키스탄이 지지하는 테러리스트 우두머리가 경찰 특공대 호송대에 폭탄 테러를 감행해서 사망자 70명, 부상자 수십명이 생기자 인도 지도부는 맞대응을 결정한다. 그 결과 인도 공군이 출격, 테러리스트 훈련소를 폭격해서 괴멸에 가까운 피해를 입힌다. 간신히 살아남은 테러리스트 우두머리와 파키스탄 공군은 반격을 시도하고 이 과정에서 패티의 절친이 매복 공격에 걸려 사로잡힌다. 패티는 한계선을 넘지 말라는 명령을 위반한 대가로 좌천되어 사관 생도 교육관으로 물러나지만 전우가 시체로 돌아오자 다시 전투기에 올라 복수에 나선다.

과유불급....
전투기 앞의 카나드를 봐서는 수호이 30으로 보이는데 밀덕 분들은 맞는지 검증해 주길..


인도 국뽕이 철철 넘치는 영화

 

<탑건> 시리즈가 미국 찬양에 가까운 국뽕 영화였던 것처럼 <파이터> 역시 인도 찬양에 열을 올린다. 22년도에 촬영을 시작한 이 영화는 인도 ‘공화국의 날’에 맞춰 상영되었으며 제작 과정에 인도 공군 생도들이 참여했다. 카슈미르 지역의 이슬람 신도들을 탄압하고 갈등의 불씨를 당긴 인도 정부의 행위는 쏙 빼놓고 파키스탄이 테러의 배후인 것처럼 포장한다. 인도인이라면 쌍수를 들고 멋진 공중전을 환영하겠지만 파키스탄 입장에서는 진실을 왜곡하는 느낌이 들어 불쾌할 수 있다. 이런 영화들을 보면 눈앞에 보이는 단편적인 지식만으로 상황을 파악하는 것이 얼마나 위험하고 진실을 왜곡할 수 있는지 깨닫게 된다.

응. 나는 나쁜놈...
나쁜놈들은 이렇게 되어야 한다....


공중전 영화로는 볼거리 충분

 

대부분의 인도 액션영화에서 볼 수 있는 장점과 단점이 이 영화에서도 고스란히 드러난다. <탑건>의 짝퉁 버전이라는 점과 현실적으로 말도 안 되는 공중전 장면 연출은 마이너스 요인이자 자살골이다. 주인공 패티를 과도하게 띄워주면서 나머지 캐릭터는 병풍이 되는 연출 방식 역시 흔한 인도 영화 방식이다. 이 점을 묵과할 수 있다면 시각적으로는 볼거리가 아주 많은 영화다. 파키스탄 공군의 F-16과 인도군의 미라지 전투기/수호이 전투기의 대결 장면은 영화의 백미다. 자료를 찾아보니 패티가 주둔하고 있는 스리나가르 공군기지는 미그 21이 주력기지만 영화 설정상 수호이 30으로 변경한 것으로 보인다. 눈썰미가 좋은 관객이라면 이따금 인도 전투기의 동작이 부자연스럽다는 사실도 발견할 수 있다.

파키스탄의 F-16이 수호이에게 발리는 결말을 미국 공군이 봤다면 열 좀 받지 않았을까.
요새 공중전 영화에서는 개나소나 다 하는 코브라 기등.
레이더를 속이기 위해 항공기 위에 저렇게 나는 게 현실적으로 가능한가? 전직 전투기 파일럿 응답해달라 오바!
열추적 미사일이 실제로는 영화처럼 백발백중이 아니라던데..


새끈한 인도 미남미녀의 로맨스도 볼거리

 

<탑건 ; 매버릭>에서 매버릭이 오랜만에 다시 만난 페니와 은근한 로맨스를 형성하는 것처럼 이 영화에서도 남주인공인 패티와 여주인공인 민니가 연인이 되어 은근하고 부드러운 사랑을 나눈다. 패티는 헬기 조종사 애인이 작전 중 적의 포탄에 맞아(!) 추락해서 사망한 후 혼자 지내던 차였다. 공군 조종사로서의 동료애가 사랑으로 발전하는 경우인데 남녀 주인공이 워낙 미남미녀이다 보니 그 자체로도 볼거리가 된다. 극중에 등장하는 군무 씬에서도 역시나 발군의 호흡을 보여준다.(리틱 로샨은 인도 영화계에서 소문난 춤꾼이다.) 다만 메인 스토리를 제외한 사소한 곁가지들이 너무 오랜 시간을 잡아먹는 바람에 지루함을 주는 게 흠이다.

암튼 잘나고 볼 일이다.
리틱 로샨은 50이 넘은 나이에도 근육질의 몸과 날렵한 춤솜씨를 자랑하는 춤꾼이다.


넘을 수 없는 오리지널의 장벽

 

어떤 분야든 창작의 문은 좁고도 험난하다. 위험도 감수해야 한다. 이런 이유로 표절이나 짝퉁은 시각적으로 아무리 잘 만들어도 오리지널보다 높은 평가를 주기 어렵다. 오리지널리티로서의 새로움과 의외성이 없기 때문이다. <파이터>는 일부 과도한 연출을 제외하면 볼거리가 풍부한 영화임은 확실하지만 과유불급을 무시한 탓에 스스로의 발목을 잡고 말았다. 국가 간 이념이니 과장이니, 표절이니 이런저런 문제 따위는 신경쓰지 않고 멋진 남녀 주인공의 활약과 현란하게 화면을 오가는 공중전을 즐기고 싶다면 나쁘지 않은 평가를 내릴 수도 있을 것이다.

순수하게 킬링타임용으로만 보자면 나쁘지 않다.
파키스탄 공군의 에이스이자 최종빌런인 레드 노우즈. 패배 과정이 석연치 않다. 리틱 로샨 띄워주기에 당한 듯.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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