액션이 아닌, 연기로 승부하는 리암 니슨이라니
주름진 손에 쥐어진 방아쇠. 매번 반복되는 꿈, 자꾸만 잊어먹는 중요한 일상 요소들. 리암 니슨이 이번에는 CTE(만성외상성 뇌병증)에 시달리는 갱스터로 돌아왔다. <앱솔루션>은 인터뷰에서 리암 니슨 자신이 직접 밝힌 것처럼 그의 마지막 액션 영화가 될지도 모른다는 기대와 우려 속에서 탄생한 작품이다. 노년의 갱스터가 자신의 과거와 마주하며 펼치는 이 영화는, 리암 니슨의 액션 영화 경력에 대한 일종의 레퀴엠처럼 느껴진다.
장르 : 액션, 범죄
제작 : 미국
제작년도 : 2024
상영시간 : 112분
감독 : 한스 페터 몰란드
주연 : 리암 니슨
과거를 참회하려는 갱스터
<앱솔루션>은 한스 페터 몰란드 감독과 리암 니슨의 재회작으로, 전작 <콜드 체이싱>에 이은 두 번째 협업이다. 토니 게이튼의 각본을 바탕으로, 늙어버린 더그가 자신이 과거에 저지른 죄를 속죄하는 여정을 그리고 있다. 리암 니슨의 최근 작품들과 비슷하게 액션보다 인간적인 면모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주인공의 CTE(만성외상성 뇌병증) 질환 설정은 그의 나이를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제목 <Absolution>은 '속죄'라는 뜻으로 주인공인 더그의 내적 갈등과 구원에 대한 갈망이 중요한 테마로 작용한다.
인생 황혼녘에서야 무엇이 소중한지 깨달은 주인공
주인공 '더그'는 복서 출신의 노년 갱스터다. 최근 들어 자주 주소나 전화번호를 잊어버리는 증세를 겪은 그는 병원에서 CTE 진단을 받고 남은 시간이 얼마 없음을 깨닫는다. 그제서야 더그는 오랫동안 방관한 딸과 아들을 만나고자 하지만 아들은 헤로인 과잉으로 죽은 지 2년이 지났고 딸도 냉담한 반응뿐이다. 더그는 술집에서 구해준 루페라는 여자와 사귀게 되고, 루페는 그에게 중요한 의미로 다가온다. 한편 더그의 보스 찰리는 아들 카일의 미래를 위해 돌봐달라고 부탁하지만 경험 없이 욕심만 앞서는 카일은 더그를 인정하지 않고 사사건건 부딪힌다.
극적인 전환의 계기가 된 배신
계속 반복되는 꿈과 기억의 상실 속에 괴로워하던 더그의 인생에 전환점이 찾아온다. 보스인 찰리로부터 질병을 이유로 해고 선언을 받고 돌아서던 중 그를 죽이려던 킬러들을 보낸 배후가 바로 찰리의 아들 카일이었다는 사실을 알게 된 것이다. 게다가 수십년 동안 운반하면서 신경쓰지 않았던 배달품목이 바로 인신매매를 당한 여성들이었다는 사실을 알게 된 더그는 더 이상 고민하지 않는다. 더그는 찰리를 제거하고 인신매매조직원들도 제거한 후 그 과정에서 입은 상처로 서서히 죽어간다. 영화는 인신매매 여성들을 구출하고 딸을 위해 마지막으로 아버지이자 할아버지로서 유산을 남기고 눈을 감는 더그를 통해 그의 속죄 여정을 담담하게 그려낸다.
아버지이자 시민으로서의 속죄와 구원
이 영화는 ‘속죄와 구원’이라는 보편적 주제를 다룬다. 누구보다도 폭력적인 삶을 살아온 더그가 생의 마지막 순간에 자신의 인생 자체나 다름없던 찰리로부터 버림받고 나서야 자신의 판단 착오와 과오를 깨닫고 바로잡으려는 모습은 이기적이고도 어리석은 인간의 모습을 반영한다. 또한, 아들의 죽음과 딸 데이지의 철저한 외면 앞에서 무너진 가족 관계를 되돌리려는 더그의 마지막 노력은 세상 무엇보다도 중요한 가족 관계의 의미를 다시 한 번 강조한다.
더 늦기 전에 떠나라
리암 니슨은 한 인터뷰에서 자신의 나이를 거론하며 액션 영화에서 은퇴할 뜻을 비쳤다고 한다. 72세인 그의 나이와 최근 개봉한 그의 작품을 고려하면 올바른 선택으로 보인다. 솔직히 말하자면 최근 그가 출연한 <원맨>, <레트로뷰션> 등의 작품에서 리암 니슨의 모습은 더 이상 <테이큰>에서의 날고 뛰는 인상적인 액션 배우가 아니었다. 좀 과장해서 말하자면 일상적인 움직임조차 힘들어하는 것처럼 보였다. 본인도 그렇게 느낀다면 더 늦기 전에 무대에서 내려오는 게 맞다. 액션 장르만 영화가 아니잖는가. 로버트 드 니로를 보라. 액션 스릴러에서 코미디와 드라마로 갈아탄 지 오래다. 영화배우로서 할 만큼 다 했다. 열연을 했지만 이전 두 작품과 크게 다르지 않다는 점에서 <앱솔루션>은 배우로서 리암 니슨의 진로를 선택하는 데 중요한 기로가 될 것으로 보인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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