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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에서의 인연과 사건이 더 소중한 이유, <천국에서 만난 다섯 사람>

by 마인드 오프너 2020. 8. 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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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계발 / 독서경영
미치 앨봄 지음
공경희 옮김
살림
2010년 02월 18일

 

우리가 생각한 것과는 많이 다른 천국

 

죽음을 떠올리는 사람은 사후 세계도 함께 떠올리기 마련이다. 천국과 지옥은 그래서 동전의 양면처럼 같이 따라다닌다. 사후에 지옥으로 가는 것만은 사양하고 싶지만 천국으로 가도 문제가 없는 건 아니다. 기독교에서 이야기하는 천국의 모습은 우리가 바라는 즐거움과는 거리가 멀다. 양자택일의 상황에서 지옥보다는 나은 선택이겠지만 그런 모습으로 영원히 산다? 차라리 두 곳 다 가고 싶지 않다. 저자 미치 앨봄은 기존 개념과는 전혀 다른 천국을 보여주며 희망을 던진다. 천국은 그동안 살아온 인생을 돌아보고 이유를 확인하는 과정이라고 말한다. 누군가에게는 실망스러울 수 있지만 누군가에겐 오히려 더 나을 수도 있는 선택지가 아닐까.

 

천국에서 만난 다섯 사람

 

83살의 놀이공원 정비공 에디는 추락하는 놀이기구에서 아이를 구하려다 죽는다. 죽은 후 그가 도착한 곳은 천국이다. 이곳에서 그는 생전에 만났던 다섯 사람과 재회한다. 어린 시절 에디가 공을 줍기 위해 도로에 뛰어들었을 때 운전 중에 그를 피하려다 죽은 파란 사내. 전쟁터에서 에디의 다리를 쏘아 불구를 만들지만 결국 탈출시킨 후에 정작 자신은 지뢰를 밟고 죽은 대위. 에디의 직장인 놀이공원 설립자의 아내 루비, 오래 전에 사망한 에디의 아내 마가렛, 포로 수용소에서 탈출하다가 에디가 의도치 않게 죽인 소녀 다섯 명이다. 이들은 저마다의 이야기를 풀어놓는데 각각 인연, 희생, 용서, 사랑, 화해를 의미한다.

 

사건과 사람을 통한 인생의 재이해

 

에디가 도착한 천국은 단순한 장소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깨달음이 시작되고 오해가 풀리는 과정이다. 천국에 도착하기 전까지 에디는 자신의 인생에 대해 비관하고 좌절했던 인물이었다. 그가 만나는 다섯 명의 사람들은 에디가 했던 해석과는 전혀 다르게 에디의 인생에 대해 이야기를 해준다. 심지어 에디가 수용소를 탈출하면서 죽인 후에 죄책감을 가지고 잊지 못하던 소녀마저 “당신은 그곳에 있어야 했다”며 위로를 전한다. 아버지에 대한 좋지 않은 기억과 일찍 세상을 떠난 아내에 대한 그리움, 젊은 시절의 악몽 등으로 외롭고 우울한 말년을 보내던 에디의 인생은 이들과의 대화를 통해 비로소 제모습을 드러내고 존중받을 이유를 찾게 된다. 이 과정을 지켜보며 우리는 잔잔한 충격과 감동을 받는다. 그리고 자문하게 된다. 어쩌면 살아가며 우리가 겪는 고통들이 실상은 허상에 지나지 않는 것은 아닐까. 삶의 참모습과 진정한 의미를 깨닫지 못하고 죄책감, 불만, 좌절감 등으로 엉뚱하게 해석하는데서 생기는 오해가 아닌가 말이다.

 

훨씬 더 의미 있는 곳으로 다가오는 천국

 

에디가 도착한 천국이 주는 메시지는 의미심장하다. 기독교가 이야기하는 천국보다 훨씬 유의미하다. 현세와 단절된 천국이 아니다. 이승에서의 생과 유기적인 연계성을 갖고 있기에 현실이 훨씬 소중해진다. 이승에서 내가 만난 사람들과 그 과정에서 벌인 내 행동들이 다른 사람들에 의해 재해석된다는 사실로 말미암아 삶의 순간들을 소중하게 여기고 행동을 조심하게 만든다. 이 책에 비해 현세에서 온갖 부정과 잘못은 다 저지르고 ‘신에 대한 믿음’ 한 가지만 있으면 천국에 들어갈 수 있다는 논리이야말로 오히려 기괴한 주장이라고 생각한다. 우리는 어떤 삶을 살아야 하며 어떻게 살아야 만족할 수 있을지 그리고 한 번 밖에 살 수 없는 인생에서 무엇을 할지를 심각하게 고민하게 해 준다는 점만으로도 이 책의 의미는 충분하다.

 

인생의 순간과 인연을 소중하게 여길 것

 

작가는 전작인 <모리와 함께 한 화요일>에서 인생의 가치에 대한 물음을 진지하게 던진 바 있다. <천국에서 만난 다섯 사람>은 전작에서 작가가 던졌던 질문의 연장선에 있다. 비록 내용은 짧지만 읽을 때보다 마지막 장을 덮고 난 후에 더 많은 시간을 할애해야 하는 책이다. 쉬운 표현과 우화적인 구성을 취하면서도 인생의 심연을 들여다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는 점에서 저자의 탁월한 구성력을 엿볼 수 있다. 나 스스로 왜 살아가는지 알 수 없을 때, 초라하다고 느낄 때, 타인과 사회에 적의를 갖고 불만이 가득할 때 읽어보면 스스로를 다시 돌아보는 동기를 부여할 것이다. 오해와 몰이해로 점철된 지나간 인생의 재해석을 통한 자신과의 화해야말로 천국으로 이르는 지름길이라는 사실을 잊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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