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 : 마츠바라 토시미츠
연재 : 2014.~ 완료
단행본수 : 23권
권투 성장만화
<리쿠도>는 한 불행한 소년을 주인공으로 하는 권투 성장만화다. 소재 면에서는 그리 흔할 게 없다. 단, 주인공인 리쿠의 인생사는 다르다. 처절과 절망의 극을 달린다. 알코올 중독자인 아버지의 폭력에 날마다 시달리다 어머니는 집을 나갔고, 혼자 남은 리쿠는 묵묵히 폭력을 감내한다. 아버지가 목을 매고 죽었는데도 어린 리쿠는 아버지를 샌드백 삼아 펀치를 날리고 있다가 야쿠자인 토코로자와에게 발견된다. 오래 전 유망한 복서였던 토코로자와는 리쿠에게 복싱으로 인생을 새로 사는 꿈을 선사한다.
생존을 위한 권투
종목을 막론하고 스포츠 만화는 극적인 전개와 재미를 위해 항상 주인공에게 문제를 던져준다. 태생의 문제이든, 이상으로 삼는 종착지를 향해 달리든 문제 가득한 현실과 추구하는 이상과의 괴리는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원동력이 된다. 주인공은 꿈을 향해 열정을 발산하고 노력하는 과정에서 점차 성장하고 캐릭터로서 매력을 가질 수 있다. 리쿠 역시 어린 시절의 트라우마를 극복하기 위해 오로지 복싱에만 매달린다. 리쿠에겐 복싱이 삶의 수단이자 목적인 것이다.
강력한 호적수들
리쿠에게 휴식이나 안주는 없다. 시합에서 이기거나 지는 건 중요하지 않다. 권투는 그의 생존 방식이며, 링 위에서 존재감을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복싱 기술로는 리쿠를 훨씬 능가하는 적수들이 많다. 천재 복서인 효도, 일본 챔피언 츠바키, 강타자 거베로, 전 OPBF 챔피언 야나기 등 수많은 호적수들이 리쿠에게 패배감을 안기기 위해 절치부심한다. 하지만 리쿠는 꺾이지 않는다. 살고자 하는 의지와 복싱에 대한 생각, 그리고 감각이 그를 지탱한다.
거친 듯 정교한 그림체
이 작품의 그림체는 거친 듯 하면서도 세밀하다. 무심하게 흘러가는 듯 하면서도 임팩트를 주어야 할 장면에서는 클로즈업을 아끼지 않고 사용하며, 펜터치를 정교하게 가한다. 꼼꼼하게 디테일에 신경쓴 덕분에 음울하고 어두운 분위기를 한층 더 강조해준다. 리쿠를 노리는 경쟁자들의 표정과 대사는 투쟁의 분위기를 한층 더 노골적으로 드러내고, 이들의 격전은 속도감 있게 묘사된다.
너무 어두운 분위기
트라우마나 약점을 가진 주인공은 독자와의 공감을 쉽게 가질 수 있다는 점에서 작가가 배제하기 어렵다. 하지만 트라우마를 너무 강조하다 보면 작품의 분위기가 한없이 추락해서 우울해진다. <리쿠도>의 약점은 이처럼 우울한 분위기가 좀처럼 살아나지 않는다는 점이다. 같은 복싱만화지만 <더 파이팅>이 시종일관 유머 코드를 사용하며 투쟁 속에서도 밝은 분위기로 진행되는 것과는 대조적이다. 느와르적인 것과는 다른 칙칙하고 불쾌한 분위기는 독자에 따라 비호감으로 다가올 수 있다.
구원은 사랑
매순간 피가 튀고, 뼈가 으스러지는 격렬한 투쟁 속에서도 리쿠는 고독과 외로움을 당연시한다. 사랑이라는 걸 받아본 적이 없기에 리쿠에겐 당연한 일이다. 같은 시설에서 자란 나에시로는 그런 리쿠를 항상 곁에서 바라보고 응원해준다. 리쿠는 몰랐지만 격전의 아레나에서 생사를 가르는 싸움을 벌이고 돌아온 후에도 안정을 취할 수 있었던 원인은 바로 나에시로의 존재였다. 챔피언으로 다가가면서 리쿠는 나에시로의 존재가 얼마나 소중한지 깨닫고 그녀를 가족으로 받아들인다. 인간에게 사랑이 구원일 수밖에 없는 이유를 설명해주는 장면이다.
복싱인데 복싱이 아니야
복싱만화나 격투만화의 경우 전문적으로는 아니더라도 최소한의 테크닉은 이야기해주는 게 좋다. 특히 실제 인물들의 기량을 언급하거나 모방하는 건 리얼리티를 심는 데 최적의 방법이다. 그런데 <리쿠도>는 이 부분에 소홀하다. 등장하는 복서들의 테크닉에 관한 언급도 별로 없을뿐더러 리쿠의 기량을 묘사하는 데에도 역시 미흡하다. 오히려 강조하는 건 리쿠의 트라우마와 정신이다. 리쿠가 랭킹을 올라가는 이유를 복싱의 테크닉과 상대의 단점 분석에 두지 않고 막연하게 언급하는 것은 이 만화의 최대 단점이라 할 수 있다.
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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