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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성 문화

이쯤 되면 연상호 감독의 연출 능력에 의심을 품을 수밖에.... 넷플릭스 SF 영화 <정이>

by 마인드 오프너 2023. 1. 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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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르 : SF, 액션

제작국 : 한국

상영시간 : 98분

개봉 : 2023.1.20.

감독 : 연상호

주연 : 김현주, 강수연

 

연출작마다 널뛰기를 하는 희한한 감독

 

연상호 감독은 독특하다. 연출하는 작품마다 편차가 크다. 그의 오늘을 있게 만든 대표 흥행작은 단연 <부산행, 2016>이다. 이 작품을 베이스로 <서울역>이라는 애니메이션을 만들었지만 반응은 별로였다. 2017년에는 <염력>을 연출했으나 대차게 말아먹었다. <부산행>의 감독이라는 게 믿기지 않을 정도로 졸작이었다. 2021년에는 <반도>를 내놓았으나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그래서인지 연상호 감독의 영화는 뚜껑을 열기까지는 믿음이 가지 않는다. 이번에는 어땠을까.

좀비물은 싫어하지만 <부산행>은 대중성을 확보하고 있었다.

 


 

묵시록 배경의 SF영화

 

<정이>는 기후변화로 폐허가 된 지구를 배경으로 하는 SF액션영화다. 할리우드 영화에서 많이 사용한 익숙한 설정으로 도입부를 장식한다. <엘리시움, 2013>을 연상시킨다. 지구인들이 지구와 달 사이에 만든 80개의 쉘터 중 3곳이 반란을 일으켜 전쟁이 일어난다. 특수부대원 ‘윤정이’는 수많은 작전을 승리로 이끌며 용병의 전설이 되지만 작전 중 실패로 식물인간이 된다. 군수 A.I 개발 회사인 크로노이드는 윤정이의 두뇌를 복제해 궁극적인 전투 안드로이드를 개발하는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그 책임자로 정이의 딸 서현을 임명하는데...

오랜만에 스크린에 모습을 드러낸 강수연. 그녀의 유작이 되고 말았다.

 


 

초반 설정을 배반하는 중후반 전개

 

초반의 액션 연출은 나무랄 데가 없다. 한국 SF가 이렇게나 발전했다고? 전투 액션 연출도 좋고 등장하는 안드로이드들의 CG도 할리우드 못지않다. 하지만 딱 여기까지다. 이 모든 것이 A.I 개발을 위한 시뮬레이션이라는 사실이 드러나면서 영화는 산으로 가기 시작한다. 반란을 일으킨 쉘터들과의 전쟁을 마무리해야 할 정이가 시뮬레이션에서 헤어나지 못하는 데다 나중에는 폐기될 운명에 처한다. 그 다음에는 엄마의 뇌를 구하기 위한 서현의 눈물 나는 신파극으로 돌변한다. 그동안 본 영화 중에 이처럼 초반과 후반의 이야기 전개가 따로 노는 작품을 본 적이 없다.

SF액션을 표현하는 CG는 할리우드 못지 않다.

 


 

이해하기 어려운 설정

 

윤정이의 시뮬레이션을 정당화하기 위한 초반 설정에도 허점이 많다. 80개 쉘터 중 3개 쉘터가 반란을 일으켰는데 나머지 77개 쉘터들이 이들을 진압하지 못한다는 점도 이상하다. 3개 쉘터가 그 정도로 압도적인 군사력 우위에 있었던 것일까?

 

윤정이가 능력이 탁월한 군인이긴 하지만 반란 쉘터들과의 전쟁에서 승부의 무게추를 좌우할만한 특별한 능력을 가진 것도 아니다. 수많은 군인들 중에서 조금 더 작전 수행 능력이 뛰어날 뿐이다. 마블의 영웅들처럼 전쟁을 개인의 힘으로 끝낼 능력조차 없는 그녀를 붙잡고 예산만 축내는 것인지 명쾌한 이유가 없다. 정이 개발에 대한 프레젠테이션 현장에서 군 장성들이 지루해하는 건 당연하다.

극의 흐름을 방해만 하는 소장 캐릭터.

 


 

닭잡는 일에 소잡는 칼을 쓰다니

 

고인이 된 강수연이 등장한다고 해서 호기심을 가졌지만 결과적으로는 강수연의 연기력을 보여줄만한 기회조차 보이지 않는다. 이를 두고 닭 잡는 일에 소 잡는 칼을 쓴다고 하는 거다. 강수연이라는 배우의 스케일을 담기에는 서현이라는 캐릭터가 한참 모자란다. 극의 흐름을 단번에 전환시키거나, 감동을 주거나, 카리스마 있는 연기를 보여줄 기회도 주지 않는다. 강수연을 제대로 활용도 못하면서 감독은 왜 캐스팅을 한 걸까.

강수연이 맡은 서현은 딱히 고도의 연기가 필요하지 않은 배역이다.

 


 

그나마 건진 소득

 

크레딧이 올라간 후에 드는 유일한 생각은 중국 판타지나 SF영화와 크게 다를 게 없다는 것이었다. 이미 국내 CG나 특수효과 기술은 <승리호>나 <외계인>을 통해서 충분히 검증되었다. 중국의 CG기술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영화는 시각적인 기술로 완성되지 않는다. 더 중요한 건 스토리텔링이다. 설득력 있는 스토리텔링 없이 이미지만 그럴듯한 영화는 기초가 부실한 건축물이나 마찬가지다. 이야기는 산으로 가는 영화를 보며 CG는 좋았다고 위안을 삼는 게 그나마 이 영화에서 건진 소득이다.

이런 장르의 영화를 자체적으로 만들 수 있다는 위안이 그나마의 소득이다.

 

 


 

차기작은 어떻게 될까

 

작품의 수준이 널을 뛰고 있기에 연상호 감독의 차기작이 더 궁금해진다. 투자자들이나 제작자들의 입장에서는 계륵과도 같은 존재로 보일 수도 있다. 쓰자니 불안하고, 안 쓰자니 다른 작품에서 <부산행>처럼 대박이 날 것 같기도 하고. 시각적인 기술은 어차피 외주 제작인데다 충분히 검증되었으니 이들을 제대로 활용할 수 있는 스토리텔링부터 고민을 하는 게 좋은 차기작을 만들 수 있는 최선의 방법 아닐까.

관객들이 이 영화를 신파극으로 기대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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