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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성 문화

여러 가지 장점을 갖추었지만 대전 격투만화의 한계를 벗어나지 못한 작품 ; [켄간 아슈라]

by 마인드 오프너 2024. 6.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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격투 액션 + 기업의 대리 경쟁

 

<바키> 시리즈, <더 파이팅>, <링 위의 히어로>, <수라의 문>을 비롯한 다양한 격투 만화들을 보아 왔다. 이러한 격투 만화들의 공통점을 살펴보면 반드시 상대가 있고 주기적으로 시합을 갖는다는 것이다. 상대가 달라질지언정 대결의 반복을 피할 수 없기에 작가는 대결의 표현을 어떻게 새롭게 하느냐 고민하게 된다. 상대가 바뀌어도 주인공은 그대로이니 ‘복붙’의 느낌을 지울 수 없기 때문이다. 일부 작가는 흥미를 자아내는 설정을 위해 아예 리얼리티를 포기하는 무리수를 둠으로써 자폭하기도 하고(바키), 다른 작가들은 격투 대전에 새로운 설정을 추가한다. <켄간 아슈라>는 일본 내 거대 기업들 간의 분쟁을 기업 소속 격투가들의 단판 승부로 해결하는 <권원회>를 둘러싼 권력 투쟁을 추가하여 대전 격투 만화의 한계를 극복하고자 했다.

단순한 격투 대전이 아니라 기업 간 시장 쟁탈전이기도 하다.


 

장르 : 격투

스토리 : 산드로비치 아야코

작화 : 다로메온

단행본 : 27권 완결


회장직을 둘러싼 권원시합

 

오랫동안 권원회 회장을 역임한 카타하라 메츠도의 아성에 노기 그룹 회장이 반기를 들고 일어선다. 그룹의 운명을 걸고 격투가들의 토너먼트 대회인 <권원시합>를 열어 우승자가 새로운 회장에 취임하자는 제안이다. 메츠도의 찬성으로 일본의 내로라하는 기업들이 격투가를 영입해서 대회를 준비한다. 노기 회장은 만전을 기하기 위해 노기 그룹 소속 격투가들을 복수로 준비하는 한편 다른 기업 대표들에게 접근해서 회장에 추천해줄 것을 요청한다. 격투가들이 무대에서 격투를 벌이는 이면에서는 권력을 찬탈하기 위한 치열한 정쟁이 벌어지고 있었던 것. 격투 이외에도 이러한 무대 뒷면의 정쟁이 추가적인 재미를 부여하는 게 이 작품의 특징이다.

권원회 현 회장인 카타하라 메츠도는 오히려 도전에 기뻐한다.


어울리지 않는 콤비의 등장

 

이 작품의 실질적인 주인공인 이호류의 전승자 토키타 오우마는 노기 그룹 산하 자회사의 별볼일 없는 샐러리맨 야마시타 카즈오를 매니저로 만난다. 야마시타 카즈오는 56세의 나이에도 불구하고 직장에서는 연하 상사에게 일을 못한다고 매번 질타를 받고 자식들마저 우습게 아는, 아버지로서 절망적인 인생을 사는 인물이다. 이런 인물이 갑자기 그룹 회장의 호출을 받고 그룹 의 운명을 짊어진 격투 대회 매니저가 되었으니 독자들의 허를 찌르는 의외의 설정인 셈. 하지만 이야기가 전개될수록 야마시타는 평소 모습과는 달리 명민한 눈으로 각 기업 대표들의 허를 찌르는 모습을 보여주며 강력한 경쟁자로서 인식된다. 결말에서는 노기 회장이 그를 매니저로 추천한 결정적인 이유가 공개되기도 한다.

야마시타는 무능한 샐러리맨이지만 그의 가계도는 절대 그렇지 않다.


격투 액션만화로는 바키 능가

 

본질이 대전 격투 만화이다 보니 이야기의 80% 이상 분량은 대전에 나선 격투가들의 1:1 대결을 그린다. 당연히 각 격투가들의 비기와 신체 능력이 관심을 끌 수밖에 없다. 이 부분에서 스토리 작가의 능력이 드러난다. 격투가들마다 기묘한 신체 능력과 독특한 비기를 설정해 준 부분에 대해서는 높은 점수를 주고 싶다. 각 격투가들의 계보와 격투 대전 참가 이전 경력들을 끌어내며 캐릭터에 대한 설명을 통해 몰입도를 높여주는 배려도 잊지 않았다. 다만 격투 만화들의 공통점인 초인화는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한 모양이다. 모든 격투가들이 수십 번은 죽어야 하는 중상에서도 잘만 살아난다. 이 부문에서 한참 선을 넘은 <바키> 시리즈에 비할 바는 아니고 격투 장르의 성격 상 재미를 위해서 어쩔 수 없었다는 정도로 이해 가능하다.

야마시타의 오랜 조상은 전설적인 격투가였다는 사실이 밝혀진다.


서사는 지리멸렬 수준

 

격투 장르 만화의 또다른 공통점은 작화가 세련되고 대단히 세밀하다는 점이다. 격투 특성 상 대결을 펼치는 격투가들의 동작과 신체 구조를 세밀하게 묘사할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작화가 떨어지면 흥행에서는 멀어진다. 이 작품 역시 작화는 인체의 근육과 내부를 두루 세밀하게 묘사하며 액션이나 속도감도 만족할만한 수준으로 그려낸다. 단점은 서사가 작화에 미치지 못한다. 그럴 듯하게 낚시를 던지다가 마무리를 못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최종 빌런이어야 하는 카타하라 메츠도가 회장 직을 빼앗긴 후 “도전자가 되어 좋다”는 식으로 헤헤거리는 건 용납하기 어렵다. 마창 쿠로키가 결승전 이전에 오우마에게 말해주는 “이호류의 비밀”도 딱히 말해야 싶나? 싶을 정도 수준이고 노기가 야마시타를 매니저로 낙점한 이유 또한 그래서 뭐? 수준이다.

작화는 격투 만화 중에서 상급이다.


여운만 남길 뿐 인상적이지 못한 결말

 

기업을 대표하는 격투가들이 승부를 겨루는 권원대회가 이야기의 큰 맥이니만큼 독자들의 관심은 우승을 누가 하느냐에 모아진다. 우승자가 의외의 인물이라는 점에서 약간의 반전이 있다고 할 수 있으나 이마저도 설득력이 약하다. 결말을 오우마의 죽음으로 끝내고 새로운 인물을 등장시키는 건 편집자와 작가가 사전에 속편을 염두에 둔 전략으로 보인다. 이 작품에 대해 총평하자면 ‘격투가들의 격투 시합은 격렬하고 속도감 있으며 표현도 좋으나 이러한 시합들이 매번 반복되면서 지루해진다’. 초인적인 능력으로 뒤집기가 반복되다 보니 반전 효과보다는 ‘으레 그렇다’는 인상을 주기 쉽다. 전형적인 대전 격투 만화의 틀에서 벗어나고자 한 노력은 엿보이나 결과적으로 틀 안의 미로에서 맴돌다 끝난 모양새다. 7-8권까지는 정독하였으나 복붙에 가까운 전개 때문에 지루해져서 중후반부터는 속독으로 읽었다. 후속작 <켄간 오메가>는 달라졌을까.

마무리를 한다고 했으나 딱히 인상적이지는 않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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