끊이지 않는 사장들의 인재 타령
조직에서 고위직으로 갈수록 인재에 대한 갈증은 심해진다. 특히 자기 사업을 하는 사장들의 경우 인재가 없다는 불평이 끊이지 않을 정도다. 주변에 일을 하는 사람이 그렇게 많은데도 도대체 왜 일을 잘 하는 사람을 찾기 힘들다고 하소연하고 불평하는 걸까? 그 원인은 두 가지로 찾아볼 수 있다. 1. 입으로는 일 잘하는 사람을 원한다고 하면서도 정작 그런 사람이 오면 능력에 걸맞는 대접을 해주지 않는 탓에 잠깐 머물거나 아예 오지 않으려 하는 경우다. 2. 일을 잘 한다는 개념에 대해 우리가 뭔가 오해하고 있는 경우다.
남보다 일을 잘 하면 대우도 더 잘 해야지
매번 인재가 없다고 불평하는 사장들 중에서는 부하직원에 대한 존중이 없는 이들도 있다. 회사에서나 부하직원이지 밖에서도 부하직원인가? 그런데 이런 사람들에게는 프라이버시라든가 공과 사의 구별이 없다. 어디서나 자기 몸좀인 양 휘두르는 게 몸에 배어 있거나(사실은 그 사람을 그렇게 만든 부하직원들도 문제가 있다), 능력만 뽑아먹으려 하지 정작 상응하는 대우를 해주지 않는다. 이럴 경우 부하직원들은 참고 있다가 기회가 생기면 뒤도 보지 않고 떠나버린다. 온갖 구박을 다 받으며, 월급도 적게 받으며 그 자리에 남을 이유가 없다. 입장을 바꿔 생각해보면 당연한 일이다. 하지만 사장들은 제 잘못은 모르고 떠나는 사람들이 배신했다고 욕한다. 월급쟁이들에게 휴가와 승진, 월급 인상이 얼마나 큰 의미를 갖는다는 걸 정말 몰라서 하는 말인가.
일을 잘 하는 것에 대한 오해
일을 잘한다는 의미에 대해 다시 한 번 곰곰하게 생각해보자. 우리가 제대로 이해를 하고 있나 검토하기 위해서다. 일을 잘하는 것과 특정 기술과 테크닉에 능하다는 건 다르다는 것부터 짚고 넘어가자. 많은 사람들이 기술에 능한 사람을 일 잘한다고 오해한다. 엑셀을 잘 다루고, PPT를 잘 다루고 발표를 잘 하는 사람들이 여기 속한다. 이건 오해다. 이들은 기술에 능할 뿐이다. 엑셀을 잘 다루면서도 팀작업에 공헌하지 못하거나 실적이 나쁜 사람도 있다. 일을 잘 한다는 진정한 의미는 ‘성과를 낸다는 것’이다. 성과를 낸다는 건 기간을 크게 단축하거나, 문제를 해결하거나, 작업을 완료한다는 뜻이다. 단순히 프로세스를 능수능란하게 하는 것과는 근본적으로 기준이 다르다.
일 잘하는 건 쉽게 가르칠 수 없다
서점에 나가 보면 ‘~ 잘 하는 법’이라는 제목을 붙인 자기계발서적들이 많다. 그 가운데에는 심지어 ‘일 잘하는 법’이라는 책도 있다. 그런데 위에서 말한 것처럼 일을 잘한다는 의미가 ‘주어진 문제를 해결하거나 과정을 완전히 혁신해서 새로운 성과를 내는 것’이라면 책 한 권으로 일 잘하는 법을 가르쳐준다는 광고는 전혀 믿을 수 않다. 문제라는 게 매번 조건과 환경이 다를 텐데 어떻게 그 문제들을 일괄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노하우를 전수한다는 건가. 따라서 일을 잘 하기 위해서는 일을 대하는 태도나, 일에 접근하는 관점, 생각하는 방식에 변화를 주어야한다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이성과 논리 위에 감각을 키워라
일본의 컨설턴트 야마구치 슈는 이러한 고민을 하는 이들을 위해 한 가지 처방을 내놓았다. 일을 잘하기 위해서는 감각을 키우라고 말한 것이다. 여기서 말하는 감각은 우리가 무언가를 느낄 때의 오감과는 다른 의미다. 쉽게 말하자면 우리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사용하는 힘인 논리적이고 이성적인 사고와는 반대편에 있는 감성이다. 분석적이기보다는 통합을, 분해하기보다는 영감을, 문제를 병렬로 늘어놓기보다는 다시 한 번 원인을 찾아보는 행위다. 비논리적이면서도 예술적이고, 창조적인 무엇이다. 미국 월가의 CEO들이 바쁜 시간을 쪼개가면서 박물관이나 예술전시회를 찾고 디자인회사들과 제휴하는 이유도 이 감각을 단련하기 위해서라고 한다. 이렇게 따진다면 감각이란 사물을 보는 다양한 관점이자 유연한 사고라고 해도 의미가 통할 것 같다.
제품이나 서비스의 부가가치를 높이는 법
감각의 효용성은 부가가치를 높일 때 극명하게 드러난다. 이성과 논리가 제품과 서비스의 효용가치를 중시하는 데 비해 감각은 의미가치를 창조한다. 쉽게 예를 들어보자. 당신이 차를 한 대 산다고 생각해보자. 소나타나 그랜저를 골랐다면 가성비를 중시하는 소비 패턴을 가졌을 것이다. 효용가치를 높이 사는 것이다. 효용가치는 가성비와 효율성을 따지기에 가격을 올릴 여지가 없다. 대체제도 많다. 페라리를 골랐다면 의미가치를 중시한 것이다. 의미가치를 중시하는 사람들은 효용성이나 가성비보다 내게 의미가 있는가를 따진다. 1개에 몇억 원을 호가하는 파텍 필립스 시계가 팔리는 이유다.
A.I시대에는 이성과 감성의 조화가 필요
시대가 하루가 다르게 변한다. 폐기처분된 어제의 기준을 품고 있다가는 함께 쓰레기통에 묻힐 수 있다. 논리와 이성도 중요하지만 이 두 가지로 풀지 못하는 문제들이 늘어나고 있다. 때로는 문제를 보는 시각을 논리에서 감각으로 바꾸어 보자. 전혀 새로운 해결책을 만날 수 있다. 논리와 이성은 가부를 논하고 사지선다 형식이지만 감각은 다지선다 방식이다. 그만큼 사고도 유연해지고 풍성해진다. 감각을 한껏 키워보기 바란다. 감각은 타고나기 쉽지만 후천적인 노력으로도 키울 수 있다. 책도 많이 보고, 예술품도 감상하고, 글도 써보면서 생각도 많이 하라. 사고가 유연해질 것이다. 문제를 보는 관점이 다양해질 것이다. 이렇게 가다 보면 어느새 당신은 누군가로부터 ‘일 잘하는 사람’으로 인정받고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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