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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성 문화

배트맨 시리즈 최초의 공식 컬러 영화로서 유쾌하고 즐거운 배트맨과 로빈을 그린 <배트맨>

by 마인드 오프너 2024. 3. 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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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트맨 시리즈의 기념비적인 작품

 

이 영화를 한마디로 말하자면 ‘고색창연하고 터무니없지만 배트맨 시리즈의 이정표가 되었던 영화’라고 할 수 있다. <배트맨> 실사영화 시리즈 중 컬러 영화로 제작된 최초의 극장 개봉작으로 배트맨 프랜차이즈 영화가 등장하기 이전 작품이다. 개봉작이라고는 하나 요즘 기준으로 따지면 TV 시리즈를 영화로 옮긴 것에 불과하다. CG로 못 만들어내는 효과가 없는 지금 보면 <모여라 꿈동산> 수준의 조악한 화면들이 자주 등장하지만 60년 전에 만든 영화라는 걸 감안하면 비난하긴 어렵다.

공중전화 모양의 빨간색 카폰. 의식하지 않아도 자꾸 눈이 간다.


현대의 배트맨에 비하면 모여라 꿈동산 수준이다.

 

장르 : 액션

제작국 : 미국

상영시간 : 182분

개봉 : 1966

감독 : 레슬리 H. 마틴슨

주연 : 아담 웨스트, 버트 워드

등급 : 전체 관람가


현대 배트맨과 정반대의 이미지

 

배트맨은 정의를 구현하는 캐릭터임에도 다크 히어로에 속한다. 어린 시절 경험한 부모님의 죽음과 정체성에 대한 혼란 때문에 조만장자임에도 불안하고 우울하며 자폐적인 모습을 보인다. 이러한 캐릭터로 배트맨의 이미지를 만든 장본인은 팀 버튼 감독이다. 팀 버튼의 팬들은 호응하는 편이지만 어둡고 음울한 분위기 때문에 싫어하는 영화팬들도 적지 않다. 팀 버튼이 연출한 <배트맨> 시사회 당시에는 영화가 절대로 성공하지 못한다는 게 중론이었다고 한다. 그 이유를 이 작품을 보면 명확하게 알 수 있다. 팀 버튼의 배트맨이 탄생하기 20년 전의 배트맨은 음울한 곳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원기왕성한 스타였던 것이다.

배트맨과 캣우먼이 썸을 타기도 한다.

 

영화를 보면 알 수 있는 사실이지만 감독은 의도적으로 극의 분위기를 과장된 코미디로 몰고 간다. 액션 활극에 이런 톤앤무드가 맞나 싶을 수 있지만 당시에는 좋은 평가를 받았고, 다른 TV 시리즈 제작에도 영향을 미칠 정도였다. 미국의 노년층 중에는 ‘배트맨’하면 마이클 키튼이나 벤 에플렉이 아니라 이 작품의 주연인 애덤 웨스트를 기억하는 사람들이 종종 있다고 한다.

서재에 들어와서 책상 위의 동상 목을 꺾고 그 안의 버튼을 누르면 지하로 내려가는 책상 뒤 비밀공간이 열린다.


그래도 있을 건 다 있다!

 

지금의 배트맨 시리즈와 비교해 보면 표현 방법의 세련됨이 부족할 뿐이지 배트맨 영화에 들어가야 하는 요소들은 빠짐없이 들어가 있다. 배트맨이 대적해야 하는 4대 악당인 조커, 펭귄, 리들러, 캣우먼이 힘을 합쳐서 배트맨을 처리하려 한다. 배트카는 그 활동성을 감안하면 전혀 용도에 맞지 않는 대담한 오픈카이고, 배트콥터, 배트 사이드카, 배트보트 등도 등장한다. 집 아래의 비밀공간에는 배트카와 함께 다양한 분석과 실험을 할 수 있는 배트 컴퓨터가 등장하기도 한다.

배트맨이 모는 헬리콥터라고 해서 딱히 달라보이는 건 없다.

 

이러한 하드웨어적 특징 외에도 배트맨을 바라보는 시민들과 공공기관의 생각도 무척이나 호의적이다. 배트카나 배트콥터가 출동하는 모습을 보며 손을 흔들어주는 건 예사고 공항과 같은 공공시설에서도 배트맨의 행동이 최우선 업무가 될 정도로 VVIP대접을 받는다. 이 정도 환대를 받는다면 팀 버튼의 배트맨이 다크 히어로가 된 이유가 아리송하다.

배트맨의 헬기가 지나가자 지상에서 난리가 난다.


배트맨 버전 무한도전?

 

아무리 시대 상황을 감안한다 해도 너무하다 싶은 장면도 등장한다. 수상한 선박 조사를 위해 배트맨이 해상에서 사다리를 타고 내려가던 중 상어에게 다리를 물리는데 이때 등장한 상어는 누가 봐도 모형이 분명하다. 이런 상황에서 상어를 떼어내기 위해 애쓰는 배트맨이나 '상어 퇴치용 배트 스프레이'를 건네는 로빈이나 대단하다 싶다.

아무리 눈이 나쁜 관객이라고 해도 저 상어가 모형이라는 건 오해할 수 없다.

 

악당들이 퀴즈를 내는 장면에서는 잠수함에 탑재된 폴라리스 미사일이 등장하는데 그 화면마저도 다른 방송국 필름이다. 부표에서 어뢰를 막기 위해 배터리로 조종하는 음파탐지기를 사용하다가 배터리 방전으로 마지막 어뢰를 멈추지 못하자 돌고래를 대신 어뢰와 부딪히게 만든다. 돌고래의 죽음을 ‘위대하다’며 숙연해지는 배트맨과 로빈의 모습을 보자니 실소가 절로 난다.

예전에 내셔널지오그래픽이나 BBC 같은 다큐에서 많이 본 장면이다.


밝고 즐거운 팝아트 분위기의 작품

 

감독이나 제작진이 영화의 영상미나 비주얼 완성도에는 크게 구애받지 않은 기색이 역력하다. 그런 요소들보다는 밝고 유쾌한 가족영화를 만들고자 한 의도가 강하다. 유엔 고급간부들의 수분을 빼앗아서 가루로 만드는 장면이나 이들을 부활시키는 장면은 한 편의 코미디나 다름없다. 펭귄과 조커를 비롯한 악당은 위협감이나 공포를 전혀 주지 못하며 목숨을 걸고 해보겠다는 절박함도 없다.

펭귄, 캣우먼, 조커, 리들러가 다 모였는데도 분위기가 밝다.

 

배트맨은 펭귄 일당이 도심에 설치한 폭탄을 발견한 후 버릴 곳을 찾지 못해 몇 분이나 머리 위로 폭탄을 들고 뛰어다닌다. 여름철 논으로 촬영갔던 무한도전이 생각난 장면이다. 펭귄 일당과 배트맨 일행이 잠수함 위에서 격투를 벌일 때에는 팝 아트 스타일 그래픽이 함께 나타나는 만화적인 연출을 시도한다. 이래저래 웃고 즐길 수밖에 없는 스마일 액션이 될 수밖에 없는 운명이다.

ㅎㅎㅎ 이 장면에서 웃지 않을 수가 없었다. 배트맨이 개그맨도 아니고...


시대 상황을 감안하고 봐야 하는 영화

 

지금 대부분의 배트맨 팬들은 팀 버튼이 연출한 모던 에이지 시리즈부터의 배트맨을 떠올리기에 이 영화를 보면 엄지를 90도 수직으로 떨굴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60년대의 시대 상황을 감안해야 한다. 당시 인기를 끌었던 TV 드라마 0011 나폴레옹 솔로(The Man from U.N.C.L.E.) 역시 첩보 스릴러 장르임에도 분위기는 가볍고 유쾌한 쪽을 지향했다. 감독의 연출 능력이 영화 완성도에 엄청난 영향을 미치는 게 사실이나 시대적인 상황과 분위기, 대중들의 수용도 역시 그에 못지않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수분을 탈취해서 가루로 만든 UN고위관리들을 다시 살려내는 배트맨과 로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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