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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성 문화

전 인류를 흡혈귀화하려는 미야비의 야망 실현, <피안도 최후의 47일간>

by 마인드 오프너 2024. 6. 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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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류 흡혈귀 프로젝트 카운트 다운

 

1부에 이어 아키라와 미야비의 대결은 계속된다. 한 가지 주목할만한 시도는 새로운 등장 인물인 이시다 료스케가 이야기를 진행된다는 점이다. 새로운 캐릭터가 이야기를 이끌어간다는 설정은 꽤나 고무적이었지만 정작 결과는 신통치 못하다. 아키라 중심의 기존 이야기에 활력을 불어넣기는커녕 오히려 민폐에 가까운 행동을 하며 전개를 망치고 있기 때문이다. 료스케와 함께 피안도에 도착한 일행 역시 존재감을 드러내기는커녕 산발적으로 모습을 드러내다가 죽어 나가는 통에 도대체 새로운 시도를 왜 한 걸까 의문을 자아낸다. 한편 이와는 별도로 1부와 일관성을 갖는 캐릭터가 있으니 바로 미야비다. 전 인류의 흡혈귀화. 미야비의 시도는 마침내 가시적으로 들어온다.


최종빌런 미야비의 계획은 마침내 실현된다. 묵시록의 시작이다.

 

장르 : 호러, 서바이벌

작가 : 마츠모토 코지


예상을 벗어나는 결말

 

여전히 아키라와 미야비의 대결은 작품의 핵심이지만 두 사람의 직접적인 대결은 거의 등장하지 않고 새로운 캐릭터 료스케와 아키라를 굴복시켰던 도끼신 등이 상당 부분 이야기를 차지한다. 마침내 밝혀지는 도끼신의 정체는 아키라 형의 친구였다. 이 작품에 등장하는 악귀 중에 사연이 없는 인물이 없는 것처럼 도끼신도 꽤나 불행한 개인사를 가지고 있다. 절망 끝에서 미야비를 통해 새로운 삶의 희망을 찾았던 것. 하지만 아키라와의 재대결에서 패배하고 어쩌면 그토록 간절히 바랐을지도 모르는 영면에 들게 된다. 중간 보스이지만 미워할 수 없는 존재다. 도끼신과 대결이 끝나고 모기양성소에 도착한 아키라의 계획은 성공할 것 같았으나 의외의 결말을 맞는다. 이는 작가가 3부작 <피안도 48일 후>를 예비했다는 사실을 사전에 알았다면 충분히 예견할 수 있는 전개였으나 독자 입장에서 그럴 수 있는 방법이 있을 리 없다. 결과론적인 이야기를 하자면 이 작품은 2부에서 끝내는 게 훨씬 짜임새가 있고 비난도 덜했을 것이다.


옛 모습을 찾을 수 없는 아키라

 

어떤 콘텐츠든 분량이 늘어나면 무리수를 두게 된다. 이 작품 역시 권수가 늘어나면서 설정 오류가 눈에 띈다. 처음에 작은 마을 규모로 좁았던 피안도의 설정은 사건이 지속되면서 처음과는 비교될 수 없이 규모가 커진다. 흡혈귀의 피를 마시거나 상처에 감염되면 그대로 흡혈귀가 된다는 설정 역시 무시되기 일쑤다. 흡혈귀를 보는 족족 제거해버리거나 악귀들을 때려잡는 과정에서 이들의 피를 뒤집어쓰는 경우가 많은 아키라는 완전 면역체다. 이런 역경을 겪을수록 1부에서의 앳된 모습은 온데간데없고 냉정하고 현실적인 흡혈귀 킬러로서의 면모만 유감없이 보여준다. 메인 캐릭터의 설정이 이토록 극적으로 변모하는 경우도 보기 쉽지 않다.


형보다 나은 아우는 없다

 

1부 <피안도>는 무척이나 신선했다. 작화가 세련되거나 정교하지도 않았지만 폐쇄된 공간인 피안도에서 벌어지는 흡혈귀들의 잔치와 미야비 대 아키라의 대결도 긴장감을 고조시키기 충분했다. 도끼신을 비롯한 악귀들의 설정과 참신(?)하다고 볼 수 있는 디자인, 그리고 이들과 백병전을 벌이는 아키라의 모습은 그로테스크하면서도 좀 더 보고 싶은 호기심을 유발했다. 2부에서도 이러한 설정은 그대로 유지되지만 뭔가 1부에서 한발 더 나아간 모습을 보여주지는 못한다. 수십권 연재된 1부를 통해 익숙해진 설정과 등장인물들의 모습은 이제 피로감을 주고 있다. 결말에서 예상을 빗나가긴 하지만 과연 3부에서 1, 2부와 다른 설정과 이야기를 보여줄 수 있을까? 2부만 보고 판단하자면 쉽지 않을 것이다. 이야기를 압축해서 간결하게 정리할 수 있는 기회를 외면하고 권수 늘리기에 집착한 셈이라면 종국에는 팬들의 외면을 받을 수밖에 없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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