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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성 문화

택배기사가 된 전직 용병의 화려한 말빨과 유머 감각이 폭발하는 말빨 액션, <침입자들>

by 마인드 오프너 2021. 8.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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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은이 정혁용
펴낸이 김선식
펴낸곳 다산북스
펴낸일 2020.03.19.

 

 

정혁용 작가의 작품은 처음이다.

70%는 책 제목에 이끌려서 골랐다.

침입자라. 도대체 어디를 침입한다는 건가.

시작을 보면 주인공의 과거는 심상치 않은데.

 

 

주인공 K는 과거를 캘 수 없는 전직 용병이다.

무슨 곡절이 있는지 과거를 잊고 택배기사로 평범하게 살려 한다.

다른 용병소설이라면 과거 동료들이나 원수가 해묵은 인연을 들고 등장한다.

주인공은 인생을 새로 산다는 건 불가능하다는 걸 수긍하고 제 모습으로 돌아간다.

 

 

이 작품은 전혀 다르다.

주인공 K의 과거가 이따금 인용되지만 단편적이다.

단지 엄청난 과거일 것이라는 암시만 할 뿐이다.

K는 말을 아낀다. 직장에서의 별명이 ‘돌부처’일 정도다.

타인이 내 일에 상관하지 않는 한 타인 일에 상관하지 않겠다는 주의다.

 

 

그런데 주변 인물들이 그를 가만히 놔두지 않는다.

우연히 K와 인연을 맺게 되는 인물들은 하나같이 범상치 않은 신분이다.

재벌그룹 후계자인 춘자는 죽은 남편과 닮았다는 이유로 K의 곁을 맴돈다,

수학천재인 노인은 손자를 구해줬다는 이유로 K에게 매주 경제학을 강의해준다.

게이바 주인이 돈을 갖고 튀는 바람에 K가 한패로 의심받아 고문을 받기도 한다.

K를 의심하는 형사는 돈세탁 조직과의 관계를 털기 위해 기웃거린다.

여기까지 와보니 ‘침입자들’이라는 제목의 의미가 서서히 드러난다.

이들은 K에게 반갑지 않은 침입자들이다.

K는 용병 시절의 경험과 지식으로 이들을 적절히 요리하며 일상을 유지한다.

 

 

침입자들은 택배기사 K의 일상에도 존재한다.

택배 배달 중에 만나는 진상들이야말로 야만적인 침입자들이다.

이들은 K의 감정에 주둥이를 들이대고 모욕을 준다.

돼지와 구르고 싶지 않은 K지만 모욕을 그대로 받아들이지는 않는다.

K는 통렬한 유머와 말빨로 걸레를 문 진상들의 입을 막아버린다.

작가 특유의 유머 감각과 위트가 흥미를 유발하며 반짝거리는 지점이다.

 

 

택배 기사로서 K의 일상은 작가의 꼼꼼한 조사 결과일 것이다.

K와 동료들의 대화 속에는 택배 기사만 알 수 있는 애환과 고단함이 묻어 있다.

사람을 사람으로 대접하지 않는 짐승들이 세상에 많다는 사실을 알려준다.

K의 모습에서 여러 직업을 전전하며 소설을 썼다는 작가의 일면이 느껴진다.

 

 

용병이 주인공임에도 용병 소설이 보여줘야 하는 요소들은 전혀 등장하지 않는다.

전쟁터의 기억, 과거의 동료들, 용병 시절의 위엄을 보여줄 액션조차 없다.

그런데도 책은 흥미롭게 읽힌다. 90% 이상이 택배 관련 이야기인데도 말이다.

작가의 행보가 심상치 않아 보이는 부분이다.

 

 

가만히 생각해보니 주인공 K의 개성이 워낙 압도적이다.

전직 용병인데 전혀 용병답지 않는 모습이다.

사고의 깊이나 평소 읽는 책의 면면이 전쟁광과는 거리가 멀다.

상대방의 속내를 교묘히 긁어대는 언변, 당하고는 못 사는 성격도 매력적이다.

별 볼 일 없는 택배기사인 그에게 범상치 않은 인물들이 모여드는 까닭이다.

 

 

침입을 한 건 그들이지만 정작 그들은 제대로 싸워보지도 못하고 물러간다.

K가 그들과의 싸움을 피하기 때문이다.

싸우지 않아도 서로의 욕구를 충족할 수 있다는 사실을 알기 때문이다.

물론 그러기 위해서는 어느 한쪽이 많은 양보를 해야 한다.

양보를 하는 쪽은 K다. 어쩔 수 없다.

K는 손가락을 보지 말고 달을 보라고 한다.

그를 처음 만난 사람들은 그의 말 뜻을 제대로 알아듣지 못하지만

함께 하는 사이에 그가 의도하는 것이 무엇인지 알게 된다.

 

 

주인공의 삶에 개입했던 침입자들은 왔던 그대로 물러간다.

더러는 함께 행동을 같이하자는 권유도 있었지만 K가 거절한다.

택배 사장의 도주로 더 이상 택배도 할 수 없게 되자 과거 동료가 전화를 걸어온다.

폼을 보아 하니 다음 권의 내용을 예견하는 일종의 쿠키 영상이다.

다음 작품은 K의 과거와 용병으로서의 활약이 주가 될 가능성이 높다.

 

 

이 작품은 앞으로 이어질 시리즈의 소개 글이 될 것이며

어쩌면 21세기의 <인간시장>으로 남을 수도 있겠다.

그렇게 된다면 다음 번 작품의 제목은 과연 무엇이 될까.

이색적인 스릴러를 읽고 싶다면 일독을 권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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