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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성 문화

OECD 선진국이라는 나라 사법 시스템의 쪽팔린 민낯, <공기살인>

by 마인드 오프너 2022. 7. 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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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고발영화로 보고 있노라면 분노가 치솟는다.

 

 

장르 : 드라마

제작국 : 한국

상영시간 : 108분

개봉 : 2022.04.22.

감독 : 조용선

주연 : 김상경

등급 : 12세 관람가

 


 

한국을 진동시켰던 사건

 

 

2011년 한국을 발칵 뒤집었던 가습기 살균제 사건을 모티브로 제작된 영화다. 해당 제품이 1994년부터 2011년까지 매년 20개 종류, 60만개가 팔려나갔고 가습기 살균제를 이용한 소비자 수가 무려 1100만명에 달했기에 피해자 규모는 어마어마했다. 연일 언론에는 해당제품 제조회사인 옥시의 책임을 성토했고 진상 규명과 보상을 요청하는 피해자들의 목소리가 하늘을 찔렀다. 이슈가 워낙 컸고 피해 규모가 광범위했지만 정부 꼴통들과 사법부의 뒤처리는 한심하기 짝이 없었다. 돈이 있으면 여전히 뭐든 가능한 나라임을 확인하는 계기였으며 ‘이게 나라냐’ 싶었다. 공명심에 불탄 멍청한 대통령에 의해 가입한 OECD는 아직 우리에겐 맞지 않는 옷이었다.

 

가족을 위해 틀어놓은 가습기가 가족을 죽일 줄 누가 예상했을까.

 


 

흥행영화로서의 한계

 

 

영화는 철저히 자본주의적인 사업이다. 반드시 다 그런 건 아니지만 투자 금액에 비례해서 제작물의 퀄리티가 올라간다. 최소 1년 이상의 기간 동안 수십억원에서 수천억원의 돈을 쏟아 붇고 그 이상의 이익을 기대하는, 다소 도박적인 사업이다. 당연히 돈을 대는 입장에서는 흥행가능성이 높은 시나리오를 선택해야 한다. 그런데 실화 기반의 영화는 흥행과는 거리가 있는 게 사실이다. 믿을 수 없는 재난 영화나 인간 성장 이야기라면 모를까 이 영화처럼 사건이 보도되어 딱히 새로울 게 없는 소재라면 호기심을 자극하기 어렵다. 당연히 손익분기점에 이르지 못할 가능성이 훨씬 많다. 그럼에도 제작에 들어갔다는 사실에 주목하고 싶다.

 

공감대 형성에는 탁월하지만 영화를 보며 긴장감이나 흥미가 생기지는 않는다.

 


 

용감하고 의연한 제작진

 

 

영화는 관객에게 흥미 혹은 감동을 줘야 한다. 태생적으로 그렇다. 흥행이 전제되지 않으면 감독은 설 자리를 잃고, 제작자는 두 번 다시 영화를 만들 수 없다. 그래서 재미있는 영화를 만들어야 하는데 가습기 살균제 사건의 경우 한계가 명확한데도 제작을 한 제작진과 감독이 대단하다. 진심이 통했던 걸까. 몇만 명만 들어와도 성공이라고 생각하는데 최종 관객 수는 158,265명이다. 제작비를 공개하지 않아 손익분기점은 모르겠으나 나름 선방이라고 생각한다. 어렵겠지만 이런 영화들이 자주 나와서 할 일 하지 않는 무능하고 비열한 공무원들과 범죄자 기업가들을 알리는 데 일익을 담당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태훈은 아들의 급성폐질환 원인을 찾아 자체적으로 수사한다.

 

 


 

사회고발영화로는 Good....

 

 

최소한의 목표는 달성했다고 본다. 가습기 살균제 사건의 원인과 폐해, 관련자들의 은닉 기도를 노골적으로 표현해서 사회고발 영화로서의 본분을 다 했다. 영화를 보면서 우리나라 기득권층의 뻔뻔하기 짝이 없는 행태를 보며 욕이 저절로 나온다면 감독의 연출은 성공한 거다. 영화로서의 완성도는 많이 부족하다. 서두에서도 이야기했다시피 관객의 호기심을 자극하고, 기대감을 충족시킬만한 요소가 없다. <그것이 알고 싶다>나 <추적 60분>을 보는 느낌이랄까. 영화로서의 장르 특징을 살리지 못한 느낌이다. 흥행과 사회고발 두 가지를 모두 충족하는 건 너무나 어려운 과제라는 건 인정하지만 그래도 아쉬움은 남는다.

 

장광 배우는 정말 타고난 악역배우라 할 수 있다. 너무 잘 어울려...


이게 나라냐?

 

 

사건이 발생한 지 10년이 지났다. 영화 말미 자막에 살균제와 연관된 사망자가 2만 명이라고 나온다. 2만 명? 이렇게 많이 죽은 줄은 몰랐다. 그런데도 정부 부처 누구도 인허가와 관련하여 책임지거나 해당 기업이 망했다는 뉴스를 들은 적이 없다. 이게 나라냐? 국민으로부터 세금 뜯어다 월급 따박따박 받으면서 이따위로 처리할 거면 나라가 왜 필요한 건지. 세월호도 그렇고 가습기 살균도 그렇고 나라가 정말로 필요할 때 피해자 곁에는 나라가 없었다. 영화에도 잠깐 나오지만 미국이었다면 해당 기업은 망하고 기업과 정부 부처 관련자들은 모두 수십년에서 수백년에 달하는 징역형을 받았을 범죄였다. 하지만 이 땅에서는 2011년에 사건이 공론화되었는데도 2016년에야 검찰 수사가 시작했고 옥시는 이름만 바꾼 채 여전히 영업 중이다. 도대체 같은 일이 계속 반복되는데도 왜 개선이 이루어지지 않는 걸까. 매번 앵무새처럼 똑같이 읊어대는 자성의 목소리도 지겹다. 제발 좀 일해라. 정치인들아. 부정부패하며 단물만 빨아먹을 생각 좀 그만 하고.

 

당시 피해자들과 피해자 변호인단의 막막한 심정을 알 것 같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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