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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시사

경찰청장의 ‘안심하고 필요할 땐 강경진압하라’는 담화문을 일선 경찰들이 믿지 못하는 이유

by 마인드 오프너 2023. 8.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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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죄자와 단호하게 맞설 수 있는 기반은 수뇌부와 정부가 시스템적인 지원을 통해 갖춰야 한다.

진정될 기미를 보이지 않는 ‘묻지마 흉기 난동 사건’으로 인한 국민들의 불안을 가라앉히고자 마침내 경찰청장이 나섰습니다. "흉기 난동 범죄에 대해 총기, 테이저건 등 정당한 경찰 물리력 사용을 주저하지 않겠다"며 "국민 안전을 최우선 기준으로 경찰관에 대한 면책 규정을 적극 적용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언뜻 들으면 앞으로 경찰들의 난동 대처가 상당히 달라질 것처럼 보이지만 현장에 출동해야 하는 경찰들의 반응을 보면 전혀 그렇지 않습니다. 경찰 실무진들은 “이번에도 보여주기 식 쇼”라는 반응입니다. 실무진의 반응이 이렇다면 수뇌부의 강력한 의지 표명과는 달리 달라질 것이 별로 없을 겁니다.

 

경찰 수뇌부와 현장의 차이가 어쩌다 이 지경까지 왔을까요? 직장인 온라인 커뮤니티인 블라인드에 글을 올린 경찰관의 설명에 그 답이 나와 있습니다. ‘경찰 수뇌부에서 늘 책임진다고 이야기해도 막상 과잉진압 소송이 들어오면 담당 경찰관이 모든 걸 책임져야 하고 패가망신하기 때문’입니다.

 

글쓴이가 예로 든 사건에서 재판부는 경찰에게 강력히 저항하다가 다치거나 사망한 범죄자와 유가족에게 수천만원에서 수억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했습니다. 박봉에도 개고생하며 범죄자를 체포하다가 소송에 휘말려 모든 재산을 다 잃고 나면 과연 어떤 심정이 들까요? 이 상황에서 복지부동하는 경찰들을 비난할 수 있을까요?

 

한국 사회의 문제는 늘 문제가 생기면 그 문제를 야기한 책임자들은 모두 책임 회피에 급급하고 희생양을 찾아 책임을 떠넘긴다는 겁니다. 이번 잼버리 대회만 해도 여가부, 행정부, 문화부 3개 부처가 공동으로 주관했다고 하면서도 정작 세 부처 장관 모두 책임을 회피하고 있는 모양새만 봐도 알 수 있습니다. 수뇌부가 이런 태도를 갖는데 실무진을 비난하면 안 되죠.

 

정부와 경찰 수뇌부는 말로만 “책임지겠다”고 하지 말고 시스템의 근본인 법과 제도를 정비해야 합니다. 임무를 수행하는 과정에서 국가가 경찰들을 보호하지 않으면 경찰들이 국민들을 보호할 수 없습니다. 경찰들의 불신을 회복하고 정부와 수뇌부를 믿고 일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줘야 합니다.

 

눈치보기에 급급한 미봉책이나 책임 회피는 이제 그만둘 때가 되었습니다. 지위가 높으면 일에 대해 책임을 지라는 뜻조차 모르는 수뇌부는 그 자리에 있을 자격이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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