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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 더글라스 케네디의 존재감을 알린 바로 그 책, <빅 픽처>

by 마인드 오프너 2020. 8. 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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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가 내용을 간략하게 압축하고 있다.

소설/영미소설
더글라스 케네디 지음
조동섭 옮김
밝은 세상
2010년 06월 10일 출간

 

인상적이면서도 함축적인 책 표지

 

이 책은 교보문고 매대에서도 단연 눈에 띄었다. 책의 바다나 다름없는 그곳에서 말이다(지금이야 워낙 표지 디자인이 다양해져서 어려운 일이 되었지만). 인상적인 표지 덕분이다. 동양적인 일러스트와는 분위기와 표현 방식부터 다른 일러스트가 저절로 궁금증을 불러 일으키고 책을 집게 만든다. 본문을 읽기 전까지는 자기계발 부문 서적인 줄 알았다. <빅 픽처>라는 제목이 연상시키는 주제가 그렇다. ‘지금의 삶과 다른 삶을 산다’는 홍보 문구는 자기계발서적의 전매특허 아니던가. 그들이 흔히 이야기하는 ‘지금의 보잘 것 없는 삶과 과감하게 결별하고 성공하는 삶을 향해 도전하라’는 주제를 제시할 것으로 지레짐작하고 있었다. 그런데 이 책, 알고 보니 소설이다. 미국을 비판적으로 보고 자신의 소설 세계를 구축해가는 것으로 고향보다는 유럽에서 더 유명한 작가가 쓴 책이라고 한다.

 

 

재미와 교훈, 스릴까지 다 갖췄다

 

작가는 일상에서 쉽게 만날 수 있는 주인공을 내세운다. 주인공 ‘벤’은 미국에 널린 변호사 중 한 명이다. 벤의 인생 역정은 우리들이 가끔 상상하곤 하는 ‘실제와 전혀 다른 삶을 사는 것’이 어떤지 간접 체험하는 기회를 제공한다. 이 소설의 놀라운 점은 다양한 장르적 속성을 고루 갖추고 있다는 것이다. 반전을 거듭하는 탁월한 스토리, 인생의 갈등과 좌절•실패를 만났을 때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가에 대한 진지한 교훈, 범죄스릴러 소설에서나 볼 수 있는 빼어난 긴장감과 스릴감까지 모두 맛볼 수 있다. 글을 쓰는 작가라면 단 하나라도 갖추고 싶어 하는 요소들을 너무나도 유려하게 작품 속에 빼곡이 채워 넣은 것이다. 유럽과 미국은 물론 우리나라를 더글라스 케네디 열풍으로 몰아넣은 이유를 충분히 알 수 있다. 흥미로운 요소들 덕분에 자리에 앉으면 그대로 몰입하여 단숨에 읽어 내릴 수 있다.

 

 

우연한 기회에 살게 되는 다른 사람의 삶

 

미국 뉴욕 주 월가의 변호사 변호사 '벤'은 아름다운 아내 '베스'와 함께 두 아들을 키우고 있다. '벤'은 해당 분야에서는 나름 성공했지만 내심으로는 삶에 만족하지 못한다. 그의 본래 꿈은 사진가였지만 아버지의 반대로 포기했기 때문이다. 벤은 아내 베스와 거리감을 느끼던 중 그녀가 이웃집에 사는 사진가 게리와 불륜 중이라는 사실을 알게 된다. 화를 참지 못한 벤은 게리를 찾아가 말싸움을 벌이다 엉겁결에 그를 살해한다. 머리가 좋은 벤은 요트 사고로 위장해서 게리의 시신을 없앤 후 본인이 게리가 되어 새로운 삶을 살기로 결심한다. 우연치 않게 어린 시절에 갈망하던 꿈을 이루게 된 것이다. 인생지사 새옹지마라고 했던가. 몬타나 주 시골에 정착한 벤이 찍은 사진 한 장이 미국 전역으로 유명세를 타면서 그의 신분은 탄로날 지경에 처한다. 과연 벤은 이 위기를 어떻게 극복할 것인가…

 

 

진정한 성공, 만족스러운 인생은 무엇인가

 

저자는 피치 못할 실수로 사진가 '게리'로 살아가게 되는 벤의 일상으로 관객을 초대함으로써 성공의 의미와 만족스러운 인생이 무엇인지에 대해 생각할 기회를 제공한다. 우리 모두는 대개 현재의 삶에 만족하지 못한다. 수입의 부족, 적성과의 불일치, 여가 시간의 부족 등 이유는 많다. 이런 상황에서는 단지 지금으로부터의 일탈만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즐겁다. 이 소설이 우리를 완전한 몰입의 세계로 인도하는 이유는 아마도 이 때문일 것이다. 특히 벤이 성공한 변호사임에도 어린 시절 간직했지만 실현하지 못했던 사진가의 꿈을 버리지 못하는 장면은 거울 속에 비친 우리 자신의 모습 그대로다. 아무 대처 방안이나 변화의 노력 없는 지나친 집착은 반드시 화를 부른다. 게다가 인생의 아이러니라니. 남의 눈에 띄지 않는 삶을 살기로 결심했는데 사진 한 장 때문에 전국구적인 스타가 되고 도망을 쳐야 하는 모순적인 상황에 빠지는 벤의 모습은 인생 구간마다 일희일비할 필요가 없다는 사실을 깨우쳐준다.

 

 

신기루와 같은 것, 유명세

 

최근에는 개인들도 퍼스널 브랜딩을 통해 몸값을 올리라는 트렌드가 대세다. 책이나 SNS로 단박에 유명인이 되면 전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의 수입과 명성을 누릴 수 있기 때문이다. 당연히 대다수의 사람들이 이제나저제나 걸릴까 싶어 자질구레한 신상을 SNS로 퍼나르기에 바쁘다. 하지만 저자는 현대 사회의 유명세가 신기루에 불과할 수도 있다는 의견을 내비친다. 유명해지는 것은 개인의 능력보다 운과 우연, 특정 시기 대중의 관심에 의한 비본질적인 것일 수도 있다는 의미다. 사진가 게리가 찍은 사진은 미국 전역의 신문사와 잡지사가 선호하는 S급 이미지이지만 무명의 벤이 찍은 사진은 아마추어의 사진으로 평가하며 아무도 주목하지 않는 게 그 증거다. 본질이 환경에 의해 왜곡된 거다. 수백만 구독자를 가졌던 유투버들이 한순간에 몰락하는 계기도 어쩌면 유명세보다 더 중요하게 여겨야 할 나 자신의 본질을 잊고 인기나 수입에 집착해서가 아닐까.

 

 

옥의 티, 벤에서 게리로의 변신 과정

 

자기계발서로서, 가볍게 읽을 수 있는 일반소설로서 분류하자면 단점이 거의 없는 작품이지만 이 책을 스릴러로서 분류한다면 허술한 면이 보인다. 특히 벤이 두 번의 신분 바꾸기를 하는 과정은 허점투성이다. 이런 과정을 소재로 한다면 본래 신분을 없애고 다른 신분으로 변신하는 행적에 관한 철저한 묘사가 포인트다. 벤이 게리의 시신을 유기하는 과정에서 요트가 폭발하고 사체에서 과다한 디젤류가 검출되었음에도 담당 경찰이 별 의문을 갖지 않고 수사를 종결하는 장면은 납득하기 쉽지 않다. 게리가 된 벤이 루디와 함께 교통사고를 당한 후 게리가 죽었다는 뉴스를 듣는 장면도 마찬가지다. 게리의 시신이 발견되지도 않았는데 이처럼 빠른 사망 진단이라니. 원래 미국에 비판적인 태도를 보이던 작가의 의도적인 태업이 아니었을까.

 

 

관점을 달리하면 훌륭한 자기계발서

 

소설로서 한 번 읽고 관점을 달리 해서 읽어본다면 이 책은 여타의 자기계발서와도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을 정도로 잘 짜여진 이야기 구조를 갖고 있다. 남부러울 것 없이 성공한 벤이 나락으로 떨어지고 절망적인 순간에서 부활하는 과정은 전형적인 자기계발서의 전개와 흡사하다. 벤은 어떤 순간에도 포기하지 않는다. 불만을 토로하기 앞서 항상 미래를 생각하고 더 나은 결과를 만들어내기 위해 노력한다. 제 2의 인생을 살기 위해 안주하지 않고 최선의 노력을 경주한다. 그 유명세가 그를 위태롭게 만들자 실망하지 않고 새로운 사랑과 함께 다시 떠난다. 자영업을 하거나 사업을 하는 이들이 겪는 흥망성쇠와도 흡사하다. 새로운 출발을 하는 데에는 절대로 늦는다는 개념이 없다는 것을 벤은 보여준다. 혹시라도 지금 인생이 잘 풀리지 않는다고 실망할 필요 없다. 열심히 노력했는데도 성과가 없다고 낙심할 필요도 없다. 지금까지 안 되었다면 방법을 바꿔 다시 도전하면 그만이다. 어쩌면 벤처럼 방향을 다르게 잡아야 할 수도 있다. 거기서 거기인 짜깁기식 자기계발서에 질린 독자라면 이러한 관점으로 이 소설을 읽어보길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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