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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성 문화

디즈니 오리지널 영화. 너무 착한 피노키오가 긴장감과 재미마저 삭제하다, <피노키오>

by 마인드 오프너 2022. 10. 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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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르 : 판타지, 뮤지컬, 드라마

제작국 : 미국

개봉 : 2022.09.08

상영시간 : 101분

감독 : 로버트 저메키스

주연 : 톰 행크스, 조셉 고든

등급 : 전체관람가


 

원작 피노키오가 이랬나?

 

디즈니에서 공개한 영화 <피노키오>를 보고 나니 가장 먼저 의문이 떠오른다. ‘원래 동화가 이렇게 심심했나?’

실사 영화라는 사실과 감독이 로버트 저메키스, 주연이 톰 행크스, 귀뚜라미 목소리로 조셉 고든 레빗이 등장한다는 점에서 기대했지만 결과는 실망스럽다. 그나마 장점이라면 CG정도일까.

 

상상력으로 읽어야 했던 텍스트를 시각적으로 변환한 점은 좋지만 원작의 재미와 긴장감을 밀도있게 조성해주던 이야기의 핵심이 송두리째 빠져 있다. 당연히 이야기에서 오는 흥미는 별로 다. 원작의 말썽쟁이 피노키오를 너무 착한 캐릭터로 바꾼 게 문제다.

영화 속 피노키오는 악동이라기보다 왕따에 가깝다.

 


 

원작과의 결정적인 차이

 

원작 동화와 디즈니 영화의 가장 큰 차이점은 피노키오가 이야기를 끌고 가느냐, 따라가느냐에 있다. 원작의 피노키오는 상당한 말썽꾸러기다. 피노키오는 완성되자마자 달아나고 제페토는 그를 잡으려다 아동 학대범 누명을 쓰고 경찰에 체포된다. 피노키오는 진정 어린 충고를 하는 귀뚜라미에게 망치를 던져 죽인다. 이웃에 먹을 것을 얻으러 갔다가 물벼락을 맞은 후 젖은 다리를 말리려 화덕에 발을 올리고 자다가 다리가 모두 불타 버린다.

 

경찰서에서 돌아온 제페토는 피노키오의 새 다리를 만들고 자신의 겉옷을 팔아 피노키오에게 교과서를 사 준다. 이쯤 되면 자식이 웬수다.

 

원작 동화에서는 피노키오가 대부분 사건의 주범이다. 주범인 이유가 있다. 문제를 계속 일으킴으로써 나중에 인간이 되기 위한 복선을 쌓는 것이다.

피노키오는 악행을 쌓을 기회조차 얻지 못한다.

 


 

지루하고 심심한 이야기 구성

 

디즈니 영화의 피노키오는 수동적이고 소극적인 캐릭터다. 탄생부터 그렇다. 원작의 피노키오는 나무막대기 상태에서 말을 하지만 영화의 피노키오는 요정의 도움을 기다릴 뿐이다. 모든 사건에서도 사태 파악을 잘 하지 못해서 말려든다. 한 박자씩 늦는 느낌이다.

 

영화의 피노키오는 인간이 될 기회조차 얻지 못한다. 남에게 피해를 주거나, 나쁜 일을 한 적이 없기 때문이다. 오히려 나쁜 일을 하는 악당들의 수작에 걸려 숱한 골탕만 먹는 가엾은 피해자다. 나무인형인 채로 퇴장하는 피노키오의 뒷모습은 그다지 인상적이지도 않다.

 

피노키오의 운명이 더 악화되지 않는 이유는 운이 억세게 좋기 때문이다. 운이 좋은 주인공이 운명의 장난 속에서 큰 문제 없이 이리저리 떠밀려 돌아가다 해피 엔딩을 맞는 구성. 긴장감이나 재미가 있기 어렵다.

피노키오는 더 나쁜 환경으로 전락할 수 있었지만 운이 좋아서 아슬아슬하게 빠져나간다.

 


 

무의미하게 소비하는 명배우

 

닭 잡는 데 소 잡는 칼을 쓴 격이다. 어쩌면 브랜드 효과를 노렸을지도 모를 일이다. 제페토 역을 톰 행크스가 맡았다는 소식에 많은 관객들이 기대감을 가진 것은 사실이니 말이다. 하지만 제페토 역은 톰 행크스의 연기력을 십분 발휘하기에는 대본의 역할이 너무 제한적이었다.

 

영화 <핀치>에서 로봇과 함께 폐허가 된 세상에 남겨진 과학자 역할과 비교해보면 차이가 극명하게 보인다. 핀치는 위기도 있고, 외로움도 있고, 절망도 있는 가운데 기쁨을 찾지만 제페토는 어려운 감정은 극히 일부이고 대부분은 아버지가 보여줄 수 있는 감정뿐이다. 고래의 추적을 받을 때를 제외하면 제페토의 감정은 안정을 유지한다.

사실 톰 행크스가 연기력을 보여줄만한 대본이 아니다.

 


도대체 귀뚜라미는 왜 나온 거야?

 

​원작에서 귀뚜라미는 피노키오가 사람이 되기 위한 일종의 희생양이었다. 짧은 분량이었지만 그 비중은 결코 녹록하지 않았다. 영화에서 굳이 귀뚜라미를 출연시키면서 나래이션을 했어야 하는지 의문이다. 보이지 않는 화자로서 나래이션을 해도 별 차이가 없었을 것 같다.

 

귀뚜라기가 출연해서 피노키오에게 뭔가 의미 있는 변화가 생기는 것도 아니다. 결국 귀뚜라미가 하는 역할이라고는 좀더 빠르게 진행할 수 있는 이야기의 속도를 강제적으로 늦추는 것뿐이다. 이야기 구성이 쫀쫀하고 흥미진진하다면야 속도를 줄이는 역할도 나름 의미가 있겠으나 허술한 이야기에 있어도 없어도 그만인 나래이션마저 덧붙으니 재미 면에서는 오히려 악재가 겹친 셈이다.

굳이 나래이션에 귀뚜라미가 필요했을까.

 


 

이야기를 하다 만 느낌

 

피노키오가 집을 나선 후 경험하는 모험 역시 특별한 게 없다. 테마파크에서의 경험하는 사건 역시 원작과 달리 당나귀가 되지 않고 끝남으로써 이도저도 아닌 상황으로 마무리된다. 영화가 이미 종반에 접어들었는데도 딱히 볼거리가 없으니 저매키스 감독도 급했나 보다. 마지막에 거대한 고래를 출연시켜서 추격전에 동원한다. 분위기를 반전시켜 보려는 기색이 역력하지만 이미 자원의 3/4을 털어 넣은 연후라 노력의 효과는 그다지 보이지 않는다. 잠깐 눈요기를 시킬 뿐이다.

 

인간 아버지와 나무 아들은 위기를 함께 넘긴 후 더욱 친근해진 느낌을 공유하며 화면 밖으로 사라진다. 이게 끝이야? 저절로 탄식 소리가 터져 나온다. 이게 뭐람. 영화를 만들다 만 느낌이다. 마무리가 아쉽다. 나이가 먹어서 동화가 어색한 건가. 저매키스의 연출 실력이 줄은 건가. 요상하다. 요상해.

그나마 긴장감을 살짝 유발하는 고래 씬.

 

 

 

 

 

압도적!

좋은데?

시도는 좋아

그냥저냥

시간이 아까워

장난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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