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감성 문화

울버린을 버리고 사랑에 인생을 건 오르페우스 <레미니센스 ; Reminiscence>

by 마인드 오프너 2021. 8. 28.
반응형

이 영화보다는 윤이나 작가의 <놈의 기억>이 훨씬 재미있다.

 

 

장르 : SF, 미스터리, 멜로/로맨스

제작국 : 미국

상영시간 : 115분

개봉 : 2021.08.25.

감독 : 리사 조이

주연 : 휴 잭맨

등급 : 12세 관람가

누적관객 : 18,189명(08.26 기준)

 

 


 

물에 잠긴 거대 도시가 모습을 드러낸다. 놀랍게도 근미래에 전쟁이 휩쓸고 간 후 황폐해진 마이애미다. 무기력과 절망이 지배하는 이곳에서 닉은 고객들에게 좋았던 과거를 보여주며 생계를 이어가고 있다. 어느날 정체를 알 수 없는 여성 메이가 닉을 찾아오고 두 사람은 사랑에 빠진다.

 

미래를 약속하고 행복에 부풀어 있던 닉은 메이가 아무 말 없이 사라진 후 충격에서 헤어나지 못한다. 닉은 모든 걸 포기하고 메이를 찾아다니다 그녀의 실종 뒤에 감추어진 비밀을 알게 된다. 닉은 마이애미를 지배하는 한 지주의 추악한 유산 싸움에 얽힌 치정과 살인 미스터리를 풀어낸 후 메이를 만날 길은 사라진 상태다. 닉은 자신이 다루었던 수많은 환자들처럼 수조에 들어가 영원히 깨지 않는 메이와의 사랑을 이어가는 길을 선택한다.

모종의 이유로 만났지만 메이와 닉은 사랑을 맹세한다. 

 

 

‘기억의 통제와 환기’를 소재로 한 독특한 영화다. 닉은 연인 메이의 실종을 밝히고 살인 사건의 범인을 추적하는 과정에서 기억을 수단으로 삼는데 최근에 출간된 윤이나 작가의 <놈의 기억>과 설정과 전개가 매우 흡사하다. 다만 구성과 이야기 전개에 있어서 윤이나가 사건 자체에 초점을 맞추고 결말의 반전을 위해 캐릭터를 효과적으로 사용하는 등 폭을 좁혀 스피디하게 전개한 반면 <레미니센스>는 멜로, 미스터리, SF를 오락가락하다가 로맨스에 방점을 찍으면서 집중도를 스스로 흐트러뜨리는 자충수를 두고 있는 게 차이다.

 

사이코 연쇄살인범을 추적하기 위해 기억의 이식을 이용하는 과학자의 이야기다.

 

 

이 영화는 관객들의 성별에 따라 호불호 반응이 갈릴 듯 하다. 남성 관객이라면 실망스러울 영화다. 여전히 아다만티움 손톱으로 적들을 난도질할 것 같은 울버린의 이미지가 선명한 휴 잭맨을 추억 속에서 영원한 사랑을 얻는 오르페우스로 변신시킨 과정이 매끄럽지 못하다. 포스터는 미스터리를 해결하기 위해 나선 휴 잭맨의 활약을 기대하게 하지만 영화 내용은 그렇지 못한 것도 실망의 원인이 될 수 있다.

울버린의 아우라를 생각한 관객이라면 너무나 평범한 휴 잭맨의 역할에 실망할 수도 있다. 

 

 

감성을 중시하는 여성 관객들이라면 중반 이후 모습을 드러내는 두 남녀의 순애보에 감동했을 수도 있을 것이다. 제목 ‘레미니센스’가 이미 영화의 이야기를 내포하고 있다. 메이를 잃고 엉망진창으로 살아가는 닉의 곁을 지켜주는 와츠의 모습은 또다른 순애보의 모습이다. 와츠는 닉을 사랑하지만 내색하지 않고 기다릴 뿐이다. 닉의 목숨을 구하기 위해 기꺼이 목숨을 걸고 조폭 소굴에 들어가는 용기 있는 여성이다. 닉이 끝까지 메이를 선택하고 영원한 추억을 좇는데도 그의 곁에서 이루지 못한 사랑으로 마지막까지 여운을 남긴다.

닉의 군 동료이자 사업 파트너인 와츠는 닉을 사랑하지만 티내지 않고 기다려줄 뿐만 아니라 그의 목숨을 구하기 위해 조폭 근거지를 찾아간다.

 

중반까지는 무척이나 지루하다. 로맨스와 미스터리가 질질 늘어진 까닭이다. 물에 잠긴 거대한 마이애미가 배경으로 무척이나 아깝다는 생각이 든다. 감독은 관객들이 휴 잭맨에게 어떤 것을 기대하리라 생각해 보았을까. 로맨스는 임팩트만 살리고 과감히 분량을 줄인 후 마이애미를 배경으로 호쾌한 액션으로 채웠다면 더 낫지 않았을까. 마이클 베이나 안톤 후쿠아와 같은 남자 감독이라면 이 영화를 어떻게 구성했을지 문득 궁금해진다.

눈치빠른 관객이라면 메이가 등장하는 이 장면의 연출만으로도 이 영화가 어떤 종류일지 충분히 짐작가능하다. 

 

 

[ ★★ ]

 

반응형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