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재는 좋은데 다소 평이한 전개의 영화
영화 <엘리베이션>은 11월에 개봉한 포스트 아포칼립스 액션 스릴러로, 조지 놀피 감독이 연출하고 앤서니 맥키, 모레나 바카린, 매디 해슨 등이 출연했다. IMDb 평점 5.6, 로튼 토마토 평점 55%로 B급 영화 평균 점수를 받았다. 갑자기 나타나 인류 문명을 몰살시킨 기이한 생명체 '리퍼'가 지배하는 세계가 배경이다. 리퍼를 피해 8천 피트 이상 고지대에서 살아가는 인간들이 단순히 살아가는 데 그치지 않고 더 나은 삶, 인간다운 삶을 추구하는 과정을 그리고 있다.
장르 : SF, 액션
개봉 : 2024.11
상영시간 : 91분
감독 : 조지 놀피
주연 : 앤서니 맥키, 모레나 바카린
전 세계를 위기에 몰아넣은 괴물의 출현
전 세계에서 싱크홀이 발생하고, 그 속에서 어디에서 왔는지 알 수 없는 리퍼(Reaper)라는 괴물이 출현한다. 리퍼는 이산화탄소를 감지해서 생명체의 위치를 파악하는 데다 이동 속도도 대단히 빨라서 감지되면 피할 수 없다. 리퍼에겐 총알이나 폭탄 같은 인류의 무기가 통하지 않기 때문에 인류 대다수가 리퍼에게 희생되고, 문명은 파괴될 운명에 처한다. 리퍼의 유일한 약점은 고도 8,000피트(2,400m) 이상 올라가지 못하는 것이다. 극소수의 생존자들은 생존 한계선 위의 피난처에서 살아간다.
아들을 구하기 위해 사지로 향하는 아버지
윌은 아들 헌터, 과학자 니나, 아내의 친구 케이티 등과 록키 산맥 정착지에서 살아간다. 니나는 리퍼를 파괴할 수 있는 총알 개발에 여념이 없다. 폐질환을 앓고 있는 헌터에게 꼭 필요한 산소 필터가 다 떨어지자 윌은 위험을 무릅쓰고 한계선 아래로 가기로 결정한다. 니나, 케이티도 윌과 동행한다. 세 사람은 리퍼에게 쫓기다가 광산 안에서 케이티가 잡혀 살해된다. 윌과 니나는 천신만고 끝에 병원에 도착해서 산소 필터를 손에 넣는다.
영화 제목 엘리베이션(Elevation)의 의미
제목인 엘리베이션은 문자 그대로 해석하자면 '고도'를 뜻한다. 이외에도 제목을 다양하게 해석할 수도 있다. 1. 리퍼를 피하기 위해 정해 놓은 물리적 고도인 해발 8,000피트 이상의 세계를 의미한다고 해석할 수 있다. 2. 멸망의 위기를 극복하고 인류가 다시 지구 생명체 피라미드의 정점으로 돌아가려는(올라가는) 과정을 의미한다고 볼 수도 있다. 3. 좀더 의미를 확대해보면 단순히 생명을 유지하는 데 그치지 않고 만물의 영장으로 더 나은 삶을 추구하려는 인간 정신의 고양을 상징한다고 볼 수도 있다.
<엘리베이션>만의 차별성
이 영화는 관객들에게 익숙한 포스트 아포칼립스 장르에 속하지만 그 외에 몇 가지 독특한 요소를 더해서 차별성을 갖고자 했다. 리퍼가 8,000피트 이상의 고도에는 접근하지 못한다는 설정을 함으로써 인류가 멸망하지 않는 합리적이고 개연성 있는 근거를 마련했다. 아울러 리퍼와 인간들의 대결이 펼쳐질 때 결과를 알면서도 관객들이 극한의 긴장감을 가질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한다. 실제로 영화 초입에서 헌터가 리퍼에게 추격당하는 장면은 입안에 침이 바짝 마를 정도의 조바심을 제공한다.
리퍼의 장갑을 뚫을 수 없다는 한계를 극복하려는 니나의 노력을 통해 뜻밖의 반전을 제공한다. 니나는 온갖 노력 끝에 마침내 리퍼를 박살낼 수 있는 총알을 개발한 후 박살난 리퍼의 파편들 사이에서 뜻밖의 발견을 하게 된다.
리퍼의 정체와 이어지는 반전
산소 필터를 가지고 윌이 떠난 후 니나는 연구소에서 마침내 리퍼의 강력한 장갑을 꿰뚫는 총알을 만드는 데 성공한다. 타고가던 차의 타이어가 펑크나면서 전복된 후 간신히 차밖으로 나온 윌은 리퍼들에게 포위되어 죽음의 위기를 맞는다. 이때 니나가 나타나 리퍼들을 차례대로 파괴한다. 니나와 윌은 리퍼의 부서진 파편을 살펴보고 놀라운 사실을 발견한다. 이 사실은 영화가 끝난 후 등장하는 쿠키에 연결되며 리퍼가 어디서 왔는지에 대한 미스터리를 완벽하게 해소하는 단서가 된다. 크레디트가 올라간 후 쿠키를 보기 바란다.
니나가 해적 깃발을 올려, 다른 정착지에 승리 소식을 전한다. 피난처 생존자들은 니나가 전해준 총알로 무장한 채 리퍼들을 파괴하며 지구 탈환에 나선다.
그래서 볼까? 말까?
<엘리베이션>은 기존에 흔히 보던 포스트 아포칼립스 장르에 속한다. 일단 이 장르를 선택한다는 의도는 ‘생존과 희망’이라는 주제에서 벗어나지 못한다는 태생적인 약점을 감수하겠다는 뜻이다. 당연히 주제 의식이나 스토리텔링은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감독도 이를 의식한 듯 이러한 단점을 보완하기 위해 생존 상한선이라는 독특한 무대를 설정하고 리퍼의 기원에 대한 미스터리와 이에 대한 답을 결말에서 보여준다. 이러한 보완을 통해 액션 장면에서는 나름 긴장감 있는 연출을 보여주고 집중할 수 있는 기회를 선사한다는 점에서 아주 매력적이지는 않지만 킬링타임용 B급 영화로는 괜찮다는 평가를 내리고 싶다.
★★☆
'감성 문화' 카테고리의 다른 글
근미래 앞으로 다가온 AI 파일럿의 문제를 진단하다 : SF 액션 영화 [스텔스(Stealth)] (10) | 2024.12.06 |
---|---|
실베스터 스탤론의 [아머(Armor)] : 지루한 액션과 흐릿한 긴장감의 C급 액션 영화 (8) | 2024.12.02 |
폭력과 구원 사이, 한 남자의 마지막 여정 ; 리암 니슨의 [앱솔루션(Absolution] (8) | 2024.11.30 |
웬만한 추리소설 뺨치는 추리 무협 ; 이재일의 <삼휘도에 관한 12가지 이야기> (6) | 2024.11.29 |
넷플릭스 애니. 하사웨이 3부작 1부. [섬광의 하사웨이]: 우주세기 건담의 새로운 시작 (11) | 2024.11.23 |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