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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성 문화

애니 실사화, 이럴 거면 도대체 뭐하러 하는지? 실망스러웠던 <지겐 다이스케>

by 마인드 오프너 2023. 11.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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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리지널 캐릭터와 차이가 완연하다.

 

장르 : 액션, 범죄

국가 : 일본

상영시간 : 120분

감독 : 하시모토 하지메

주연 : 타마미야 테츠지


 

<루팡3>의 스핀오프인가?

 

지겐 다이스케는 애니메이션 <루팡 3세> 시리즈의 주인공 중 한 명이다. 루팡, 고에몬과 함께 전 세계를 돌며 범죄를 저지르고 있다. 극중 역할은 명중률 100%의 저격수로 매그넘 357을 좋아한다. 언제나 중절모로 얼굴을 가리고 있고 과묵한 모습, 늘씬한 체형, 스타일리시한 모습으로 주인공 중 가장 인기가 높다고 한다. 그러니 이 영화가 일종의 스핀오프가 아닌가 생각하는 건 당연하다. 제작자도 은근히 그런 기대를 노린 게 아닐까 싶다. 하지만 전혀 다르다. 오리지널 캐릭터의 모습은 거의 사라지고 방황하고 갈등하는 인간적인 모습의 지겐 다이스케가 있을 뿐이다.

사실 매순간 총에 목숨을 걸고 사는 총잡이가 총에 심각한 결함이 있다는 걸 모른다는 설정부터 문제다.

 


내면이 고장난 총잡이

 

영화가 시작되면 지겐이 적과 1:1 대결을 벌인다. 적을 쓰러뜨리지만 지겐은 리볼버에 문제가 있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지인에게 수소문하여 저명한 총포 장인을 찾아가지만 시계공으로 변신 중인 장인은 총을 고치는 게 문제가 아니라 지겐의 내면이 고장난 게 진짜 문제라며 수리를 거부한다. 총을 고치고 떠나려 했던 지겐은 의도하지 않게 마을에 머물며 사건에 휘말리게 된다. 그와 딱히 관계가 없는 타인들이 휘말린 사건을 해결하는 과정에서 다이스케는 의도치 않게 자신의 문제가 무엇인지 알아차리고 내면을 치료하는 데 성공한다.

과거 가짜총을 만들어 암시장에 팔던 총기장인은 이제 시계공으로 새 삶을 살려 하기에 수리를 거부한다.

 


상처받은 인생을 부여잡고 사는 사람들

 

지겐의 문제는 늘 죽음을 가까이하며 떠도는 사이 내면이 황폐해지고 타인의 사정에 무감각해진 것이었다. 목숨과도 같이 소중하게 유지해야 할 총이 고장난 사실도 몰랐던 것은 바로 그때문이었다. 다이스케를 비난하긴 했지만 여자 총제조인도 사정은 다르지 않다. 시계상이 되려는 그녀는 남자들 위주의 시계공 사회에 어울리지 못하고 권총을 제작하며 암시장에 유통시킨 과거가 있다. 악당 보스 아델도 목소리와 오른쪽 다리를 잃고 세상에 대한 복수심을 실현하기 위해 인생을 바친 인물이다. 상처 받고 고장난 인생을 살아가는 이들이 대결하는 무대가 마을인 것이다.

악당 보스 아델과 인질로 잡힌 오토 역시 상처받은 인생의 소유자들이다.

 


인생을 회복하는 두 가지 방법

 

지겐, 총포상, 오토와 악당 보스 아델은 인생을 치유하는 선택 방안이 다르다. 전자들은 고장난 인생의 원인을 뒤로 하고 새로운 인생을 받아들이거나 원인을 찾아 제거하고자 한다. 후자는 인생이 고장난 원인을 타인에게 찾기에 그들을 정복하여 원인을 없애고자 한다. 그 결과 지겐, 총포상, 오토는 과거의 상처를 보듬고 새로운 가족으로 거듭나서 평안한 안식처를 갖게 된다. 악당 두목 아델은 부하들을 시켜 지겐을 제거하려 하다가 파멸한다. 아델은 자신이 선택한 길이 잘못되었다는 사실을 모르지 않았지만 어쩔 수 없다는 사실을 알기에 파멸을 받아들인다.

아델은 자신의 선택이 잘못되었다는 걸 알면서도 끝내 파멸의 길을 걸어간다.

 


애니 실사화 영화의 또다른 실패 사례로 남을 듯

 

<루팡 3세> 시리즈를 한 번이라도 보았거나 애니메이션 속에 등장하는 오리지널 지겐 다이스케를 알고 있다면 영화를 보면서도 당최 어리둥절할 법하다. 휴머니즘을 찾으며 고아와 고집쟁이 장인을 감싸안는 감성적인 캐릭터의 설정은 도무지 맞지 않기 때문이다. 게다가 액션 연출도 실사영화답지 않다. 애니 속에서야 개인이 중대 이상 규모의 적과 맞서 싸워도 크게 거부감이 들지 않을 수 있지만 실사에서는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지겐 다이스케는 초인적인 슈퍼히어로가 아니다. <루팡3세>의 스핀오프일 거라고 짐작하고 이 영화를 본 팬들은 다소 어이없을 것이다. 일본에서는 애니 실사화가 꾸준한데 성공 사례가 극소수인 이유를 신중하게 생각하고 실사화를 고민할 필요가 있다.

사랑과 희생으로 상처난 인생으로부터 회복한 이들. 그런데 지겐 다이스케의 삶에서 이런 모습을 기대한 건 아닌데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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