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산은 한국에서 보기 드문 여성 무협소설 작가입니다. 여성과 무협이라니 잘 안 어울릴 것 같지만 그녀의 필력과 무협 감성은 여느 남성 무협작가를 훨씬 뛰어넘습니다. 무협소설 독자라면 적어도 한 번쯤 진산의 작품을 보았을 것이기에 무슨 의미인지 알겁니다.
<광검유정>은 진산의 첫 번째 단편 무협입니다. 1994년에 발표되었으며 나중에 <진산 무협 단편집: 더 이상 칼은 날지 않는다>에 다른 중단편들과 함께 수록되었습니다.
발표하는 작품마다 기발한 아이디어와 독특한 차별성을 부여하는 진산답게 이 작품도 매우 특이한 무협입니다. 이 작품의 핵심 주제는 "정(情)"입니다. 부녀 간의 복잡한 감정과 갈등을 다루고 있지요.
가정을 소홀히 하고 무림을 종횡하며 숱한 살인을 저지르다 너무 많은 원한을 만든 아버지로 인해 어머니가 죽어야 했던 딸의 애증이 이야기의 맥을 이룹니다. 어머니가 죽은 후 고아가 된 딸은 이를 악물고 무공을 수련한 끝에 아버지를 죽이고자 자객을 보내는 경지까지 이릅니다.
진산은 여러 가지 진귀한 무공 자랑이나 먼치킨 주인공의 무림 말살(?)과 같은 해괴한 짓은 지양합니다. 대신 등장인물들의 내적 갈등을 섬세하게 그려내며 독자들을 끌어들이지요. 표면적으로는 복수를 다루는 것 같지만, 실제로는 정(情)과 애증에 대한 이야기라고 볼 수 있습니다.
<광검유정>은 진산이 무협소설 장르에 새로운 해석을 가져온 작품으로 평가받습니다. 새로운 관점을 갖는다는 건 말은 쉽지만 실제로는 어려운 법인데 항상 전통의 틀을 벗어나고자 시도하는 작가의 노력에는 박수를 보내지 않을 수 없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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