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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성 문화

넷플릭스 영화. 잠수함이냐 폭탄 테러냐 한 가지만 했어야지 ; 사운드 테러를 표방했지만 삼천포로 빠져버린 액션 영화 ‘데시벨’

by 마인드 오프너 2023. 7.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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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터에서 보는 것처럼 대결로 인한 긴장감을 느낄 수 없는게 유감이다.

장르 : 액션, 스릴러, 느와르, 범죄

국가 : 한국

상영시간 : 110분

개봉 : 2022.11.16.

스트리밍 : 넷플릭스

감독 : 황인호

주연 : 김래원, 이종석

등급 : 12세 이상 관람가

누적관객 : 904,426명

 


이정표를 잃어버린 영화

 

순전히 김래원 때문에 봤다. 그가 출연한 영화가 대부분 나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 영화는 예외다. 물론 배우의 책임이 아니다. 배우들이 놀 판을 잘못 깔아준 감독 책임이 크다. 뒤로 갈수록 구성은 느슨해지고 긴장감은 사라진다. 무언가 해보고 싶은 욕심이 많다는 건 알겠는데 여력이 없어 보인다. 잠수함부터 소리에 반응하는 폭탄, 3명의 미남자 등 관객들이 좋아할만한 흥행 요소를 포진시켰는데 딱 거기까지다. 정리를 하지 못한다.

잠수함에 모이기 힘든 미남 3명이 유난히 눈에 띄는 점이 특이사항이랄까.


잠수함 영화인 줄 알았는데...?

 

강도영 부장(김래원)이 지휘하는 잠수함을 보여주며 시작하길래 한국영화사에서 보기 드문 ‘잠수함 영화’로 착각했다. 하지만 잠수함은 과거의 사건을 보여주는 소재일 뿐 영화의 핵심은 도심에서 폭탄 테러를 벌이는 범인과 강도영의 싸움이다. 아무래도 잠수함 소재의 영화에 비해서 소재의 주목도는 떨어진다. 폭탄 테러 영화가 어디 한두 작품이던가. 수많은 폭탄 테러 영화에서 반복했던 구성과 전개가 재현되면서 영화는 추진동력을 잃고 만다.

오? 오랜만의 잠수함 영화....? 가 아니었다.


구성의 묘미를 살렸더라면

 

이야기의 비중이 폭탄 테러범과의 대결이라면 잠수함 씬은 뒤로 빼고 발 빠르게 폭탄 설치 장면을 앞에 배치시켰으면 더 좋았을 것이다. 영화가 무엇을 이야기하는지 직설적으로 알려줄 수 있고 개연성과 캐릭터 설명을 위한 시간도 확보할 수 있었다. 돌이켜보니 잠수함에서 삭제해도 무방한 장면들이 많다. 잠수함 회상 장면은 결정적인 갈등과 대립 부분만 짧게 삽입했어도 제 역할을 다했을 것이다. 잠수함도 살리고 폭탄 테러도 살리려던 감독의 욕심으로 인해 두 가지 모두 존재감이 희미해졌다. 

김래원의 흰색 해군 정복은 너무 눈에 띄고 기억에 남는다. 이게 핵심이 아닌데...


사운드 테러가 고작 이 정도?

 

영화 제목을 <데시벨>이라 정하고 사운드 테러를 콘셉으로 할 정도라면 적어도 본 이야기에서 콘셉을 어떻게 표현하고 전개할지 진지한 고민을 거쳐야 하지 않을까. ‘사운드 테러’라는 거창한 홍보 콘셉이 존재하는데도 막상 영화에서는 범인이 설치한 폭탄이 주변 소리에 반응한다는 게 고작이다. 사운드 테러라는 콘셉이 무색할 지경이다. 폭탄이 터지는 데 센서가 소리에 반응하는 정도를 ‘사운드 테러’라는 꼭지점으로 묶는 것은 전혀 공감하기 어렵다. 복수를 간절히 원하는 범인이 도대체 왜 폭탄의 기폭장치를 이토록 복잡하게 만들었는지도 의문이다.

굳이 소리에 반응하는 폭탄을 만들어야 할 이유가 없다.


비장미를 강조 중에 갑툭튀 개그

 

이야기의 분위기는 사뭇 비장하고 캐릭터들은 심각하기 그지없다. 폭탄은 언제 터질지 모르고 범인은 가족의 목숨을 위협한다. 강도영은 폭사할 생각을 품고 폭탄을 찾으며, 그 내면에는 승무원 절반을 죽음으로 내몰았다는 죄책감으로 가득하다. 어딜 봐도 개그 요소가 들어갈 장소를 찾기 어렵다. 그런데 감독은 처음부터 개그와 스릴러의 양발 드리블을 고집한다. 그 중심에는 기자인 오대오(정상훈)가 있다. 이 영화에서는 오히려 극의 재미를 반감시키고 몰입감마저 추락시키는 원흉이 되고 만다.

다른 영화였다면 정상훈은 감초 역할을 톡톡히 했을 것이나 이 영화는 아니다.


감독의 요청이었을까 배우의 발연기였을까

 

연기도 눈에 거슬리는 부분이 있다. 전태성(이종석)은 동생을 잃은 슬픔을 강조하기 위해 비장미를 너무 강조하다 보니 감정이 흘러넘친다. 차영한(박병은)은 자신이 하고 있는 일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탓에 헛다리만 짚는데 그 와중에 무게만 잡는다. 강도영의 아내인 장유정(이상희)은 EOD 부사관이지만 신파만 보여주는 데 그친다. 배우들이 스스로 감정을 조절못했다면 배우 탓이겠으나 좀더! 좀더!를 감독이 외쳤다면 연출력의 문제다.

EOD 대원으로서의 프로페셔널리즘을 포기하고 신파로 흐른 게 아쉽다.


함장은 어디로 간 걸까

 

잠수함 지휘는 함장의 권한이다. 특별한 이유가 있지 않는 한 함장이 잠수함을 움직여야 한다. 그런데 일촉즉발의 상황에서조차 함장은 보이지 않는다. 단 한 명의 승무원도 죽지 않은 상황에서 왜 함장만 죽은 건지 설득력이 없다. 전태성의 복수를 정당화하기 위해 무리한 설정을 고집한 느낌이다. 전태성이라는 캐릭터의 움직임도 이해가 되지 않는다. 축구장의 VIP실이나 관용차량을 비롯한 공공장소에 폭탄이 설치되어 있는데 혼자서 가능한 일이 아니다. 실상 잠수함이 아니라 이런 디테일한 부분을 조명하며 긴장감을 조성했어야 했다.

여러 가지 면에서 잠수함 장면의 분량은 너무 길었다는 생각이 든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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