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감성 문화

마작 만화의 탈을 쓰고 시작해서 판타지로 끝나는 의문의 작품 ; 와시즈 염마의 투패

by 마인드 오프너 2023. 12. 9.
반응형

만화에 굳이 후쿠모토 노부유키를 협력이라고 쓴 것도 그의 유명세를 이용하려는 것으로 보인다.

 

작가 : 하라 케이이치로

완결 : 전 8권

연재 : 2008-2012


마작 만화....일까?

 

도박 장르에 속하는 일본 만화 중 마작을 소재로 만화들이 꽤 있다. 한국에서야 마작이라는 도박이 그다지 대중성이 없기에 한국 작가들이 전혀 시도를 하지 않지만 일본은 의외로 마작 팬들이 많은가 보다. 룰을 이해해야 더 흥미롭게 볼 것 같아서 마작 룰을 살펴봤지만 상당한 시간을 소요해야 익힐 거 같아서 포기했다. 그래서 마작 만화는 수박 겉핣기로 읽는 데 그친 게 아쉽다. 제대로 된 마작 만화를 보고 싶은 독자들이 있다면 호시노 야스시의 작품 <마작의 제왕 테쯔야>가 좋겠다. 반면 마작 만화를 표방하면서도 실제로는 마작과 전혀 상관없는 판타지를 선보이는 만화도 있으니 오늘 이야기할 하라 케이이치로의 <와시즈 염마의 투패> 되겠다.


강운을 타고난 먼치킨 주인공

 

이 작품은 일본이 2차세계대전에서 패전한 3년 뒤인 쇼와 23년(1948년)을 배경으로 58세의 주인공 와시즈 이와오와 그의 부하 하야부사의 활약을 그린다. 와시즈는 패전 전에는 경찰로 일했으나 패전 후 시대의 변화를 재빠르게 읽고 퇴직 후 프로 마작꾼으로 전직한 인물이다. 1권은 전형적인 마작 만화의 흐름을 그대로 따라가지만 2권에 들어가면서 서서히 마작 장르의 흐름에서 탈피하며 본색을 드러낸다. 와시즈는 마작만 잘하는 게 아니라 피지컬도 초인적인데다 운도 억세게 좋은, 한마디로 현대의 먼치킨이라 할 수 있다 .<마작의 제왕 테쯔야>의 주인공 테쯔야가 마작을 하면서 위기를 겪고 패하기도 하는 등 고저가 있는 길을 걷는 것과 달리 와시즈는 처음부터 끝까지 예상되는 승부만 한다는 게 차이점이다.


평범한 마작은 사절한다

 

마작을 주요 소재로 하면서도 와시즈가 벌이는 마작 게임은 여타 마작 만화와는 아예 궤가 다르다. <도박묵시록 카이지>에서나 볼 수 있는 게임인 석탄왕과의 인간마작대결이나 <고르고 13>에나 어울릴 법한, 회춘약을 개발한 731부대 생존자와의 대결, <명탐정 코난>을 연상시키는

페르마의 정리를 증명한 수학자 실종 등 다양한 분야를 끌어들인다. 마작에서 승리할 수 있는 원동력은 상대방의 패를 읽거나 손기술이 아니라 상대방의 속임수를 이길 수 있는 기술이나 억세게 좋은 운이다. 극중에 와시즈가 마작에서 이기는 원동력도 마작을 잘해서가 아니라 운이 좋거나 압도적인 피지컬을 이용한 경우가 많다. 이쯤 되면 마작이 주요 소재가 아니라 곁가지처럼 보일 정도다.


원하는 건 다 된다

 

그동안 무협이나 스릴러, 만화 등에 대한 필자의 리뷰를 지속적으로 본 서로이웃이나 구독자 분들은 짐작했겠지만 콘텐츠를 기획할 때 주인공을 먼치킨으로 설정하는 건 스스로 최악의 작품을 만들겠다고 선언하는 거나 마찬가지다. 시원한 대리만족은 있을 수 있겠지만 구성이 반복되어 지루해질 뿐만 아니라 향후 이야기 전개도 모두 예상이 되기 때문이다. 인기 콘텐츠의 가장 중요한 요소인 공감대 형성과 몰입감 역시 날아가 버린다. 상대할 수 있는 적이 없고 등장인물이 모두 병풍 역할을 하는데 무슨 기대가 있을 수 있겠는가. 적이 강할수록, 주인공이 고난을 겪을수록 인기는 비례한다. 혹시라도 마작 룰을 잘 아는 독자라면 서두에서 이야기한 <마작의 제왕 테쯔야>나 도박 만화의 레전드 후쿠모토 노부유키가 그린 <아카기 ~어둠에 춤추듯 내려온 천재>를 추천한다.

 

 

★☆

 

반응형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