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 사회는 치열한 생존경쟁이 늘 일어나는 정글입니다. 경쟁자들을 이기고 피라미드의 꼭대기에 오르는 이들은 극히 소수입니다. 노력도 중요하지만 분야에 따라서는 타고난 재능이 성공에 더욱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이를테면 예체능 분야가 그렇습니다.
‘열심히 노력하면 원하는 것을 다 이룰 수 있다’는 말은 100% 진실이 아닙니다. 론다 번이 <시크릿>이라는 책을 써서 전 세계를 상대로 ‘간절히 우주의 기운을 모으면 불가능한 일이 없다’며 주장하는 바람에 많은 사람들이 속았습니다. 살아보니 노력으로도 안 되는 건 안 되더군요.
그렇다면 재능이 평범한 사람들은 재능이 없는 현실을 한탄하고 절망만 해야 할까요? 그러기에는 한 번 뿐인 인생이 너무나 소중하고 아깝잖습니까. 자신의 분야에서 성공하고픈 욕망은 누구나 강렬하기에 절망과 함께 고민은 시작됩니다. 스포츠계에서 도핑과 약물의 유혹에 선수들이 굴복하는 이유 또한 부족한 재능을 보완하려는 욕망 때문이지요.
히가시노 게이고의 신간 [조인계획]은 ‘경쟁에서 이기기 위해 어떤 수단을 써도 좋은가’를 묻습니다. 게이고가 이러한 질문을 하는 이유는 실제로 어느 분야를 막론하고 이기기 위해 윤리를 도외시하고 수단방법을 가리지 않는 경우가 있기 때문입니다.
히가시노 게이고는 타고난 작가가 분명합니다. 40년 전에 이런 소재와 주제로 글을 쓸 수 있었으니까요. 게이고는 소설 속에서 스타 스키점프 선수의 의문의 살인에 얽힌 미스터리를 추적하는 과정에서 승리를 위해 인생의 모든 것을 도외시해도 좋은지를 다시 한 번 생각해보게 합니다.
[조인계획]은 소설이지만 읽고 나면 문득 역사학자 유발 하라리의 [호모데우스]를 연상하게 합니다. 하라리는 [호모데우스]를 통해 미래에는 유전공학과 과학기술을 이용하여 신체의 한계를 뛰어넘어 죽음마저 초월하는 신인류가 나타날 것이라고 예상합니다.
만일 소설 속의 쇼와 같은 천재일우의 기회 – 단번에 초인이 되어 인생역전을 할 수 있는 –를 얻을 수 있다면 여러분은 어떤 선택을 하고 싶은가요? 추리소설로서, 사회소설로서 재미와 함께 생각할 시간을 갖게 하는 [조인계획], 일독을 권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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