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르 : 모험, 드라마, SF
제작 : 러시아 연방
상영시간 : 90분
감독 : 알렉산더 쿨리코프
주연 : 알렉산더 쿨리코프
등급 : 12세관람가
달 다음은 언제나 화성
SF영화에서 화성은 달 다음으로 단골 방문지다. 아마도 지구와 가장 가깝고, 대기 상황도 어느 정도의 정착 가능성을 보장해서일 것이다. 이 영화 역시 화성에 연구를 하기 위해 떠난 러시아 탐사선이 겪는 사건을 다룬다. SF영화 팬의 입장에서는 매번 등장하는 화성보다는 좀더 연구를 해서라도 수성이나 목성과 같은 미개척지를 배경으로 하는 영화가 나왔으면 하는 욕심이 있다.
뜻하지 않은 사고와 생존자
‘프로젝트 마스’ 수행을 위해 화성으로 향하던 탐사선이 갑작스러운 토네이도 때문에 불시착하면서 이야기는 시작된다. 선장 ‘차파예프’는 탐사선을 살리기 위해 혼자 화성에 남는 길을 선택한다. 프로젝트 책임자이자 그의 친구인 ‘코발로프’가 구조선을 보내려 하지만 막대한 자본 때문에 실현은 요원하다. 이때 미디어 재벌 ‘로만’이 ‘차파예프’의 화성 생존기를 쇼로 제작해서 수익금을 구조에 사용하자고 제안한다. ‘차파예프’는 쇼에 등장하면서 원하지 않는 사이 세계적인 스타로 떠오른다.
인간이란 무엇인가에 대한 질문
이 영화는 간단히 말하면 러시아판 <마스>라고 보면 된다. 다만 그 구성의 흡사함은 중반까지이고 중후반을 넘어가면 감독이 선택한 메시지가 주가 되면서 <마스>와 차별화가 뚜렷해진다. 감독이 던지는 메시지는 철학적이다. 화성에 홀로 남은 차파예프가 방송 중 던지는 메시지는 신선하다. 화성에는 지구를 파멸의 위기로 몰아넣고, 같은 종끼리 전쟁을 벌이는 인간이 없기 때문이다. 인간보다 돈을 더 중히 여기는 인명경시의 풍조도 없다(그런데 이때에는 시청률이 안 나온다). 인간은 홀로 있을 때 사색하게 되고 철학하게 됨을 보여준다.
현실인지 상상인지 헷갈리는 반전
무난하게 흘러가던 영화는 결말을 앞두고 뜻밖의 반전을 터뜨린다(스포일러가 되니 영화를 보고 확인하기 바란다). 영화의 흐름을 180도 뒤집는 사건이다. 그런데 이 반전이 묘하다. 실제로 일어난 사건인지 개인의 의식 흐름 속에 투영된 사건인지 모호하다. 실제로 일어난 사건이라고 받아들이기에는 결말이 영 마뜩찮다. 개인적으로는 소위 ‘열린 결말’을 안 좋아하는데 이 작품은 열린 결말을 채택했다.
판타지 감독다운 연출
감독의 약력을 보니 영화의 결말이 이렇게 된 연유를 짐작할 만하다. 이번에 주연까지 겸한 감독 알렉산더 쿨리코프는 이전 작품에서도 환상적인 시각효과로 호평을 받은 바 있다고 한다. 확실히 이 작품에도 판타지 어드벤처다운 느낌을 주는 감독의 입김을 느낄 수 있다. 다만 반전 이후에 관객들이 헷갈릴 수 있는 열린 결말을 굳이 넣어야 했는지는 의문이다. 깨끗하게 반전을 통해서 이야기의 전환을 꾀하고 마무리를 하는 것이 더 낫지 않았을까.
조금 더 SF다웠더라면
감독은 현대 사회에서 진실과 거짓을 자유자재로 가공하여 대중을 조종하는 매스 미디어에 대한 경종을 울림과 동시에 인간의 존엄성보다 돈과 권력을 중요시하는 물질만능주의에도 메스를 들이대고 있다. 그런데 이러한 메시지를 굳이 SF장르에서 손을 대야 했을까. 너무 뻔한 이야기처럼 느껴져서다. <마스>처럼 대중적인 재미에 몰빵을 하던지, <스페이스 오디세이>처럼 전대미문의 편집과 이야기를 전하던지. 둘 중의 하나가 아니라면 어중간한 메시지 전달은 약이 아니라 독이 되는 느낌이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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