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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성 문화

[개봉영화 리뷰] 역대 최고 제작비, 헐리우드 대표 브랜드로 고작 이 정도? [007 노 타임 투 다이]

by 마인드 오프너 2022. 5.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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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터 역시 영화처럼 산만하기 그지없다.

 

 

장르 : 액션

제작국 : 미국, 영국

상영시간 : 163분

개봉 : 2021.09.29.

감독 : 캐리 후쿠나가

주연 : 다니엘 크레이그, 라미 말렉

등급 : 12세 관람가

누적관객 : 1,229,971명

 


 

의외의 감독 선정

 

 

007 시리즈 최다 투자액인 2.5억 달러를 들여 만드는 이 영화의 연출을 맡은 캐리 후쿠나가. 이름을 처음 들어본다. 제작자는 도대체 무슨 자신감으로 신인이나 다름없는 이 감독에게 연출을 맡긴 걸까. 007 사가를 알리며 새로운 부흥의 시대를 연 다니엘 크레이그의 마지막 시리즈라고 하기에는 아쉬움이 많이 남는다. 특히 이전 시리즈와 연계되는 이야기 덕분에 이 영화만 보는 관객들은 캐릭터 간에 벌어지는 자초지종의 관계를 쉽게 이해할 수 없다는 단점도 보인다.

 

이 영화는 전작 <스펙터>를 보지 않으면 쉽게 이해하기 어렵다.

 

 


 

인트로는 좋았지만...

 

 

엄청난 제작비를 들인 티는 인트로에서 그대로 드러난다. 이탈리아를 배경으로 벌어지는 서장의 액션 시퀀스는 기대감을 품기에 충분하다. 놀랄 만큼 박진감 넘치는 카 체이싱은 ‘007답다’는 탄성을 지르게 만든다. 하지만 007다운 전개는 여기까지다. 두 여자 사이의 느슨한 로맨스와 영문을 알 수 없는 이야기 전개에 불안감이 고조된다. 007은 은퇴를 한 상황이고, 노쇠의 흔적이 역력하다. 게다가 CIA를 대표하는 펠릭스는 왜 죽이는 건가. 007의 골수팬들이 바라마지 않는 특급 첩보원의 모습은 이야기가 진행될수록 찾기 힘들다. 다니엘 크레이그 버전의 마지막 편이라는 걸 알면 오히려 짠해진다.

 

그나마 2.5억 달러 제작비가 소요되었다는 티가 나는 인트로 장면

 


 

쓸데없이 길었던 상영시간

 

 

이 영화의 러닝타임은 장장 163분. 옛날 영화들이었다면 중간에 인터미션을 두어야 할 러닝타임이다. 어지간한 베테랑 감독들도 소화하기 쉽지 않은 시간이다. 물론 짜임새 있게 이야기를 구성해서 관객들이 지루할 틈이 없도록 만들면 그만이다. 아무 문제 없다. 하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는 게 문제다. 감독은 터무니없는 선택을 해 버린다. 스펙터를 대표하는 악당 블롬펠드는 별볼 일 없는 늙은이로 전락하고, 007은 사랑 사이에서 갈등하는 정보직 공무원으로 퇴보한다. 007의 후임은 딱히 별다른 역할도 보여주지 않는다. 그동안 다니엘 크레이그가 007 시리즈에 해준 역할을 감안하면 이만저만 아쉬운 게 아니다.

 

007의 후임이라는 여자 007. 글쎄다.

 


 

더 큰 그림을 보지 못했던 연출

 

 

다니엘 크레이그 버전의 007은 그 이전의 피어스 브로스넌과는 뚜렷하게 대비되는 캐릭터였다. 피어스 브로스넌이 세련되고 매끈했던 수트 가이이며, 여느 여자들을 후리는 바람둥이 이미지라면 다니엘 크레이그는 다혈질에 물불 가리지 않는 돌격대장 이미지였다. 필자는 피어스 브로스넌이 이안 플레밍의 원조 본드에 더 가깝다고 보지만 그동안 장구한 역사를 감안한다면 이 정도의 변화는 나쁘지 않다고 보았다. 작품을 찍으면서 다니엘 크레이그는 역대 007의 유전자를 받아들여 초기의 거칠고 투박한 이미지를 많이 세탁하는 데 성공했다. 이러한 과정을 감안한다면 이 영화 속의 007은 그동안 고생해서 구축한 이미지와는 거리가 있다. 임무 우선인 Born natural Spy가 아닌, 감성적인 휴머니스트다. 고별 무대도 좋지만 시리즈의 맥을 단절시킬 수도 있는 감독의 실수다.

 

스펙터의 수장 볼롬펠드를 이렇게 대접해서야 쓰나.

 


 

좀더 멋지게 막을 내릴 수는 없었나

 

 

중반까지 은퇴다, 가족이다 한 발 뒤로 물러섰던 007은 결국 본분을 망각하지 않고 악당의 소굴에 뛰어들어 미사일을 온몸으로 맞으며 장렬하게 산화한다. 다니엘 크레이그의 기억을 시리즈에서 완전히 지워내겠다는 건가. 감독의 의도를 짐작은 하겠는데 감동이라고는 코딱지만큼도 생기지 않는다. 기나긴 러닝타임 또한 모든 불필요한 가지를 잘라내고 고속도로로 왔으면 훨씬 간결하고 깔끔한 마무리를 지을 수 있었으리라는 짐작에 혼란스럽기만 하다. 2.5억 달러의 제작비로 할리우드를 대표하는 브랜드를 고작 이렇게밖에 못 만들다니 할리우드 영화사에 길이 남을 족적이다. 다니엘 크레이그 버전 007은 이따금 떠오르겠지만 캐리 후쿠나가의 이름은 다시는 떠오르지 않을 것 같다.

 

그나마 본드걸로서 이목을 집중시켰던 팔로마(아나 디 아르마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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