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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성 문화

동화 <오즈의 마법사> 이면의 진실을 화려한 영상과 음악으로 부활시킨 뮤지컬 영화 [위키드]

by 마인드 오프너 2025. 1.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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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원작을 영화로 옮기다

 

작년에 개봉한 뮤지컬 영화 <위키드>는 그레고리 맥과이어가 1995년 발표한 소설 <위키드 : 사악한 서쪽 마녀의 삶과 시간들>을 원작으로 2003년 브로드웨이에서 초연한 뮤지컬 <위키드>를 스크린으로 옮긴 작품이다. 뮤지컬 <위키드>는 2003년 10월 뉴욕 브로드웨이 초연 이후 전 세계에서 6천만 명 관람객 동원, 50억 달러의 흥행 수익을 기록하고 토니상, 그래미상 등 100여 개 상을 수상한 대작이기도 하다. 1900년 출간된 라이먼 프랭크 바움의 소설 <오즈의 마법사>의 이면에 감추어진 진실을 알리고 있다. 이런 원작소설과 뮤지컬을 영화로 옮겼으니 기대가 되는 건 당연지사.

한국에서도 공연했던 뮤지컬 <위키드>


흠. 포스터의 카피와 달리 영화는 천재적인 능력이 없으면 도전조차 불가능하다고 말한다. 영화를 보긴 한 거냐.

 

장르: 판타지, 뮤지컬

상영시간 : 160분

개봉 : 2024.11.20

감독 : 존 추

출연 : 신시아 에리보, 아리아나 그란데

등급 : 전체관람가


마녀는 태어나는가, 만들어지는가

 

오즈의 세계에서 가장 사악한 존재로 알려진 서쪽 마녀의 이름은 엘파바이다. 녹색 피부로 태어나 어린 시절부터 세상의 편견과 맞서 싸워야 했던 그녀와 그녀의 친구 글린다의 이야기가 스크린에 펼쳐진다. <위키드>는 어린이들을 위해 각색된 동화의 이면에 숨겨진 사회의 참모습을 보여주는 동시에 선과 악의 경계가 얼마나 모호한지를 일깨워준다. 동시에 사회로부터 편견과 왕따에 희생되고 괴롭힘을 받는 소수에 대한 차별문제, 동물 학대 등 PC에 관련된 문제도 자주 언급된다.

엘파바의 비극은 엄마인 이 여자의 불륜으로부터 비롯되었다. 백인 남편, 흑인 아내인데 딸이 녹색이다? 답은 뻔하지.


제목 위키드(Wicked)의 의미

 

위키드(Wicked)라는 제목은 '사악한', '못된'이라는 의미로 통용되지만 속어로는 '굉장한', '멋진'이라는 상반된 뜻도 포함한다. 이 제목은 나중에 서쪽마녀가 된 주인공인 엘파바가 사회에 나와 겪는 ‘사악한’ 편견과 인물들의 괴롭힘을 포함하는 동시에 그녀가 가진 특별한 능력(마법)을 동시에 나타내고 있다. 결국 이 영화는 ‘위키드’한 주인공이 ‘위키드’한 세상의 편견과 고정관념에 도전하는 과정을 묘사하고 있는 걸로 요약할 수 있다.

녹색피부로 태어났지만 천만다행으로 누구보다도 강력한 마법을 지녔다.


원작 뮤지컬과의 비교: 스크린에 펼쳐진 오즈의 세계

 

이 영화를 제대로 논하려면 브로드웨이에서 성황리에 공연된 뮤지컬 <위키드>와 비교하지 않을 수 없다. 하지만 필자는 원작 뮤지컬을 보지도 못했을뿐더러 원래 뮤지컬 자체를 좋아하지도 않는 편이다. 따라서 뮤지컬과의 비교를 객관적으로, 합리적으로 하는 건 무리이나 각종 매체에 서 이야기하는 내용을 종합해 보자. 영상과 음악을 조합시킨 표현 자체는 평균 이상이라는 호평이다. 특히 뮤지컬이 갖는 태생적인 무대 표현의 한계를 벗어나면서 시각적으로는 원작 뮤지컬 이상의 매력과 특별함을 더했다는 반응이다. 뮤지컬의 핵심 넘버들을 그대로 살리고, 시각적 효과를 극대화한 것이 긍정적인 반응을 이끌어내고 있다.

오즈로 가는 기차를 이렇게 표현하다니. 시각적인 완성도에서는 뮤지컬이 영화를 따라가기 어렵다.


엘파바와 글린다 : 편견을 넘어선 우정의 힘

 

엘파바(신시아 에리보)와 글린다(아리아나 그란데)는 모든 것이 다르다. 녹색 피부의 엘파바는 태어나면서부터 아버지에게 차별받고 자라지만, 강한 정의감과 마법 능력을 지녔다. 반면 글린다는 아름다운 외모와 날씬한 몸매로 인기 폭발이다. 마법학교에서 같은 방을 쓰게 되면서 알게 된 두 여성은 처음에는 서먹서먹하지만 차츰 서로의 다름을 인정하고 이해하면서 깊은 우정을 쌓게 된다. 영화는 이 두 인물이 성장하고 도전하는 과정을 중심으로 오즈 세계의 숨겨진 비밀과 마법사의 실체를 파헤치는 모험을 그려낸다.

나중에 남쪽마녀가 되는 글린다. 서쪽마녀의 죽음을 알린다.


판타지 속에서 이야기하는 현실 비판

 

<위키드>는 판타지 세계관을 그려내고 있지만 그 속에서 현실 사회의 문제들을 돌려깐다. 동물들의 강의 권리 박탈과 엘파바에 대한 차별은 소수자 차별 문제를 다루고 있다. 그런데 이런 비판이 딱히 두드러지도, 차별적으로 보이지는 않는다. 최근에 워낙 많은 영화에서 다룬 소재이기 때문이다. 이야기 구성과 진행에 필수적인 요소로 이해하면 되겠다. 다만 160분이나 되는 상영시간은 지루하게 느껴진다. 신변잡기를 다루며 소비하는 시간들을 줄여서 120분 내외로 압축했으면 더 좋았을 것이다.

염소 교수의 강의권 박탈 장면으로 소수자 차별이라는 현실을 비판하지만 딱히 인상적이진 않다.


음악과 영상의 조화

 

<위키드>의 가장 큰 강점(이 영화를 선호하는 관람객의 경우)은 뮤지컬 넘버와 영화적 요소의 조화다. 이 영화의 하이라이트라고 할 수 있는 'Defying Gravity'나 'Popular' 같은 대표곡들은 영화의 맥락 속에서 깊은 의미를 가지며, 이 곡들을 알고 있는 관객들의 마음을 충분히 사로잡을 수 있다. 특히 결말의 'Defying Gravity' 장면은 이 영화의 백미라 할 수 있다. 1부로 충분할 영화를 2부로 나눈 장삿속은 마음에 들지 않지만 2부로 나눠야 하는 시점을 고민해야 한다면 이 순간 말고는 생각할 수 없다.

군무도 추고 솔로도 하는데 솔직한 심정으로는 발리우드의 군무가 더 낫다. ㅜㅜ


지루하다는 점만 빼면 수작

 

뮤지컬을 좋아하지 않는 필자 입장에서는 <위키드> 같은 영화를 긍정적으로 평가하기 어렵다. 이럴 땐 편견과 선입견을 빼고 보이는 그대로 판단할 수밖에 없다. 내용도 없고 메시지도 없는 중간 부분을 지루하게 끌고간 단점을 제외한다면 시각 효과나 뮤지컬 부분은 단점을 비판하기 어렵다. 뮤지컬을 본 관객이 음악적인 부문에서 이 영화를 어떻게 평가했을지 궁금하다. 음악에서 비판적인 시각을 가졌더라도 무대 장치 한계로 제한적이었던 배경이나 세계관을 화려한 영상미로 되살린 부분에서는 거의 이견없이 긍정적인 평가를 내릴 것으로 보인다.

자신의 정체성을 찾아 떠나려는 엘파바. 굳이 1, 2부를 나눈 건 속이 들여다보이지만 나눠야 한다면 이 지점이 최선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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