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르 : 액션
제작국 : 미국
상영시간 : 115분
개봉 : 2021.11.12.
감독 : 로슨 마샬 터버
주연 : 드웨인 존슨, 라이언 레이놀즈
닥치고 액션?
최근 본 미국 영화들은 서사의 전개와 구성에 크게 개의치 않는다는 느낌이다. CG와 액션으로 올인한다. 즉시 통쾌함과 만족감을 줄 수 있을지는 모르나 영화가 끝나면 허무해진다. 물음표가 생기기 때문이다. 감독 입장, 캐릭터 입장이 되어 질문을 던지면 긍정적인 평가는 사라지고 속았다는 느낌마저 든다. 시나리오 작가들의 하향평준화인가. 제작자들의 무리한 요구 때문인가. 영문을 모르겠다.
클레오파트라의 보석알을 찾는 도적들
‘RED NOTICE’는 인터폴이 국제적인 중범죄자에게 내리는 ‘적색 수배’를 뜻한다. 세계적인 유물 절도범 부스와 비숍은 인터폴이 발령한 적색 수배자이다. 부스와 비숍은 로마의 안토니우스가 클레오파트라에게 선물한 3개의 보석알을 챙기려는 과정에서 피치못할 대결을 하게 된다. 라이언 레이놀즈가 전설적인 유물 도둑 부스를 맡았고 드웨인 존슨과 갤 가돗이 비숍으로 출연한다. 보석알의 행방을 추적하며 세명이 벌이는 액션을 즐기는 킬링타임 오락영화라고 보면 된다.
총알 입담 라이언 레이놀즈
<데드풀> 이후 라이언 레이놀즈의 개그 드립은 한마디로 미쳤다. 올해만 해도 <킬러의 보디가드 2>와 <프리 가이>에서 원맨쇼 수준의 입담을 털어놓은 그다. 빵 터질 때도 있지만 현지 문화에 익숙하고 원어민 수준의 영어를 구사하지 못한다면 이해하기 힘들 수 있다. <데드풀>처럼 작정하고 약 빤 영화가 아니라면 오히려 극의 흐름을 끊을 수 있다는 점에서 주의할 요소이기도 하다. 라이언 레이놀즈의 입담이 거의 태풍급이라 드웨인 존슨과 갤 가돗은 병풍에 가깝다. 스토리의 개연성을 감안한다면 갤 가돗은 차라리 아예 없는 게 더 나았을 것이다.
스타만 모으면 흥행이 되나
액션 스타와 섹시 미녀를 모아놓는다고 영화가 저절로 굴러가지는 않는다. 더 중요한 건 잘 쓴 시나리오다. 시나리오가 판을 제공하지 않으면 배우는 껍데기에 불과하다. 이 영화의 시나리오는 극히 부실할 뿐만 아니라 중간에 구멍이 숭숭 뚫려 있다. 배우들 출연료만 왕창 사용했을 뿐 정작 실용성은 제로 이하다. 세 사람 분량을 챙기느라 이야기는 분산되고 개연성은 산으로 간다. 라이언 레이놀즈의 단독 주연이나 드웨인 존슨과의 투톱으로 구성했더라면 어땠을까.
하이스트/미스터리 사이에서 헤매는 연출
이 영화의 가장 큰 문제는 감독이 목적지를 모른다는 점이다. 캐릭터들이 머리를 써서 트릭을 선보이는 하이스트 무비인지, 보물 행방의 미스터리를 푸는 영화인지 갈피를 못 잡는다. 결국 겸사겸사 맛보기만 보여주는 쪽으로 타협해 버렸다. 양다리를 걸친 형국이지만 하이스트 무비 특유의 치밀한 절도 전략도, 미스터리 특유의 호기심을 유발하는 해법도 없다. 남는 건 깨알 재미를 유발하는 라이언 레이놀즈의 입담과 의미 없이 좌충우돌하는 액션뿐이다.
능력이 안 되는데 버리지 못하는 반전
영화감독이라면 <유주얼 서스펙트>와 같은 인생 반전 영화를 연출하고 싶어한다. 이해는 한다. 하지만 그게 어디 쉬운가. 여러 가지 장애물들을 해결하고도 지난한 작업인 것을 뻔히 알면서도 감독들은 포기하지 않는다. 이 영화도 마찬가지다. 세 명이 계속 속고 속이지만 딱히 인상적이지는 않다. 너무 자주 엎치락뒤치락하다 보니 혼란만 가중된다. 반전이 교묘한 설정 없이 뜬금없이 ‘서프라이즈!’를 외치며 나타난다는 점도 설득력이 없다.
43년 전 모험 영화의 위엄
상당한 제작비에 걸맞는 화제작이 되기는 어려워 보인다. 스타들을 제외하면 흔히 볼 수 있는 킬링타임 오락영화 정도다. 제작비를 별로 들이지 않고도 초대박을 친 <오징어게임>과 비교된다. 액션도, 미스터리도, 서사도, 반전도 제대로 된 것이 없기에 기대치를 사전에 낮추기 바란다. 이 영화를 보고 바로 <레이더스>가 떠올랐다. 비슷한 소재이지만 감독의 연출력에 의해 영화는 비교가 불가능한 수준으로 변해 버렸다. 1981년작인 <레이더스>를 만든 스티븐 스필버그의 천재성을 다시 한 번 깨닫게 된다. 영화는 감독을 보고 고르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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