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감성 문화

집사는 어디 가고, 21세기 알라딘의 램프만 남았네, <사우디 집사>

by 마인드 오프너 2022. 8. 9.
반응형

책 읽고 시간 아깝다고 느끼기는 정말 오랜만이다.


배영준 지음

델피노

2022년 07월 20일 출간

 


매혹적인 책 홍보글

이 책을 읽은 독자들은 대부분 출판사의 홍보 문구에 낚였기 때문일 것이다. 그 중에서 기대했던 내용을 마주한 독자들은 얼마나 될지 궁금하다. 본질과는 아무 상관 없는 탁월한 홍보가 작품 흥행에 이렇게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걸 알게 된 게 소득이라면 소득이다. ‘프랑스 국립 집사학교’와 사우디 왕가, 레오나르도 다 빈치의 작품 ‘살바토르 문디’ 3단어를 엮어 호기심 자극에 성공했다.


 

매력 만점의 선물 세트?

현대 사회에 아직도 집사라는 직업이 있고, 집사를 양성하는 기관이 있다고?(혹시나 싶어 궁금해서 찾아봤는데 찾지 못했다. 그럼 그렇지...) 호기심과 궁금증을 자극하기 좋은 소재다. 거기에다 사우디 왕가와 레오나르도 다 빈치, 추리기법까지 녹아 있다니 베스트셀러의 요건을 완벽하게 갖췄다. 저자는 직장인 출신이라는데 이런 신박한 소재와 다양한 기법을 어떻게 녹일 수 있었을지 궁금했다.

 


 

집사는 도대체 어디에?

하하하. 즐거워서 웃는 게 아니다. 어처구니가 없어서 새어나오는 웃음이다. 이게 도대체 뭐냐. 집사라며? 프랑스 국립 집사학교를 수석으로 졸업한 인재라며? 사우디 왕가의 집사가 되었다며? 그런데 도대체 어디에 집사가 있는 거냐? 명칭만 집사일 뿐, VIP 해결사나 다름없다. 자질구레한 잡일은 전혀 하지 않으며, 제 맘대로 외출을 다니고 논다. 사우디 왕과 왕비와 공주가 존경과 흠모의 시선을 보내며 존대말을 쓰며 모신다. 사우디의 외교와 미래, 심지어 왕위 계승마저 해결을 의뢰한다. 이런 집사라면 나도 좀 시켜도.

 


 

집사는 개뿔, 수리수리 마수리

주인공인 피터는 집사이지만 집사가 아니다. 피터가 어깨에 힘을 잔뜩 줄 수 있도록 동기를 부여한 인물은 한국계 사우디 왕비다. 그녀는 인생에서 결정적인 순간에 레오나르도 다빈치가 그린 살바토르 문디의 덕을 보았다며 피터가 살바토르 문디의 능력을 이어받을 것이라고 예언한다. 집사 피터가 현대판 알라딘의 램프를 갖고 사우디 왕국을 좌지우지하게 되는 순간이다.

 


 

지루하기만 한 전개와 전형적인 캐릭터

구성이라고 할 것도 없다. 사건이라고 할만한 것도 없다. 국제 정세니, 외교 문제니 하는 것들은 양념식으로 인용만 하는 게 전부다. 수용소에 갇힌 국정원 요원 아버지를 구해내는 과정에서도 전혀 힘들이지 않고 모든 문제를 해결한다. 등장인물들은 운명에 저항하거나, 어려움을 극복할 생각조차, 기회도 갖지 못한다. 모든 문제는 살바토르 문디님에게 맡기면 다 해결된다. 오래 전의 <전설의 고향>도 이 정도는 아니었는데...

 

 


 

작가는 기본기부터 익히길

낚시에 제대로 낚여 아까운 시간만 축냈다. 책을 읽는 내내 습작하던 시절의 기억이 떠올랐다. 기본기가 안 되어 있으니 해 주고 싶은 말도 없다. 그래도 가능성이 없는 건 아니다. 생각해보니 국내 드라마 대본으로는 반응이 나쁘지 않을 것 같다. 워낙 말도 안 되는 상황이 현실처럼 벌어지는 곳이니 말이다. 머리 좋고 모든 걸 다 할 수 있는 매력적인 남주와 사우디 왕가 공주가 있으니 그림도 나온다. 운이 좋으면 TV를 탈 수도 있겠지만 다시 보고 싶지는 않다.

 

 

 

 

 

반응형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