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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성 문화

[개봉 영화 리뷰] 본드걸을 이렇게 쓰다니 재능낭비 아닙니꽈? <배니싱: 미제사건>

by 마인드 오프너 2022. 4.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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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르 : 범죄, 스릴러

제작국 : 프랑스

상영시간 : 88분

개봉 : 2022.03.30.

감독 : 드니 데르쿠르

주연 : 유연석, 올가 쿠릴렌코

등급 : 15세 관람가

누적관객 : 31,873명(04.13 기준)

 


 

글로벌 제작진이 만든 영화

 

3월 30일 상영을 시작한 <베니싱: 미제사건>은 다국적 제작진이 만든 글로벌 영화다. 원작 소설은 스코틀랜드 작가가 쓰고, 연출은 프랑스 감독이 했으며 주인공 중 한 명은 우크라이나 여배우다. 촬영은 한국에서 했다. 당연히 제작발표회 때부터 화제가 될 수밖에 없다.

 

다양한 국적의 등장인물들이 나온다.

 

 


 

아니? 본드걸이 여기 웬일?

 

이 영화는 스코틀랜드 작가 피터 메이의 스릴러 소설 <더 킬링 룸(The Killing room)>을 원작으로 한다. 6년 동안의 각색 끝에 촬영을 시작했다. 여주인공 알리스는 2009년 개봉했던 <007 퀀텀 오브 솔러스>에서 다니엘 크레이그와 함께 본드걸 ‘카밀’로 출연한 바 있는 우크라이나 출신 여배우 '올가 쿠릴렌코'가 맡았다. 이 정도면 관객들을 위한 커다란 떡밥이 만들어진 셈이다. 이토록 소문난 잔치에 과연 어떤 먹을 것이 있었을지 궁금하다.

 

올가 쿠릴렌코가 주역으로 등장한다는 것만으로도 화제가 될만 하다.

 


 

연쇄살인을 좇는 한국 형사와 프랑스 법의학자

 

산속에서 여자 시신이 발견된다. 죽은 지 한 달이 지난 탓에 신원은 오리무중이다. 형사 진호(유연석)는 프랑스 법의학자 알리스(올가 쿠릴렌코)에게 협조를 요청한다. 공조 수사중이던 수사팀에게 결정적인 단서가 전달된다. 골목길을 운행하던 차량 운전자가 앞차에서 일어난 싸움을 신고했는데 그 차량의 소유주가 범죄에 연관되어 있었다. 수사를 벌이던 진호와 알리스는 연쇄살인이 치정이나 원한이 아닌, 다른 목적을 위한 범행이라는 것을 알게 된다.

 

형사팀장 진호는 수사가 난항에 부딪히자 알리스를 찾아간다.


 

나뭇가지도 아닌데 너무 산만해

 

이야기 전개 방식이 산만하다. 1차 책임은 시나리오 작가가 져야 한다. 하지만 대본을 보며 불필요한 부분을 잘라내는 건 감독의 몫이다. 관객의 몰입을 방해하는 장면들이 초반부터 등장하는데 감독은 도대체 뭘 한 것인가? 운반책 어머니의 인트로, 하는 일 없이 대사만 내뱉는 장기매매조직 두목, 외과의사와 통역사 부부, 계속 반복되는 진호의 마술, 진호와 알리스의 알콩달콩 러브 라인 등은 나뭇가지처럼 사방으로 뻗어나가며 이야기에 집중하는 걸 방해한다.

 

그놈의 마술....

 


난데없는 편집

 

편집자의 의도는 알겠다. 시간순을 무시하고 영화 곳곳에서 씬을 발췌하여 나열함으로써 궁금증과 호기심을 자극한다. 적절히 사용하면 긍정적이지만 너무 남용한다는 느낌이다. 덕분에 이야기의 얼개를 이해하기까지 상당한 시간이 걸린다. 관객은 이 영화를 처음 보는 입장이라는 사실을 잊으면 곤란하다. 점과 점으로 맥락없이 이어지는 편집은 당혹스럽다. 관객에게 영화를 이해시키는 게 순서다. 봉준호의 <기생충>을 떠올려보면 이 영화와 편집 방식의 차이를 확실히 느낄 수 있다.

 

처음에는 맥락없이 튀어나오던 편집 때문에 관객들은 청사진을 그리기 힘들다.

 


 

허망하게 소모되는 캐릭터

 

산만한 구성, 뜬금 없는 편집 때문에 피해를 보는 당사자는 등장인물들이다. 스포트라이트를 받아야 할 캐릭터의 시간이 의미 없는 캐릭터를 비추는 장면에 자리를 양보한 까닭이다. 기대를 잔뜩 모았던 알리스는 이렇다 할 액션이 없이 진호와의 연애에 관심을 보인다. 남주인공 진호는 수사와는 전혀 상관없는 마술에 바쁘다. 원작 소설에는 없는 캐릭터, 미숙은 없어도 무방하다. 운반책의 어머니, 인력사무소장, 장기밀매조직 두목도 역할에 비해 대사가 많다. 공평하게 역할을 배분해야 하는 학예회도 아닌데 도대체 왜 이랬을까.

 

원작에 없던 캐릭터 미숙은 없어도 진행에 아무 이상 없다.

 


 

본드걸을 이렇게 쓰다니

 

알리스 역의 올가 쿠릴렌코는 이 영화의 등장인물 중 가장 브랜딩이 확실하고 글로벌 인지도가 있는 배우다. 흥행을 위해 마케팅도 그녀 중심으로 해야 한다. 캐릭터 역시 그녀의 위상에 걸맞는 역할을 주었어야 했다. 그녀를 처음 보는 한국 형사와의 로맨스에 연연하고, 과거의 트라우마를 극복하는 역할로 제한한 점은 감독의 패착으로 보인다. 차라리 법의학자가 아니라 프로파일러로 설정했더라면 어땠을까. 진호의 부족한 점을 보완하는 역할로 흐름에 활기를 불어 넣을 수 있었을 것이다.

 

알리스의 새로운 신원판별법은 설득력이 약하다. 국과수도 못하는 걸 개인이 하다니...특별한 기술이 있는 것도 아니고.

 


 

제목대로 사라질 가능성 높은 영화

 

감독은 한국 스릴러 영화를 보며 구상에 참고했다고 한다. 노력은 가상한데 결과론적으로는 실패한 느낌이다. 그가 공언한 ‘차별화’는 다운그레이드로 실현되었다. 최근 선보이는 한국의 스릴러에도 못 미치는 퀄리티다. 좋게 말하면 리얼리티가 강하고 안 좋게 말하면 밋밋하다. 상상력은 간 데 없고, 사건도 익숙하다. 악당들은 양아치 수준이고 캐릭터들의 행동은 모두 예상 가능하다. 극장보다 스트리밍 쪽이 더 어울린다. 관객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기지도 못하고 사라질(Vanishing) 가능성이 높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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