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기획은 경제적인 이익을 창조할 뿐만 아니라 사람들의 인식과 문화마저 바꿉니다. 일상에서 한 발 더 나아간 위대한 기획은 한 민족의 미래와 운명, 문화까지 완전히 바꿔 놓는 힘이 있습니다.
조선 제 4대 왕인 세종대왕이 창제한 한글은 한반도에서 문명이 시작된 이래 최고의 기획이자 조선 왕조가 끝난 후에도 우리 민족의 운명을 송두리째 바꾼 위대한 기획이라 할 수 있습니다. 학창 시절 세종대왕을 역사 교과서로 배웠을 때에는 그저 조선 시대의 한 임금이자 위인으로 다가왔으나 상상의 나래를 펴고 다시 만난 세종대왕은 나약하고 두려워할 줄 아는 인간이자 백성들을 위해 왕위도 내놓을 각오를 한 위대한 인물이었음을 알 수 있습니다.
어떤 때에는 확인된 팩트만으로 구성된 정사보다 작가의 상상력을 더해 적어내려간 소설이 해당 사건과 인물에 대한 뚜렷한 이미지를 각인시키기도 합니다. 이정명 작가의 <뿌리 깊은 나무>는 집현전 학자 연쇄살인사건을 추적하는 채윤의 눈을 통해 당시 기득권 세력과 세종대왕의 알력을 적나라하게 보여줍니다.
일국의 임금이면서도 명나라의 눈치를 보며 사대주의와 유교신봉에 빠져 권력 유지에만 급급한 신하들의 반대를 물리쳐야 하는 세종은 외로운 인물입니다. 백성들의 삶을 더 낫게 하려고 혁신적인 실사구시 정책을 펼치지만 에 매번 반대와 견제만 내놓는 신하들에 밀려 남몰래 한숨을 내쉬어야 합니다.
이정명 작가의 유려한 문체와 긴박감이 넘치는 이야기는 독자들을 500년 전 조선의 궁궐 안으로 초대합니다. 너울을 뛰며 살아움직이는 이야기를 따라가노라면 어느새 몇 시간이 훌쩍 지나갔음을 알게 됩니다.
정명섭 작가의 책을 통해 알게 된 작가지만 첫 만남으로 완전히 팬이 되고 말았습니다. 왜 우리는 학교에서 역사를 이렇게 재미있게 배울 수 없는 걸까요? 역사 담당 교사들과 교육부는 이제부터라도 정말 진지하게 고민을 해 봐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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