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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성 문화

화려하게 살고 싶은데 현실은 추레했던 그녀의 망상, ‘화사한 그녀’

by 마인드 오프너 2023. 11. 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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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르 : 범죄

개봉 : 2023.10.11

러닝타임 : 121분

감독 : 이승준

주연 : 엄정화

등급 : 12세이상

누적관객 : 95,959명


도대체 뭘 노린 영화였을까

 

엄정화가 주연인데 범죄 장르다? 뭔가 이상하다. 영화가 시작하면서 의심은 확신으로 바뀐다. 그럼 그렇지. 범죄 장르를 가장한 코미디다. 사기꾼인 엄정화가 벌이는 여러 가지 사건들이 이어지지만 딱히 웃기지도, 범죄 장르의 미스터리도 보이지 않는다. 사건은 심각해지기도 전에 끝나고, 배우들은 연기를 펼칠 기회도 없고, 감독은 나아가야 할 길을 보여주지 않는 총체적 난국이다. 제목은 화사한 그녀이길 바랬지만 현실은 추레한 그녀에서 머물고 만다.

차라리 트릭이 멋들어진 범죄 영화로 갔으면 좋지 않았을까.


일확천금을 노린 어설픈 한탕 작전

 

지혜(엄정화)는 베테랑 사기꾼이다. 하지만 마무리가 완벽하지 못해서 건수를 놓치곤 한다. 사기꾼으로서는 그저 그렇지만 엄마로서는 최선을 다하고자 한다. 딸 주영(방민아)이 자신의 뒤를 이을까 노심초사하며 큰 건을 끝나고 은퇴하는 게 지혜의 바람이다. 모처럼 노리고 있던 다이아몬드를 훔치는 데 성공하지만 장물아비 조루즈(박호산)에게 가짜를 가져왔다며 잔소리를 듣는다. 지혜는 고민 끝에 친일파이자 문화재 수집가인 기형(손병호)의 집에 보관된 금과 문화재를 훔치기로 작정하고 작업에 들어간다. 하지만 기형의 옆에는 완벽한 경호원이자 집사인 쿠미코(김재화)가 지키고 있는데...

코미디...그런데 안 웃긴다.


한 마디로 개판

 

필자는 범죄와 코미디를 한 곳에 우겨 넣는 게 거의 불가능하다고 생각한다. 관객이 두 장르에서 기대하는 요소가 너무 다르기 때문이다. 그 문제가 이 영화에서 적나라하게 드러난다. 코미디 영화로서의 조건은 대사나 상황에서 만족시킨다고 가정한다면 범죄 영화로서의 성격은 지혜 일당이 기형의 집에 있는 문화재와 금을 훔쳐내는 과정에서 충족시켜야 한다. 이 분야의 교과서라 할 수 있는 <오션스 일레븐>까지는 바라지도 않는다. 최소한 상식적으로 납득할 정도의 트릭이 실현되기만 바랐다. 하지만 어처구니없게도 절도는 순전히 운(기현의 치매)으로 성공한다. 게다가 지혜의 사기 대상인 기현의 아들은 저능아 수준이라 병풍 역할만 하고 있다.

최고 빌런이어야 할 기현이 갑자기 치매가 발동하며 문제를 해결하는 열쇠가 된다.


배우들의 재능 낭비

 

필자의 글을 자주 읽는 블로그 이웃들은 이제 질리도록 들은 이야기일테지만 프로페셔널인 감독들이 자주 간과하는 사실이 있다. 주인공을 돋보이려면 주인공을 띄울 생각을 하지 말고 상대방인 악당을 강하게 설정하면 된다는 간단한 사실 말이다. 악당들을 형편없는 모지리들만 모아 놓고 주인공을 강조하려다 보니 설정이 벼랑 끝으로 치닫는다. 배우들은 또 어떤가. 내공은 축적해 놓았는데 정작 쓸 기회가 없다. 배우 자신도 알고 관객들도 알지만 정작 감독만 모른다. 결국 재능 낭비만 하다 영화는 막을 내린다.

쿠미코는 뭔가 한 건 해 줄줄 알았다.


건더기는 없는데 국물만 잔뜩

 

겨울에는 국물 있는 탕이 제격이다. 값이 비싼 게 흠이지만 설렁탕이나 도가니탕을 먹으러 가는 이유다. 모처럼 만난 설렁탕에 건더기는 없고 국물만 가득하다면 얼마나 실망스럽겠는가. 영화도 마찬가지다. 관객들이 영화에 몰입하기 위해서는 국물 이외에도 적당한 건더기가 들어 있어야 한다. 한데 이 영화에는 건더기를 찾기가 하늘의 별따기다. 덕분에 관객들은 재미도 없고 지루한 상영시간만 연신 들이켜야 한다. 국물로 배를 채웠지만 뭔가 속이 허한 게 사실이다. 이승준 감독이 차기작에는 건더기를 아끼지 말고 넣어줬으면 하는 바람이다.

이 영화에서 재능 낭비만 하고 사라진 송새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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