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0년대 한국 판타지 소설의 일대 전환이 일어납니다. 전설적인 판타지 소설, <퇴마록>과 <드래곤라자>가 등장한 겁니다. <퇴마록> 시리즈를 시작으로 이우혁 작가는 <왜란종결자>, <치우천왕기>, <온> 시리즈를 발표하고 <드래곤라자>의 이영도 작가는 <퓨처워커>, <폴라리스 랩소디>, <눈물을 마시는 새>, <피를 마시는 새>등을 발표하며 판타지 양대 산맥으로서 위상을 굳건히 합니다.
장르 소설은 철저히 재미를 지향합니다. 재미를 판단하는 기준은 판매량만 가늠하면 끝납니다. 장르소설 최초이자 유일하게 천만 부 이상 팔린 <퇴마록> 시리즈는 앞으로도 판매 기록을 경신할 판타지가 없을 겁니다. 90년대와 달리 지금은 볼 것도, 즐길 것도 많으니까요.
<퇴마록>은 독창적인 세계관과 설정이 특징입니다. 국내 판타지 소설들이 톨킨이나 북유럽 신화에서 유래한 서양 판타지에 기대는데 <퇴마록>은 전 세계 다양한 종교에 무협적인 요소까지 혼합해 버렸거든요. 이우혁 작가가 인문학이 아니라 엔지니어 출신이었기에 가능했던 설정이었다고 봅니다.
이 작품의 주인공들은 현암, 박신부, 준후, 승희 4명입니다. 캐릭터의 성별, 용모, 나이, 성장배경, 개인기가 다른 점도 이야기를 더욱 풍성하게 했을 뿐 아니라 재미를 더해주는 요소가 되었습니다.
국내편은 짧은 에피소드 11개가 수록되어 있습니다. 이를 반복하는 방식입니다. 세계편, 혼세편으로 가면서 비로소 장편소설로서의 모습을 갖추게 됩니다. 작가 경력을 감안하면 매우 현명한 전략이었죠. 작품을 쓰면서 실력을 가다듬을 수 있었으니까요. 국내편 초판은 1994년 300p 내외 3권으로 출간했으나 2011년 재간본은 663p, 598p 2권 전집으로 출간했습니다.
이 책이 나온 시기가 1990년대이다 보니 승희가 박신부에게 몇 번이나 카폰으로 통화하는 장면이 나오죠. 혹시 카폰이 설치된 차를 본적 있나요? 그 당시에도 차에 카폰이 설치되어 있는 경우는 많지 않았어요. 사업가나 부자들만 있었던 걸로 기억합니다.
1998년에 동명 영화가 개봉했지만 망했습니다. 평점이 10점 만점 기준에 2.97입니다.
<파묘>의 장재현 감독이 <퇴마록>을 리부트하면 최적의 결과를 얻지 않을까 싶습니다. 지금까지 <검은 사제들〉,〈사바하〉, <파묘〉로 역량을 보여주었으니 말이죠.
오컬트나 판타지에 별로 관심이 없는 독자라도 한 번 읽으면 절대 내려놓을 수 없을 겁니다. 시간을 내서 꼭 읽어보시길 권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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