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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성 문화

넷플릭스 영화. 감독의 욕심이 과했던 나머지 좋아질 수 있었던 가능성이 무산된 느와르 액션 <길복순>

by 마인드 오프너 2023. 4.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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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르 : 액션

제작국 : 한국

감독 : 변성현

주연 : 설경구, 전도연

상영시간 : 137분

공개 : 2023.03.31.

등급 : 청불

 

 

이 정도 출연진이면 안 되는 게 이상

 

전도연, 설경구, 구교환, 이솜, 여기다 황정민이 짧은 출연 분량에도 불구하고 특별출연했다. 이들을 한 자리에 모을 수 있는 영화가 있다면 흥행이 안 되는 게 오히려 이상하다. 이 정도 출연진으로 흥행을 못한다면 각본이 문제거나 연출이 문제일 것이다. 하지만 출연진이 좋다고 반드시 흥행한다는 보장은 없는 법. 길복순은 흥행 시장을 Kill할 수 있었을까?

출연진은 화려하다.


정통 느와르를 살짝 비껴간 느낌?

 

길복순은 ‘MK’라는 회사에 소속된 A급 킬러다. ‘MK’는 표면상으로는 이벤트 회사로 청부업의 고급화와 표준화를 선언하며 청부시장을 독점한다. S급 킬러인 차민규 MK대표는 규칙을 따르지 않는 청부업자는 숙청한다고 선언한다. ‘MK’에 소속되지 못한 청부업자는 일이 끊겨 곤궁해지고, 이로 인한 갈등은 점차 심화된다. 한국에서는 보기 드물게 정통 하드보일드 느와르 소설을 잘 쓰는 정혁용 작가의 작품과는 비슷하면서도 결이 약간 다르다.

차민규 MK대표는 왠지 존웍을 닮았다.


황정민, 작품을 위해 기꺼이 벗다

 

오프닝 씬은 당혹스럽다. 문신으로 온몸을 뒤덮은 한 남자가 팬티만 걸친 벌거벗은 모습으로 아스팔트 바닥에 누워있다. 야쿠자다. 잉? 그런데 야쿠자가 황정민이다. 극의 흐름상 이 야쿠자는 길복순의 희생양이 분명한 상황이니 황정민은 특별출연일 것이다. 전도연과는 특별한 인연이 있는 황정민이 기꺼이 출연을 결정했을 터이고 주연급인 그를 이렇게 소모하겠다고 작정한 감독의 결정은 나쁘지 않다. 하지만 길복순과 야쿠자의 대결 과정은 충분히 예측 가능했다. 황정민의 투혼이 색이 바랜 느낌이다.

재일교포 야쿠자로 등장해서 바로 퇴장하는 황정민. 전도연과의 인연 때문에 특별출연했다.


어디서 본듯한 느낌이 나는 건 왜일까?

 

A급 킬러가 싱글 맘이라는 설정, 그녀의 딸이 동성연애자라는 전개, 촌스럽기 그지없는 주인공의 네이밍, 극중 인물들 간에 오가는 대화 등을 보면 이 영화가 추구하는 목표가 무엇인지 잡히지 않는다. 코믹인가? 액션인가? 스타일인가? 다양한 입맛을 충족시키려는 짬짜면식 구성? 게다가 느와르 액션이나 킬러 영화를 많이 본 관객은 익숙한 장면들이 계속 등장한다. 긍정적인 점수를 주기 힘든 구성이다.

하려면 끝까지 하던가.


주인공만 자체발광

 

주인공의 능력치를 조절하는 건 대단히 중요하다. 혼자 먼치킨이면 관객들이 흥미를 잃고, 너무 약하면 분노를 유발하기 때문이다. 주인공을 돋보이려면 주인공 스스로 강하다고 주장할 게 아니라 악당을 통해야 한다. 주인공이 험난한 고난과 역경을 극복할수록 관객들은 주인공을 인정하게 된다. 길복순은 반대다. 길복순 이외에 실력자가 없다. 길복순의 자체발광에 나머지 캐릭터가 빛을 잃는다. 한희성(구교환)을 비롯한 조연들은 뭐하러 등장시킨 것인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

수많은 킬러들이 등장하지만 정작 제대로 써먹지는 않는다.


힘 떨어진다, 힘 떨어져!

 

기존 한국 느와르 영화에서 보지 못한 설정으로 초중반까지는 이야기가 힘을 유지하지만 중반을 넘어서면 느슨해지고 지루해진다. MK대표 민규의 길복순에 대한 설득력 부족한 집착, 이야기의 큰 흐름과 상관없는 길복순의 딸 이야기, 실마리만 꺼내놓고 뭉개는 사건들(규격 외 청부업자들의 청부살인), 길복순의 청부 이행 거부 등이 순차적으로 엮이면서 이야기는 수습불가 지경에 이른다. 캐릭터들이 많이 등장하지만 단지 보여주기식으로 그칠 뿐 그들과 의미 있는 관계를 맺지 못하는 것도 이야기의 힘을 떨어뜨리는 요인이다.

차민규 정도 되는 인물이 굳이?


과유불급이 아쉽다

 

‘장르의 크로스 오버’는 많은 감독들이 욕심낸다. 하지만 사례들을 보면 대개 득보다 실이 많은 시도다. 한 장르를 제대로 마무리하기도 쉽지 않은 게 현실이다. 한국 영화를 대표하는 흥행감독 최동훈도 <외계+인>으로 처참하게 박살나지 않았나. 느와르 킬러 액션을 굳이 가족 영화와 섞고자 한 변성현 감독의 과욕으로 인해 더 좋아질 수 있는 기회를 놓친 것이 안타까울 뿐이다. 킬러들의 세계와 청부에 초점을 둔 느와르 액션에 집중했다면 더 좋은 결과가 나오지 않았을까. 키아누 리브스의 <존 웍> 시리즈는 선택과 집중이 얼마나 중요한지 보여주었다. 과유불급(過猶不及)이다.

구교환을 이렇게밖에 못 써먹다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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