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르 : 스페이스 오페라
방송 : 2019.11.12.
횟수 : 8부작 완결
각본 : 존 패브로
연출 : 데이브 필로니 외
주연 : 페드로 파스칼
참으로 기묘한 드라마 아닌가
<스타워즈>는 제작자이자 감독인 조지 루카스에 의해 태어났다. SF영화사에서 절대로 빠지지 않는 불후의 명작이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생각보다 잘 만들어진 것 같지는 않다는 걸 느낄 수 있다.
이 영화의 주인공인 제다이들이 사용하는 포스(force)라는 개념을 주목해보자. 거창해 보이지만 이 개념은 동양에서는 오래전부터 기(氣)로 통해 온 것이다. 기를 사용하며 서양의 중세 기사들처럼 검을 들고 싸운다. 레이저 광선이 날아다니는 시대에 검으로 총을 상대하는 모습은 일본 SF애니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스팀 펑크와 비슷한 양상이다.
SF영화답지 않은 촌스러움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제국군의 가면이나 장갑은 도무지 기동성을 최우선으로 생각해야 할 군인들에겐 너무나 거추장스럽다. 번잡함을 무릅쓰고 착용한 장갑의 방탄 성능이 탁월하지도 않다. 도대체 왜 기동성까지 희생하면서 착용을 고집하는 건지 영문을 모르겠다.
아무 캐릭터나 골라도 매력적인 시리즈
하지만 이런 불합리성과 촌스러움에도 이 영화는 충분히 볼만한 볼거리를 제공한다. 그렇지 않고서야 개봉한 지 50년이 되어가는 시리즈에 끊임없이 팬이 붙고, 스핀오프 시리즈가 제작될 리 없는 것이다.
시리즈의 매력은 단연 캐릭터와 스토리다. 제다이를 대표하는 루크 스카이워크의 삶과 그의 아버지 다스 베이더 간의 기묘한 부자 이야기는 거론할 필요가 없을 정도다. 엄청난 캐릭터들이 등장하다 보니 조연급 하나를 잡아서 이야기를 풀어놓아도 충분히 매력적이다. 덕분에 스핀오프 시리즈가 계속 등장하고 있다. 현재 <만달로리안>을 비롯해서 <북 오브 보바 펫>, <오비완 케노비>, <안도르>가 드라마로 제작되었고, <애콜라이트>와 <아소카>는 제작 중이다.
<스타워즈> 종가 시리즈를 부활시킨 주역
디즈니 +가 총제작비 1억 달러를 들여 제작한 <만달로리안> 시리즈는 2019년 11월 12일 스트리밍하면서 기울어가는 <스타워즈> 종가의 운명을 구했다. 종가집 시리즈였던 <라스트 제다이>와 <라이즈 오브 스카이워커>가 폭망하면서 팬들이 대실망을 한 암울한 상황이었다. 오죽하면 디즈니 회장 밥 아이거가 “스타워즈 시리즈의 미래는 TV에 있다”고 했겠나.
다른 스핀오프 드라마들도 있지만 시즌 3에 접어든 <만달로리안> 시리즈가 갈수록 매력을 발하고 있는 이유는 분명하다. 만달로리안이 누구인 줄도 몰랐던 내가 시즌 1을 정주행하면서 이 드라마의 매력에 흠뻑 빠진 이유는 혹독한 환경 속에서도 인간다움과 존엄성을 잃지 않는 주인공 딘 자린 덕분이다.
냉혹한 현상금 사냥꾼의 부성애
이 시리즈의 흥행 성공을 이끄는 주역은 단연 딘 자린이다. 어린 시절 만달로리안에게 구원을 받고 만달로리안으로 성장하지만 제국군에 의해 종족과 고향별이 멸망 당한 후 현상금 사냥꾼으로 살아가는 인물이다. 현상범을 찾아 냉혹하게 전투를 즐길 줄 알았던 캐릭터인데 놀랍게도 그 누구보다도 뜨거운 가슴과 열정을 가진 인물로 묘사된다.
딘의 인간적인 모습은 요다 종족 아기인 그로구를 만나면서 부각된다. 딘이 그로구를 지키기 위해 생명을 걸어야 할 어떤 이유도 보이지 않는다. 하지만 아기와의 클랜을 인정한 만달로리안 병기 기술자의 지지를 받은 후 딘은 최선을 다해 그로구 보호에 나선다. 매 순간 죽음과 동행해야 하는 그의 입장에서 거의 불가능한 임무를 자처한 것이다. 무심한 사내의 뜨거운 부성애가 이야기의 주된 동력이 된다.
얼마 남지 않은 만달로리안 중에서도 딘은 종족의 규율에 유난히 집착한다. 불가피한 상황이 아니라면 절대로 가면을 벗지 않는다. 같은 만달로리안이지만 보바 펫이나 보 카탄 프레이즈 일행은 아예 얼굴을 내놓고 다닌다는 점에서 진성 만달로리안인지 의심이 갈 정도다.
올드팬과 신규팬을 위한 적절한 팬서비스
<스타워즈>가 처음 등장한 건 1977년이다. 당시 기술 사정으로 조지 루카스 감독이 연출하고자 하는 장면을 표현하지 못한다는 이유로 4편이 먼저 개봉했다. 그후로 나온 시리즈만 거의 10여편. 4편을 본 10대라면 지금 60대에 가까운 나이다. 지금 MZ세대와는 여러 가지로 차이가 있을 수밖에 없다.
제작진과 각본을 맡은 존 패브로는 이 점을 잊지 않았다. 세대 차이가 나는 시청자들이 모두 만족할 수 있도록 콘텐츠를 적절하게 섞어 놓은 것이다. <스타워즈> 영화 시리즈의 요다를 기억하는 관객이라면 그로구를 보며 친근함을 느끼지 않을 수 없다. 무엇보다도 시즌 2에서 다크 트루퍼에게 살해당할 위기에 빠진 상황에서 나타난 루크 스카이워커의 모습은 비록 CG로 재현한 것이긴 하지만 올드팬들에겐 그저 감격스러울 뿐이다.
쉬이 식지 않을 인기 열풍
<만달로리안> 시리즈는 현재 3시즌을 달리고 있다. 인기가 폭발적으로 늘어나면서 시즌 4 제작도 일찌감치 예약해놓은 모양새다. 시리즈 내내 아주 간간히 얼굴을 보이고 있는 딘 역의 페드로 파스칼은 이 드라마로 커리어 최고의 시기를 보내고 있다. 역시 사람은 운빨을 무시할 수 없다는 걸 다시 한 번 실감한다.
게으른 탓에 일찌감치 시즌 1을 정주행했음에도 불구하고 이제야 후기를 올린다. 만시지탄이지만 어쩌랴. 이미 정주행한 시즌 2부터 정리한 후 시즌 3을 향해 달려갈 수 밖에. 합리와 불합리, 동서양 문화가 뒤죽박죽인 짬뽕이지만 영원히 기억될 스페이스 오페라 시리즈에 탑승한 것을 환영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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