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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 경영

‘라떼는 말이야 시대'의 일본 기업 문화를 살펴볼 수 있는 기업만화, <시마 사원>

by 마인드 오프너 2021. 4.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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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선 세대를 이해하려면 그 당시 문화와 역사를 보는게 좋다.

 


적을 알면 백전백승이다

 

세대가 바뀌면 기성세대들은 달라진 문화에 당혹스러워할 수밖에 없다. 위로는 상사 눈치를 봐야 하고 아래로는 부하직원들의 눈치를 봐야 한다고 푸념이다. 신입사원들은 상사를 두고 ‘꼰대’라고 폄하하며 뒷담화와 함께 비웃는다. 그런데 그래봐야 득이 되는 건 아무 것도 없다. 아무리 그래도 앞으로 회사에서 당신의 명줄을 쥐고 있는 이가 누구인지는 변하지 않는다. 꼰대라고 그들을 얕보지 마라. 오히려 현명한 신입사원이라면 동료들에게 비웃음당하는 꼰대 세대들이 과거에 어떤 회사생활을 해왔는지 알고자 노력할 것이다. 적을 알아야 전투를 벌일 것 아닌가. 승리비결이 따로 있는 게 아니다.

 

기성세대들은 젊은 세대의 운명을 좌우할 힘을 갖고 있다는 걸 잊으면 안 된다.

 


일본엔 시마, 한국엔 미생

 

매우 다양하고 구체적으로 세분화되어 있는 일본 만화 시장에서도 정통 기업만화는 상대적으로 찾아보기 힘든 편이다. 오늘 소개할 히로카네 켄시의 <시마 사원>은 깊이감에서는 실망스러울 수 있어도 ‘라떼는 말이야’를 남발하며 추억담에 젖는 부장님과 과장님들의 세대를 엿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는 점에서 의미있는 만화라 할 수 있다. 7-80년대의 일본 대기업을 배경으로 한다고 해도 당시의 상황을 살펴 보면 우리나라와 기업 문화, 상하간 관계, 회사 생활 요령 등 상당히 비슷하다는 걸 알 수 있다. 이 만화는 시리즈로 계속 출간되어서 주인공이 마침내 회장까지 올라간 후 다시 시간을 거슬러 프리퀄을 발행했다. 한국에 기업만화로 <미생>이 있다면 일본을 대표하는 기업만화는 <시마>시리즈가 있는 셈이다.

 

각 작품의 장단점이 있지만 한국과 일본을 대표하는 기업만화라고 해도 좋지 않을까.

 


작가의 자화상을 투영한 주인공?

 

이 작품을 그린 히로카네 켄시의 이력이 의외다. 만화가로서는 이례적으로 와세다대학 법대를 졸업한 엘리트로 마츠시타 전기(파나소닉) 광고선전부 출신이다. 작품 속에서 주인공이 하츠시바 전산 광고선전부에 입사하는 것이 우연이 아닌 셈이다. 자신의 경험을 주인공에 투영한 것으로 보인다. 그래서인지 주인공의 신입사원 시절이 시리즈 후반부와 비교해보면 훨씬 더 밀도가 높다. 직접 경험한 내용들을 녹였기 때문일 것이다. 어떤 콘텐츠이든 가장 좋은 스토리는 본인의 경험에서 나온다는 것을 다시금 확인한다.

 

시마가 다니는 하츠시바 전산은 파나소닉의 다른 이름일 가능성이 높다.

 


 

‘라떼는 말이야’ 시대의 주인공

 

주인공인 시마 코사쿠는 대학을 나와 1970년 4월 대기업인 하츠시바 전산에 입사한다. 지금 신입사원 기준으로 보면 할아버지 세대인 셈이다. 당시는 라떼가 아니라 다방에서 생강차나 쌍화차를 마실 때였다. 지금 세대에겐 ‘라떼는 말이야’도 아득하게 들릴텐데 이 시대는 감을 잡을 수도 없으리라. 기성세대들이 어떻게 고도성장시대를 헤쳐왔는지를 알려면 당시 문화나 역사를 기록한 책을 보는 것도 좋지만 이런 만화를 보는 것도 좋은 선택이라고 본다. 당시 일본 직장인의 흔한 입사와 연수 과정이 잘 소개되어 있다. 시마는 입사 후 7개월 동안 각 부서를 돌며 순환 근무를 한다. 전국 대리점과 영업점을 돌며 현장을 파악한다. 본사에서는 알 수 없는 현장의 문제들을 경험하는 좋은 기회다. 시마는 신입사원 시절부터 타협하지 않는다. 불이익을 감수하며 정공법으로 돌파한다.

 

신입사원 시절에는 아니면 아니라고 말할 수 있는 기개와 용기가 있어야 한다.

 


직장생활은 역시 인간관계와 운

 

현실에서는 강성으로 문제를 돌파하는 이들이 대개 조직에서 미움을 받고 좌천당하거나 승진에서 불이익을 당하는 경우가 많다. 대부분의 조직이 뛰어난 직원들을 잡지 못하고 결국 용기없는 현상유지파들만 남는 악순환을 반복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시마는 운이 좋다(만화 주인공이니까). 문제를 직면할 때마다 탁월한 선배나 주변 사람들, 회장이 나서서 그의 편을 들어주거나 조언을 해준다. 시마에게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사내 선배 중 한 명이 나카자와 과장이다. 그는 처세와 관점, 용기, 용병술 등에 있어서 낭중지추라 할 수 있다. 시마는 그를 롤모델로 삼는다. 좋은 멘토와 롤모델을 만들고 그들을 벤치마킹하면 좋은 결과를 얻게 된다는 진리를 보여준다. 여기에 운까지 더해주면 금상첨화다.

 

회사에서 본받을 롤모델과 멘토를 만드는 건 중요한 일이다.

 


작위적이며 판타지스러운 여자 관계

 

이 만화도 단점이 없지 않다. 크게 두 가지를 지적할 수 있다. 이야기가 진행될수록 구성에 깊이가 없다. 사회 생활을 경험한 사람이라면 누구나 생각할 정도의 테마를 수박 겉핣기 식으로 다룬다. 윤태호의 <미생>은 종합상사 안에서 벌어지는 일을 구체적으로 파고들어서 내용 또한 난이도와 심도가 장난 아닌 것과 비교해 보면 수준 차가 확연히 난다. 두 번째 약점은 시마가 거의 모든 여성의 연인이 되어 사귀는 여성들의 도움으로 문제를 쉽게 처리한다는 것이다. 사원 시절에는 그다지 많지 않지만 고위직으로 올라갈수록 시마의 운명을 결정하는 문제들을 해결하는 주체가 여자들이 되는 경우가 늘어난다. 리얼리티가 살아 있을수록 좋은 기업 만화로 평가받는다는 점을 감안한다면 제살 깎아먹는 구성이다. 판타지스러운 부분은 대충 보면서 회사 내외의 인물들과 엮일 때 어떻게 문제를 풀어가는지 주목하면서 보면 원만한 직장생활에 도움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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