징하다, 네 번째도 만드는구나
전작 [나쁜 녀석들 ; 포에버]를 보고 실망해서 혹평한 바 있는데 정작 세계인들의 감성은 달랐나 보다. 전 세계 흥행 성적은 나쁘지 않아서 네 번째 시리즈를 만들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하는 데 성공했다. 조만간 환갑을 바라보는 두 주인공에게 오리지널과 속편 이상의 활약을 더 이상 기대할 수 없었기에 개봉 전부터 이 작품은 평가가 안 좋을 것으로 예상했다. 실제로 보니 예상이 맞는 모습이다. 명색은 경찰이 주인공인 액션 영화인데 액션은 개그로 대체하고 그나마 나오는 액션은 합이 어설프며, 짜임새 있는 시나리오 따위는 그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다. 시나리오의 빈틈으로 남태평양에서 올라온 태풍이 들이칠 정도다. 설마 이 정도인데 또 만들려나.
장르 : 액션, 코미디, 범죄
국가 : 미국
상영시간 : 115분
개봉 : 2024.06.06.
감독 : 아딜 엘아르비, 빌랄 팔라
주연 : 윌 스미스, 마틴 로렌스
등급 : 15세 이상 관람가
죽은 반장 부활시키기
마이애미 강력반 콤비 ‘마이크’(윌 스미스)는 결혼을 하고 ‘마커스’(마틴 로렌스)는 결혼식장에서 갑자기 쓰러진다. 죽음 직전에 극적으로 부활한 마커스는 갑자기 도가 사상에 심취한 인물처럼 극적으로 행동이 바뀐다. 어느날 고인이 된 ‘하워드’(조 판토리아노) 반장의 마약 카르텔 비리설이 터진다. 소식을 들은 두 사람은 반장의 누명을 벗기기 위해 동분서주한다. 반장이 죽기 전 녹화한 영상을 본 콤비는 더더욱 무죄를 확신하고 수사에 박차를 가한다.
진실은 카르텔에 잡혀서 고문을 받고 모든 비밀을 털어놓은 전직 특수부대원이 자신과 마이애미의 유력한 검사의 비리 사실을 묻어버리고자 음모를 꾸민 것이었다. 두 콤비는 마이크가 소시적에 카르텔의 대모와 연애 중 만든 아들과 합류해서 불리한 상황을 극복하고 반장의 무고를 밝혀내고자 한다. 하지만 두 번이나 마이크와 마커스에게 함정을 판 악당들의 함정 때문에 FBI와 주 경찰은 두 사람을 진범으로 보고 추적하기 시작한다.
몸이 움직이지 않으면 물러나야지
올해로 ‘마이크’를 연기하는 윌 스미스가 55살, ‘마커스’역의 마틴 로렌스가 58살이다. 이 연령대에는 1년이 10년과도 같은 법이다. 세 살이나 젊다는 이유로 이따금 등장하는 액션은 대부분 윌 스미스가 담당한다. 오리지널에서는 이러한 두 캐릭터의 설정이 충분히 흥미로웠다. 다른 영화에서 보기 힘든 설정이었기 때문이다. 강력반 형사이지만 엄청난 부를 바탕으로 포르쉐를 타고 다니며 간지가 철철 넘치는 마이크와 평범하면서 아저씨 같은 중산층을 대변하는 마커스의 조합은 수사 중에도, 액션 씬에서도 빛을 발했다. 하늘 같은 상사들과 언쟁이 붙어도 물러서지 않는 마이크의 대범함은 잘려도 생계에 지장이 없다는 현실적인 이유였다. 그 간지가 증발해 버렸다. 여전히 옷은 잘 입고 최신형 포르쉐를 타고 다니지만 시리즈를 이어 가기엔 힘에 부쳐 보인다.
도대체 언제 웃어야 하는 거야?
윌 스미스가 어중간한 액션을 수행하느라 낑낑대는 동안 마틴 로렌스는 쉬지 않고 떠들어대며 자신의 존재를 증명한다. 문제는 이 남자가 떠들어대는 내용이 그다지 재미도 없고 웃기지도 않는다는 사실이다. 아무리 동서양의 정서가 다르다지만 영화 속 개그를 미국인들이 어떻게 생각하는지 궁금하다. 몸 개그 역시 실망스럽다. 속도감 있게 흘러가야 하는 이야기 진행을 방해만 할 뿐이다. 갑자기 죽음 직전에 부활하고 나서 완전히 다른 인물로서 거듭난 것처럼 행동하는 것도 딱히 설득력이 없다. 경찰이 주인공인 영화에서 이처럼 느린 전개와 끊이지 않는 수다와 웃기지도 않는 개그로 중무장한 경우가 있었나 싶다. 영화가 단순하지 않고 계속 부가적인 요소들이 붙는다는 건 흥행에서 점점 멀어진다는 경고나 다름없다.
훤히 들여다 보이는 자승자박형 스토리
주인공이 강력한 액션으로 활약을 할 수 없으니 악당 설정도 이 상황을 감안한 모양새다. 너무 강력한 적수가 등장하면 곤란한 상황인지라 경찰 내 배신자가 주도하는 집안 싸움으로 귀결된다. 죽은 반장의 동영상을 보고 두 사람이 수사를 시작된다는 설정은 나쁘지 않다. 그 다음이 결정적인 패착이다. 반장이 “경찰 내부에 배신자가 있으니 동영상에 대해 아무에게도 알리지 말아달라”고 신신당부를 하건만 마이크는 곧장 직속 상사와 검사에게 고스란히 털어놓는다. 누가 배신자인지는 삼척동자도 다 알 수 있는 셈이다. 마이크는 카르텔 여두목과의 사이에서 낳은 아들을 교도소 이감 중 구출해서 문제를 해결한다는 막장 스토리의 주인공이 된다. 시나리오 작가가 한국 막장 드라마를 즐겨 보는 건지...
오리지널 팬은 비추, 시리즈를 모르면 글쎄...
오리지널 [나쁜 녀석들]이 나온지 30년 세월이 흘렀다. 배우도 늙고 캐릭터도 늙었다. 오리지널 이후에 2탄, 3탄이 나오기까지 공백기가 너무 길었다는 게 이 시리즈 쇠퇴의 결정적인 계기를 제공하고 말았다. 모든 배우가 다 톰 크루즈처럼 젊음을 유지하는 게 불가능하기에 액션 영화를 시리즈로 찍을 생각을 한다면 발 빠르게 속편을 준비하는 대비가 필요한 법이다. 마이클 베이 감독의 화끈한 액션을 기억하고 있는 영화팬이라면 이 영화로 시리즈가 종지부를 찍어야 한다고 생각할 것이다. 다시 찍겠다면 리부트 형식을 빌려야 할 것이다. 2020년에 나온 전작 [나쁜 녀석들 ; 포에버]를 흥미롭게 본 신세대 감성의 영화 관객이라면 그다지 부정적이지 않을지도 모르겠다. 새삼 영화는 주관적인 감상이 많이 작용한다는 점을 다시 한 번 깨닫게 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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