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완전한 완결의 아쉬움
<베놈 3 : 라스트 댄스>는 주연인 톰 하디와 감독 켈리 마르셀이 10년 가까이 공들여온 베놈 3부작의 대미를 장식한다. 안타깝게도 이 마지막 춤사위는 완벽한 정점으로 끝나지 못한 모양새다. 영화는 전작들의 장점을 계승하면서 새로운 시도를 통해 정점을 찍고자 하지만, 그 과정은 어수선하고, 메시지는 정리되어 있지 않으며, 물량공세만 퍼붓다가 제풀에 지친 듯한 느낌만 줄 뿐이다.
장르 : SF, 액션
제작국 : 미국
상영시간 : 109분
개봉 : 2024.10.23
감독 : 켈리 마르셀
주연 : 톰 하디
등급 : 15세 이상
베놈과 제노페이지의 코덱스 쟁탈전
첫 화면에서 심비오트의 창조주인 '널'이 감옥에 갇혀 있는 모습으로 등장한다. 널은 탈출을 위해 '코덱스'가 필요하며, 코덱스는 베놈과 에디에게 있다. 널은 '제노페이지'라는 괴물들을 보내 베놈과 에디로부터 코덱스를 회수하게 한다. 에디와 베놈은 제노페이지와 군 특수부대의 습격을 받지만 요행히 탈출에 성공하여 라스베가스에 도착한다. 첸 아주머니와 춤을 추던 중, 에디와 베놈은 군부대에 잡혀 51구역의 심비오트 연구 시설로 끌려간다. 널의 명령을 받은 제노페이지들이 이곳을 습격하고 심비오트들은 연구원들과 결합하여 이들과 맞서 싸운다. 전투 중 에디가 위험에 처하자, 베놈은 에디를 구하기 위해 제노페이지들과 결합한 후, 강산성 물질을 맞고 녹아 사라진다. 에디는 베놈을 잃고 홀로 남아 둘이 함께한 과거를 그리워한다.
에디와 베놈의 깊어진 유대 & 소모품으로 전락한 등장인물들
이번 작품에서는 에디와 베놈의 관계와 교감이 한층 두드러진다. 여전히 두 캐릭터가 좌충우돌 우왕좌왕하지만 이들이 보이는 교감은 결말에서의 비극을 어느 정도 예상할 수 있게 만들어준다. 산만하긴 하지만 그들이 제노페이지를 피해서 달아나는 과정에서 보여주는 대화와 상호작용은 다른 마블 영웅 영화에서 볼 수 없는 독특한 분위기를 조성한다. 하지만 주연들의 북치고 장구치고 연기로 인해 나머지 등장인물들의 존재감은 희미해졌다. 있어도 그만 없어도 그만인 상태가 되어 버렸다. 베놈 시리즈의 차별성을 고려한다 해도 이야기를 풍성하게 만들 수 있는 캐릭터들의 활용은 아쉽다.
우주를 품으려다 지구를 놓치다
심비오트의 창조주 '널'이라는 빌런을 도입한 의도는 알겠으나 이 캐릭터를 제대로 활용하지 못한 채 얼굴마담으로만 사용한 느낌이다. 결과적으로는 지구에 국한해서 작은 규모로 이야기를 전개한 전작들보다도 못해 보인다. 스케일만 크면 뭐하나. 손에 잡히는 실체가 없는데. 실제로 널은 감옥에 갇힌 채 부하들인 제노페이지만 밖으로 내보낼 뿐 그 이상의 어떠한 역할도 보여주지 못한다. 박제된 채 움직이지 못하는 최종빌런은 왕성하게 현장을 뛰는 똘마니만도 못한 법이다. 게다가 코덱스니, 널이니 하는 새로운 개념의 등장은 이 시리즈를 보지 않은 팬들에게는 이야기 이해를 어렵게 하는 요소가 된다.
화려해진 겉모습, 사라진 차별성
베놈 시리즈만의 액션 스타일에서 많이 벗어난 느낌이다. 그렇다고 해서 액션 스케일이나 느낌이 뭔가 다르냐 하면 그것도 아니다. 이도저도 아닌 어정쩡한 느낌만 강하다. 원래 베놈 시리즈를 차별화한 액션은 근접전 기반의 고어한 스타일이다. 할리우드 블록 버스터에서는 보기 힘든 B급 정서를 짙게 깔았다는 의미이다. 이 작품에서는 그러한 분위기가 많이 순화되고 할리우드 액션 영화의 전형적인 연출만 보일 뿐이다. 제노페이지는 여느 SF나 판타지 영화에 나오는 몬스터보다도 존재감이 부족하며 가진 능력으로 관객들을 즐겁게 하는 능력 역시 미흡하다.
마침표를 찍긴 찍었는데 미완(?)
영화의 클라이맥스는 베놈의 자기희생으로 마무리된다. 에디와 베놈의 관계가 발전된 결과임을 보여주고자 한 장면이겠지만 뭔가 엉성하고 급작스럽다. 개연성도 부족하다. 굳이 그렇게 자살을 택해야 했는지 의문이 들 정도다. 게다가 제목을 라스트 댄스로 지었으면 그냥 끝낼 일이지 여전히 아쉬움이 남았는지 쿠키 영상을 통해 여운을 남길 건 뭔가. 제작진의 호언장담처럼 베놈과 에디의 여정이 여기서 끝날지, 다시 새로운 시작이 이어질지는 오직 시간만이 해결해 줄 것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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