액션이 안 되니 파괴만
넷플릭스에서 7월 3일 방영을 시작한 <비버리힐스 캅 : 엑셀 F>은 에디 머피를 주연으로 한 <비버리힐스 캅> 시리즈의 4번째 영화다. 전편인 <비버리힐스 캅 3> 이후 무려 30년만의 후속작이다. 한 세대가 지났기에 젊은 세대들이 시리즈를 잘 모를 것이라 생각했는지 주인공인 엑셀 폴리의 이름을 친절하게 부제로 덧붙였다. 올해로 64살인 에디 머피가 여전히 주인공을 연기하는데 적어도 외모와 체형은 3편과 크게 다르지 않은 느낌이다. 하지만 실제 액션 연기는 버거웠는지 본 영화에서 제대로 된 액션 장면은 거의 찾아볼 수 없다. 주인공이 액션을 못하니 다른 볼거리를 만들어야 했다. 주인공이 움직이는 액션은 찾기 힘들고 거리를 누비며 남의 차들과 공공기물을 마구잡이로 파괴하는 이유다.
장르 : 액션, 코미디
제작국 : 미국
상영시간 : 115분
감독 : 마크 몰로이
주연 : 에디 머피
등급 : 청불
디트로이트 골치덩이 형사, 비버리힐즈로 가다
디트로이트 경찰 마이크 우디와 엑셀 폴리는 아이스하키장에서 선수들의 락커룸을 털고 도망친 범인들을 제설차로 추적해서 체포한다. 그 과정에서 시민들의 피해와 기물 파손 규모가 심각하다. 폴리의 딸 제인은 비버리힐즈 변호사로 언더커버 코플런드 살인범으로 누명을 쓴 엔리케스의 무죄를 믿고 변호하다가 주차장에서 괴한들로부터 위협을 받는다. 폴리는 옛 동료 빌리와 딸을 만나기 위해 비버리힐스에 있는 빌리 집을 방문했다가 무언가를 찾고 있는 괴한들과 격투를 벌인다. 주차 단속 경찰의 전기 자동차를 타고 도주하던 폴리는 수많은 자동차를 폐차로 만든 후에 체포된다. 폴리는 제인에게 정보 교환을 대가로 자신을 꺼내달라고 전화한다. 폴리는 마약전담반 케이드 그랜트 반장의 구두와 시계가 경찰 월급으로는 감당할 수 없는 고가의 제품임을 알아보고 부패 경찰로 의심한다.
일찌감치 확정지은 굿 캅 VS 배드 캅
<비버리힐즈 캅> 시리즈는 주인공 폴리의 활약을 그리는 액션 영화이면서 에디 머피 특유의 코미디를 더하고 있다. 따라서 영화는 액션을 지향하면서 여기에 가벼운 말장난을 더해 이야기를 진행시키고자 한다. 당연히 범인 찾기나 사건의 미스터리 풀기에는 관심이 없다. 최종 빌런인 그랜트 경감이 일찌감치 정체를 드러내는 이유이기도 하다. 그랜트 반장 역의 케빈 베이컨이 자신의 연기력을 드러낼 기회조차 받지 못하고 멍청한 부패 경찰로 막을 내리는 장면은 소 잡는 칼로 닭을 잡은 꼴이라고 생각한다. 좋은 연기력을 가지고 있음에도 어쩐 일인지 최근에는 선택하는 작품들이 그와 맞지 않는 옷처럼 보인다.
에이, 아무리 영화라도 일개 형사가 이렇게 한다고?
이 영화가 잘 되려면 액션을 경쾌하게 그리면서 볼거리가 풍부해야 한다. 에디 머피식의 말장난이 30년이 지난 지금 통할지는 미지수이니 말이다. 그런데 액션 연출이 거의 황무지 수준이다. 주인공이 제설차나 전기차로 시민들의 안전을 위협하고 공공기물을 마구잡이로 파괴하는 걸 액션이라고 한다면 모르겠지만 말이다. 아무리 영화라도 형사가 이런 식으로 시내를 쑥대밭으로 만든다면 본인은 물론 반장, 국장까지 모두 모가지일텐데 말이다. 이 영화의 제작비가 1억 5천만불이나 들었다 해서 어디에 그렇게 썼나 했더니 쓸데없이 차량과 기물 파손에 쓴 것으로 보인다. 일단 액션에 대한 공감대는 F학점이다.
눈물겨운 부녀 상봉, 하지만 전개엔 걸림돌
3편 이후 너무 많은 시간이 지났다고 생각을 했는지 폴리와 딸의 관계를 지속적으로 그려낸다. 이 시도는 영화의 완성도에서 보자면 완벽한 패착이다. 폴리의 딸 제인이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데 있어 흥행적으로 도움을 주는 부분이 없기 때문이다. 오히려 피해자 역할을 하느라 스피디한 전개를 단절하고 이야기가 질질 늘어지게 만든 원흉이다. 경찰 업무하느라 가정을 돌보지 못한 형사 아버지와 그런 아버지를 인정하지 않으려는 딸의 갈등은 이미 다른 작품에서 지겹도록 보여준 설정이다. 결국 사건이 해결되고 부녀간 관계가 회복된다는 뻔한 결말로 끝날 걸 알면서 왜 상당량의 시간을 제인에게 할애한 것인지 이해하기 어렵다.
오리지널 테마 음악은 여전히 매력
그나마 연출이 오리지널 테마 음악을 사용한 방법은 마음에 든다. 테마음악은 독일의 영화음악가 해롤드 팔터마이어(Harold Faltermeyer)가 만든 <Axel F>라는 곡인데 싸이의 노래 <챔피언>을 비롯해서 여러 대중가요에서 샘플링되었다. 가사가 없는 곡으로 빌보드차트 2위까지 올라간 것으로 유명하다. 감독은 의도적으로 테마음악을 숨긴다. 폴리가 사건을 어느 정도 해결하면 배경음악으로 희미하게 템포를 느리게 하여 OST가 흐른다. 이 시리즈를 알고 있는 시청자들이라면 테마음악이 흐르고 있음을 단박에 알 수 있다. 영화가 결말을 향해 갈수록 OST는 조금씩 템포와 소리를 더해서 원곡처럼 흐르는데 역시나 좋은 곡은 언제 들어도 그 가치가 퇴색되지 않음을 알 수 있다.
차라리 리부트를 했어야
<비버리힐스 캅 3>이 제작된 이후 후속편인 4편을 제작하려는 시도가 있었던 것으로 알고 있다. 감독의 선임이나 프로듀서의 변경 등 여러 가지 요인이 겹치면서 차일피일 제작이 미루어졌고 결국 30년이라는 세월이 흐르고 말았다. 흥행 프로듀서인 제리 브룩하이머가 참여하면서 제작에 가속도가 붙었고 결국 방송까지 하게 되었다고 한다. 30년의 시차와 주인공 폴리의 굼뜬 행동을 보고 있노라니 굳이 환갑이 넘은 주인공을 고집해야 했을까 의구심이 든다. 오리지널이 등장한 이후 많은 시간이 흐른 작품들의 경우 캐릭터만 남기고 배우는 바꾸는 ‘리부트’라는 방법이 있잖은가 말이다. 쓸데없는 공공기물 파괴에 몰두하지 말고 새로운 배우를 기용하는 리부팅을 통해 시리즈의 DNA를 살릴 수 있는 액션에 치중했더라면 제작비도 줄이고 시리즈의 일관성을 살릴 수 있지 않았을까. 의도는 좋았으나 여러 모로 아쉬운 영화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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