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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성 문화

이해 관계가 엇갈리는 군상들의 갈등과 암투를 그린 전쟁 만화, <펌프킨 시저스>

by 마인드 오프너 2023. 1. 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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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빈 소위(좌)와 롤란드 하사(우)

 

작가 : 이와나가 료타로

연재 : 단행본 23권 연재 중

연재 기간 : 2002~

 


전쟁을 소재로 한 만화이나 여러 가지 면에서 기묘하다. 일단 극중에서 전쟁은 끝이 난 상태이나 전쟁은 끝나지 않았다. 1차 세계대전 당시를 연상케 하는 가상의 세계에서 '제국'과 '프로스트 공화국'의 전쟁은 막을 내렸다. 하지만 전선에서의 전쟁이 끝났을 뿐 후방에서는 사람들이 알지 못하는 전쟁이 막 시작된 참이었다.

 

제국 육군 정보부 제3과는 일명 ‘펌프킨 시저스’로 불린다. 단단한 호박을 가르는 가위처럼 전쟁으로 인한 후유증을 가차 없이 처리하기 위해 설치된 부대라는 의미다. 제목이 펌프킨 시저스이니 주인공들도 당연히 육정 3과의 구성원들일 수밖에 없다.

 

여기서 특히 눈에 띄는 인물은 귀족 출신인 알리스 레이 말빈 소위와 나중에 하사로 합류하는

란델 올란드다. 여자인 말빈 소위는 이상주의자다. 전재 부흥의 숭고한 사명을 위해 목숨을 바쳐 헌신하겠다는 이상을 품고 있지만 현실이 그렇지 않음을 발견하고 자주 좌절한다.

 

란델 올란드는 말빈 소유와 대척점에 서 있다. 가난한 평민 출신인 그는 할렘이나 다름없는 0번지구의 아이들을 살리기 위해 스스로 인체실험 기관에 돈을 받고 자신의 몸을 팔았다. 무자비한 인체 강화 실험의 결과 올란드는 제국에서 숨기고 있는 901 대전차 엽병부대(901 ATT)의 일원으로 다시 태어난다. 파란 랜턴이 켜지면 혈혈단신으로 전차와 맞짱을 뜨는 괴물이 되는 것이다.

 

이야기는 비교적 합리적으로 부대의 목적을 실현하고자 하는 3과와 정보부대로서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1, 2과를 비교하면서 국내외 사건을 조명한다. 다양한 이야기들이 에피소드로 등장하면서 처음에는 꽤나 흥미롭게 진행된다.

 

 

특히 눈에 띄는 부분은 제국의 군사기술을 발명했던 천재 카우프란이라는 인물이다. 카우프란은 당대의 군사기술자들의 한계를 규정하는 괴물이었다. 상상하는 무기를 만들어주는 법을 알려줘도 기술자들이 이해를 하지 못하자 그 무기를 만드는 방법과 소재까지 친절하게 알려주는....

 

하지만 10권이 넘어가면서는 이 만화의 단점이 심각하게 부각된다. 일단 설명이 너무 많다. 텍스트를 읽다가 지친다. 이야기와 직접적인 관계가 없는, 등장인물의 내면 생각과 주변 상황에 대한 설명도 무지막지하다. 덕분에 에피소드의 흐름이 뚝 끊기고 거의 한 권을 허비하는 경우도 있다.

 

철학책이 아닌데 전쟁이나 삶에 대한 심각한 이야기를 주절주절 늘어놓는다. <베르세르크>처럼 가볍게 짚고 넘어가는 게 아니라 생각에 대한 부연 설명이 너무 많다. 여기다 너무 많은 캐릭터

들이 등장하고 이들에게 한두 마디씩 던질 수 있는 기회를 주다 보니 전개가 느릴 수밖에 없다.

 

어지간하면 참고 끝까지 보려 했으나 결국 각국의 회의가 시작되는 장면에서 참지 못하고 던져 버리고 말았다. 이대로라면 앞으로의 이야기가 전혀 기대가 되지 않는 작품이다. 초기에는 상당히 기대를 했던 작품인데 도대체 왜 이렇게 되었을까 의문이다. 작가가 이 작품 하나만 붙잡고 작화를 하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집착이 너무 심했던 걸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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