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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성 문화

넷플릭스 영화. 장르 특유의 클리셰와 차별화를 위한 차별화로 한계를 벗어나지 못한 상어 영화 ; <센강 아래>

by 마인드 오프너 2024. 6.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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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대박 흥행은 운빨의 영역(?)

 

이따금 전 세계적인 흥행 실적을 기록하는 영화들을 보면 공통점이 있다. 해당 분야에서 전례가 없는 새로운 시도의 결과라는 점이다. 상어 영화 분야에서 앞으로도 흥행 기록을 넘어서기 어려울 것으로 보이는 <죠스>는 이야기 구성이나 액션 연출이 역대급이었으나 피터 B. 벤츨리의 원작소설이 비범했다는 점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영화를 본 후 영문 소설을 읽어봤는데 연령대를 낮추어 이야기를 각색한 영화보다 압도적으로 재미있었다. 소설 <죠스>의 흥행 가능성을 알아본 스필버그의 선구안과 연출 능력은 실력이지만 아무도 그 소설을 영화로 옮길 시도를 하지 않았다는 건 분명히 행운이다.

동물이 배우보다 더 매력적인 캐릭터가 될 수 있음을 보여주며 1억불 흥행을 돌파했던 영화 <죠스>


애는 썼다만 욕심만 부리다 한계를 넘지 못했다.

 

장르 : 액션, 공포, 스릴러

상영시간 : 104분

감독 : 자비에르 젠스

출연 : 베레니스 베조, 나심 리예

방영 : 2024.06.05.


돌연변이 청상아리가 불러온 공포

 

소피아는 동료들과 함께 특정 상어에 비컨을 꽂아 활동 영역과 생태를 추적하며 연구 중이다. 소피아 일행은 쓰레기들이 쌓인 플라스틱 섬 아래에서 비컨을 단 상어를 발견하고 잠수한다. 그물에 걸려 죽은 향우고래 새끼를 노린 상어들이 출몰하는 가운데 나타난 목표 상어는 원래 크기의 3배가 넘는 7m 이상으로 성장해 있었다. 이상한 점을 발견했으면 서둘러 물밖으로 나와야 하지만 그러면 영화가 진행이 안 된다. 소피아는 무리한 샘플 채취를 지시하고 덕분에 남편과 동료들은 모두 상어밥이 되고 만다.

 

3년 후 파리의 센강에 문제의 상어가 모습을 드러낸다. 소피아는 센강의 수상 경찰들과 협력해서 상어를 퇴치하려는 한편 시장에게 문제의 심각성을 알리려 하지만 철인3종경기로 개인적인 치적을 쌓기를 원하는 시장은 들은 척도 하지 않는다. 철인 3종 경기가 시작되고 소피아와 경찰들은 강 밑으로 들어가서 예상치 못한 엄청난 광경과 마주치고 만다. 문제의 상어가 단위생식으로 낳은 상어들이 계속 새끼를 낳은 결과 강 아래는 상어들의 천국이 되어 있었던 것. 소피아의 예상대로 상어들은 사람을 공격하고 철인 3종 경기는 피의 대잔치가 되며 파리를 지옥으로 만들어간다.

소피아 일행은 쓰레기 섬 아래에서 그물에 말린 채 공격당한 향유고래 새끼를 발견한다.
남편 일행이 죽는 걸 본 소피아, 용기있게 바다에 뛰어들지만 할 수 있는 거라고는 상어의 배를 채워주는 것밖에 없는데...


차별화를 위한 포인트 ; 환경오염에 따른 돌연변이

 

상어가 주역인 영화를 보는 관객들은 무의식 중에 <죠스>와 비교하게 된다. 어쩔 수 없다. 모험 영화를 보면 <인디애나 존스>를, 스페이스 오페라를 보면 <스타워즈>를 떠올리는 것과 마찬가지다. 일반적인 상어와는 다른 상어가 살육을 일삼는다는 이야기의 맥은 변화가 불가능하다. 이야기를 구성하는 다른 요소들과 설정에 변화를 가하는 수밖에 없다. 자비에르 젠스 감독이 이 영화의 차별성으로 삼은 항목은 ‘환경 오염에 따른 상어의 돌연변이화’다. 잘만 풀리면 환경 오염의 심각성에 대해 자연스럽게 메시지를 전달할 수 있고 일반적인 개체와 다른 상어를 출연시켜 흥미를 배가할 수 있다고 생각한 모양이다. 그 결과가 ‘단위생식’과 ‘민물 서식’이 가능한 청상아리다.

소피아는 센강에서 잡은 다른 상어를 해부하다가 단위생식을 하고 민물에 적응했다는 사실을 발견한다.


무리수로 보이는 차별화

 

감독 의도와 달리 시청자의 입장에서는 공감이 되지 않는 차별화다. 해당 상어만 돌연변이를 이루었다는 설정도 그렇고 갑작스럽게 덩치가 커지고 민물에 적응한다는 전개도 이상하다. 차라리 ‘특이한 연구 도중 주입한 약물에 의한 변이’라는 설정이 훨씬 설득력 있다. 돌연변이가 아니라 다른 종이라고 보인다.

단위생식으로 인해 센강은 이미 상어천국이 된지 오래다.

 

먹이감이 훨씬 많은 바다를 놔두고 굳이 더럽고 소금기도 없는 센강으로 지구를 한 바퀴 돌아 찾아든다는 설정도 억지스럽다. 돌연변이 과정에서 연어나 장어의 DNA가 들어간 건지 모를 일이다. 프랑스 해안을 무대로 이야기를 전개했어도 충분했을 것을 굳이 도시 한복판에서 난동을 부리는 상어를 그리고 싶은 욕심에 선을 넘었다.

 

액션을 가미하기 위해 센강 밑에 2차대전 당시의 불발탄이 있다는 설정이나 수면을 떠다니는 상어는 못 맞추고 강 바닥을 향해 총격을 가하는 군인들 역시 부자연스럽다.

군인들이 사격을 정말 못한다. 상어를 맞추겠다는 건지...바닥의 포탄을 맞추겠다는 건지...


예상을 벗어나지 않는 클리셰의 연속

 

설정에서는 역대 상어 영화들의 전례를 그대로 답보하고 있다. 사람들의 위험이나 다른 요소들은 전혀 보지 못하고 오직 동물들의 안전만 고집하는 환경보호론자 미카는 동물이 주인공인 영화에는 언제나 속 터지게 만드는 캐릭터다. 한 치 앞도 못보고 자신의 주장만 앞세우다가 보호하려던 그 생물의 먹이가 된다는 결말도 똑같다.

 

시장 역시 본인의 명예와 정치적인 치적을 위해 주인공들의 말을 귓등으로도 듣지 않는 모습은 여타 영화의 악당들과 똑같다. <죠스>에서도 관광산업을 위해 해안 출입을 금지해야 한다는 마틴 브로디 서장의 건의는 전혀 받아들여지지 않던 장면을 기억해보라. <죠스>의 영향력은 이토록 끈질기고 집요하다.

앗싸! 각도 좋고!
오. 이 각도 좋았어! 다시 한 번 가보자!


창작이 어려우면 좋은 원작을 찾자

 

클리셰를 연발하고 차별화를 위한 차별화를 할 수밖에 없는 감독의 입장을 이해는 한다. 이해한다고 해서 재미없는 영화를 재미있다고 이야기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본인의 역량으로 기존 작품들의 범주를 벗어날 수 없다면 차라리 기획 단계부터 내부 시나리오를 포기하고 탁월한 구성과 이야기를 뽐내는 원작을 찾아보는 게 더 낫지 않을까. 콘텐츠 크리에이터가 <죠스>를 보고 배울 수 있는 확실한 교훈은 가망 없는 창작 대본에 집착하지 말고 가능성 높은 원작을 찾는 게 백번 낫다는 것이다. 이런 이야기를 해도 창작자의 자존심을 내세우며 비슷한 시행착오를 감수하는 연출자들은 줄지 않을 것이니 <죠스>를 능가하는 상어 영화는 도대체 언제쯤 만날 수 있으려나.

센강에서 상어가 활약하기 위해서는 정치적 야심이 있는 캐릭터가 필요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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