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르 : SF
제작국 : 인도
상영시간 : 164분
개봉 : 2016.5.6.
감독 : 비크람 K. 쿠마
출연 : 수리아 시마쿠바르
최악의 요소들만 모아놓은 영화
필자가 인도 영화를 싫어하는 두 가지 이유가 있다. 뜬금없이 등장하는 춤과 개연성은 거의 찾아볼 수 없는 허풍이다. 영화가 설득력과 공감력을 주기 위해서는 허풍을 취하더라도 어느 정도의 개연성을 가져야 한다. 시나리오 잘쓰는 작가들이 굳이 공을 들여 밑밥을 까는 이유이기도 하다.
뜬금없이 등장하는 춤은 영화로의 몰입감과 주인공과의 일체감을 방해한다. 주인공에게 감정 이입이 되어 영화를 즐기려는데 갑자기 춤의 등장으로 인해 ‘아, 내가 영화를 보고 있었지.’라는 자각과 함께 현실로 돌아오게 만드는 빌런이다.
<24>는 개연성은 완전히 무시한다. 사건이 모두 우연의 연속이다. 주인공의 춤은 이 영화의 장르가 무엇인지 고민하게 만들 정도다. 그 와중에 감독은 각본까지 겸했다. 제 깜냥을 모르고 일인이역을 한 셈이다.
터무니없는 시간 여행
(아마도?) 과학자 세투라만은 타임머신을 연구하던 중 그의 쌍둥이 형인 아트레야를 맞이한다. 아트레야는 세투라만의 아내를 죽이고 타임머신을 빼앗으려 하지만 세투라만은 가스가 폭발하는 틈을 타서 탈출 후 아들 마니를 빼돌리고 형의 총에 맞아 사망한다. 아트레야는 마니의 요람에 폭탄이 장치되었다고 오해를 한 결과 코마 상태에 빠진다.
26년이 지난 후 시계기술자가 된 마니는 아버지의 타임머신을 열 수 있는 열쇠를 우연히 손에 넣는다. 한편 아트레야도 코마에서 깨어나지만 하반신이 마비된 상태다. 아트레야는 타임머신을 찾아 젊은 시절로 돌아가기 위해 계략을 꾸민다.
아트레야는 마니를 죽이고 타임머신을 손에 넣지만 치명적인 약점을 발견한다. 24시간 전까지만 돌아갈 수 있는 것이다. 절망에 빠진 아트레야는 이미 죽은 조카를 다시 살린다. 부활한 마니는 연대 제한 없이 과거로 갈 수 있는 타임머신을 만들어 친부모가 살아있는 시간으로 돌아가서 운명을 바꾸고자 한다.
우연 1. 타임머신은 아무나 만든다
마니의 아버지 세투라만이 타임머신을 만드는 과정은 ‘그까이 거~’에 가깝다. 시계기술자가 시계를 만드는 과정이나 다름없다. 더욱 이해할 수 없는 건 타임머신 조립 라인에 포함된 화학약품에 독수리 깃털이 우연히 들어감으로써 제작이 가능해진다는 점이다. 도깨비 방망이로 두들겨서 보물을 발견하는 것과 뭐가 다른가.
우연 2. 헐...열쇠가 그렇게 들어가?
26년이 흐르는 동안 타임머신 상자는 누구도 열지 못한다. 열쇠가 없기 때문이다(사실 이것도 이해 불가다. 열려고 마음만 먹었다면 왜 못 열었겠는가). 열쇠는 마치 발이 달린 듯 마니 아버지의 살해 현장으로부터 청소부, 쓰레기장, 재활용품 가게, 마니의 양어머니 신발 밑으로 연속적인 우연을 겪으며 마니의 손에 들어간다.
우연 3. 아버지가 만들면 아들도 만든다
마니는 아트레야의 계략을 알아채고 프로젝트 24 타임머신을 수정하기로 결심한다. 마니는 타임머신에 기계 장치를 더해서 연도 제약 없이 시간을 여행할 수 있는 새로운 타임머신을 만드는 데 성공한다. 과학자도 아닌 시계공이 불과 며칠 사이에 만들 정도로 타임머신이 간단한 기계였던가. 인도의 IT 과학기술이 놀랍다는 사실은 알고 있었지만 이 정도였을 줄이야.
SF인지 댄스 영화인지
인도 영화 아니랄까봐 여지없이 댄스 타임이 등장한다. 그런데 선을 넘어도 많이 넘었다. 뮤직 비디오를 찍는 것처럼 다양한 배경과 의상으로 주인공이 춤을 춘다. 춤을 그다지 잘 추지도 못하기도 하지만 한참이나 춤을 보고 나면 어디까지 이야기가 진행되었는지 생각이 나지 않을 정도다.
제작비가 딸렸을까? 1인 4역은 도대체...
주인공을 맡은 수리아 시마쿠바르가 1인 4역을 한다. 마니, 마니의 아버지 세투라만, 큰아버지인 아트레야 역을 맡아서 바쁘게 움직인다. 열심히 하는 것까지는 좋은데 딱히 연기를 잘한다는 인상을 주지는 못한다. 똑같은 사람이 여기저기 등장하니까 이야기의 흡인력이 떨어진다. 출연료 절감의 의도였다면 성공했을지 모르지만 영화의 완성도를 감안한다면 실패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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