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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성 문화

입봉 감독이 이 정도 스파이 액션 영화를 찍었다고? <헌트>

by 마인드 오프너 2022. 10.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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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감독, 이런 재능이었어???

 

장르 : 액션, 드라마

상영시간 : 125분

개봉 : 2022.08.10.

감독 : 이정재

주연 : 이정재, 정우성

등급 : 15세 관람가

누적관객 : 4,348,022명(09.30 기준)

 

 


 

다시 보게 되는 이정재

이정재는 배우다. 아니 배우였다. 이제부터는 감독 겸 배우라고 불러야 한다. 그것도 영화를 꽤나 잘 만들 줄 아는. 개인적으로는 어색한 연기 때문에 이정재를 높게 평가하지 않는다. 그런데 감독으로는 다르다. 입봉작을 이 정도 퀄리티로 뽑아내다니 놀랄 노자다. 보기 전에는 아예 기대를 내려놓았었다. ‘그래봤자 첫 작품인데 얼마나 잘 만들었겠어?’ ‘그래봤자’가 아니다. 정말 잘 만들었다.

 

감독하랴, 배우하랴 바빴겠다.

 

 


 

기대 이상인 이유

첫 연출작은 쉬운 소재를 고르는 게 안전빵이지 않을까. 이정재는 정면돌파를 선택했다. 실제 역사에 상상을 더했다. 국내 현대사 중 가장 복잡하고, 이견이 많으며, 하루빨리 청산해야 하는 시대를 정조준했다.(난 매번 이런 영화를 볼 때마다 역사 청산은 왜 연예인들이 앞장서는지 모르겠다.) 구성도 복잡하다. 액션과 첩보, 미스터리가 넘나든다. 남한의 안기부와 북한의 정보부가 벌이는 치열한 정보전 가운데 활약하는 스파이의 정체를 밝혀내야 한다. 판은 깔아놨으니 제대로 마무리만 하면 된다.

 

두 사람의 라이벌 구도와 경계가 시종일관 영화의 추진동력이 된다.

 


 

갈등의 극적인 봉합

마침내 밝혀지는 ‘동림’의 정체는 그다지 놀랍지 않다. 동림이 누구인지는 어렵지 않게 추측할 수 있다. 비중이 가장 높은 둘 중의 하나다. 이정재 감독은 교묘하게 다른 용의자들을 내세워 관람객들의 추리 나침반을 엉뚱한 곳으로 유도한다. 정작 놀라운 건 동림의 정체가 밝혀진 후 갈등의 극적인 봉합 과정이다. 이 과정을 제대로 풀어내지 못하면 영화가 맥이 빠지거나 개연성 실종으로 실망을 자아내기 마련인데 초보 감독은 기가 막힌 개연성을 결부시킴으로써 남북한 첩보원의 공조를 이끌어낸다.

 

서로 다른 체제를 위해 대통령을 죽이거나 살리려는 선택을 한 그들. 시대 상황을 모르면 이해하긴 어렵다.

 

 


적재적소에 박아넣은 팩트와 상상

이 영화는 실제 역사에 많이 근거한 <남산의 부장들>이나 순전히 상상으로 만든 <강철비>와는 전혀 다른 궤도를 따라간다. 실제 역사와 상상력의 균형감을 절묘하게 유지한 채 마지막까지 끌고 간다. 전두환 쿠데타 세력의 만행을 지켜본 당시 세대라면 이 영화가 얼마나 가슴 깊이 다가오는지 공감할 것이다. 광주사태의 회상 장면이나 아웅산 폭탄 테러를 연상케하는 태국 폭파 장면은 나도 모르게 그 시대의 기억을 떠올리게 만든다.(전두환이 그때 죽음을 피한 걸 보면 아무리 극악한 인간이라도 타고난 운명은 다 있다는 걸 믿게 된다.)

 

아웅산 테러를 연상케 하는 태국 테러 전 장면.

 


 

흥미를 더하는 미스터리 요소

대통령 암살의 배후를 조사하는 와중에 터져 나온 안기부 내 첩자의 존재는 극의 흥미와 긴장감을 높이는 요인이다. 작전명 ‘동림’으로 알려진 스파이에 대해서는 반응이 저마다 다르다. 안기부를 혼란시키려는 북한의 ‘심리전’이라는 주장부터 다양한 주요 후보자 명단마저 떠오른다. 가장 황당하면서도 공감대를 느꼈던 부분은 시나리오를 쓴 후 거기에 맞춰 용의자를 체포하고 고문을 통해 거짓 자백을 작성하는 걸 당연시했던 그 시대의 야만성이다. 감독은 시대 상황을 조명하면서도 동림의 존재가 관심 밖으로 사라지지 않도록 끌고 감으로써 결말까지 흥미 요소를 놓치지 않는다.

 

이 시대는 독재와 야만과 폭력, 조작과 협잡이 일상이었던 사실을 알아야 한다.

 


 

눈 나오는 캐스팅

이게 스타 출신 감독의 힘이 아닌가 싶다. 도대체 어떻게 섭외가 가능했을까 의심스러울 정도의 초호화 캐스팅이다. 다른 영화였다면 최소한 조연 내지는 주연으로 출연해도 전혀 어색하지 않은 배우들이 카메라를 채웠다가 사라진다. 비행기를 몰고 남하한 리중좌 역의 황정민, 동경지부 요원 역의 조우진, 주지훈, 박성웅, 김남길(심지어 김남길은 보지도 못했다), 군납업체 대표 역의 유재명, 박평호의 회상 씬에 등장하는 이성민 등이 기꺼이 우정출연을 해줌으로써 초보감독의 입봉을 축하한다. 이 친구들을 다 돈 주고 섭외하려면 도대체 얼마를 써야 하는 거냐.

 

대기업 과장 출신의 허성태는 정말 전직을 잘 한듯 하다.

 


 

나쁘지는 않은 액션

대통령 암살을 막는 과정과 남북한 정보원들의 접전 과정, 태국 폭파 사건 장면에서의 총격전과 백병전 연출도 나쁘지 않다. 나쁘지 않다는 의미는 한국 액션영화에 비추어보면 A를 줄 수 있지만 마음에 100% 흡족하지는 않다는 거다. 대부분 알고 있겠지만 이 바닥의 모범 사례는 단연 마이클 만 감독의 <더 히트, 1995>다. 발 킬머와 로버트 드 니로, 알 파치노가 벌이는 도심의 총격전은 지금 봐도 섬뜩하고 피가 솟는다.(영화 속 총성은 실제 총격음이다.) 안주하지 말고 톱 클래스에 근접할 수 있는 덕후력을 기대해본다.

 

마이클 만 감독의 <더 히트>를 오마주한 걸까.

 


 

양면의 칼날이 될 수 있는 시대 배경

극의 시대 배경이 지금으로부터 40년 전 국내 상황이라는 점은 젊은 세대나 혹은 해외 영화팬에게는 이야기 이해에 장벽으로 작용할 수도 있다. 남북한의 대치 상황, 박정희 독재와 10.26 사태, 전두환의 쿠데타 등 일련의 시대 상황을 모두 이해하지 않으면 영화 속 두 주인공의 정반대되는 선택을 이해하지 못하게 된다. 자신이 속한 체제와 이념을 배신한다는 건 쉽게 납득되지 않기 때문이다.

 

시나리오를 쓰고, 그에 따라 용의자를 만들고, 여의치 않으면 고문과 협박으로 범인을 만들던 시대.

 


옥의 티 부분들

무엇보다 불만은 등장인물들의 대사가 잘 안 들린다는 점이다. 요새 한국 영화들 중 오디오에 문제가 있는 영화들을 가끔 만나는데 시스템의 문제인지, 해당 작품만의 문제인지 궁금하다. 속도가 빠른 전개 덕분에 묻혀 버렸지만 박평호가 벌여놓은 사건들이 너무 쉽게 마무리되는 점도 의아하다. 안기부 내에 방주경의 행방을 궁금해하거나 찾는 사람이 아무도 없고, 박평호가 동경에서 미리 계획된 북한 고위직의 망명작전을 갑자기 바꾸는 점도 납득이 어렵다. 다시 생각해보면 그런 점들을 일일이 마무리한다면 이야기가 늘어질 수 있고, 가지가 너무 많아지는 부작용을 고려해서 과감하게 절제한 게 아닌가 싶다. 옥의 티가 없지 않지만 뚝심 있게 밀고 나가 기대 이상의 결과를 만들어 낸 초보 감독에게 응원의 박수를 보낸다.

 

안기부 내에서 방주경은 왕따였던 것이다.  그녀가 사라져도 아무도 관심을 안 갖는 걸 보면.

 

 

압도적!

좋은데?

시도는 좋다

그냥저냥

시간이아까워

장난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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