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이는 게 전부가 아니다
어느 평화로운 여름날, 한 가족이 휴가를 온다. 한 가족을 만나면서 그들의 휴가는 상상도 못할 방향으로 흘러간다. 뭔가 이상하고 꺼림칙하다는 걸 알면서도 어울리게 된 그들이 정체를 드러내는 순간 모든 것이 엉망이 된다. <스피크 노 이블>은 이야기의 점진적인 진행을 통해 관객들에게 불편한 진실을 마주하게 하고, 세상에서 보이는 게 전부가 아니라는 평범한 상식을 다시 한 번 깨닫게 만드는 작품이다.
장르 : 공포, 드라마
제작국 : 미국
상영시간 : 110분
방영 : 와챠, 웨이브, 애플
감독 ; 제임스 왓킨스
주연 : 제임스 맥어보이
등급 ; 15세 이상
성향이 다른 두 부부의 만남
미국의 평범한 중산층 가정인 벤과 루이스 부부는 딸 아그네스와 함께 휴가를 떠난다. 그곳에서 패디와 시애라 부부, 그들의 아들 앤트를 만나게 된다. 재치 있고 적극적인 패디의 이야기에 벤 부부는 자연스럽게 함께 시간을 보내게 되고 패디의 집으로 초청을 받게 된다. 회사에서 잘리고 구직 중이던 벤은 일상에 변화를 줄 필요가 있다면서 패디의 집에 가족들을 데리고 가기로 결정한다. 외딴 곳에 있는 패디의 집에서 머무르는 동안 곤혹스러운 사건들이 계속 발생하자 루이스는 황급히 떠나려 하지만 아그네스가 소중히 여기는 토끼를 놓고 와서 다시 돌아가게 된다. 혀가 짧아 말을 하지 못한다는 패디의 아들 앤트는 아그네스와 노는 척하면서 중요한 메시지를 전해주고 아그네스는 루이스에게 이 사실을 알린다. 위기에 처했음을 아는 루이스는 벤에게 떠나자고 하지만 우유부단한 벤은 결정을 하지 못한다.
꿈만 꾸다 만, 어설픈 심리 스릴러
이 영화는 2022년 제작한 덴마크 영화의 리메이크작이다. 크리스티안 타폴드리 감독은 이 영화를 단순한 스릴러를 넘어선 심리적 공포물로 만들려고 했지만 실제로 재현하는 데에는 실패한 것으로 보인다. 앞부분의 전개 과정이 너무 길고 지루하며 패디와 시애라 부부의 정체를 일찌감치 짐작할 수 있기 때문이다. 긴장감 쩌는 심리 스릴러 영화로 만들고 싶었다면 단서는 조금씩 주되 이야기가 어디로 튈지 관객이 예상할 수 없도록 했어야 하지만 패디의 오버에 관객들은 수상함을 느낄 수밖에 없다. 게다가 말을 하지 못하는 앤트와 이에 대한 패디의 변명은 결정적인 단서가 된다. 심리 스릴러가 비밀이 드러났으니 더 이상 스릴을 유지하는 건 불가능하다.
앞뒤가 맞지 않는 리듬감
미스터리의 조기 해결이라는 단점 이외에도 이 영화의 또다른 단점은 극도로 느린 전개와 주인공들의 소극적인 태도다. 제 3자인 관객이 봐도 뭔가 이상하고 위협을 느낄만한 패디의 행동과 언행에도 별다른 대처를 하지 않는 벤의 모습은 현실성이 떨어지며, 관객들의 공감을 얻기 어렵다. 중반부까지 그토록 힘들게 천천히 쌓아올린 긴장감은 영화 후반부에 갑작스럽게 고조되는 폭력성과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다. 전체적인 톤과 리듬이 앞뒤가 맞지 않으니 관객들은 의아할 수밖에 없다.
싫으면 싫다고 말하라
이 영화는 사회적 관습과 예의의 한계에 과도하게 갇힐 경우 불편을 감수하면서도 차마 표현하지 못하는 현대인의 딜레마를 정면으로 겨냥한다. 타인이 나를 불편하게 만든다면 거부나 싫다는 의사 표현을 해야 하는데도 그렇게 하지 못하는 현대인들이 의외로 많다. 따라서 참을 수 없는 악에 대해서는 참지 말고(Speak no evil) 거침없이 말하라(Speak evil)는 의미인 것이다. 또한 문화와 언어가 다른 사람들이 한자리에 모였을 때 자칫하면 오해와 갈등을 야기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이를 통해 관객들에게는 불편한 상황에서 어떻게 행동해야 하는지, 낯선 이의 친절을 어디까지 신뢰할 수 있는지 등의 질문을 던지며, 현대 사회에서 흔히 겪기 쉬운 불안과 공포, 인간관계의 딜레마를 예리하게 해부한다.
무엇 하나 내세우기 애매한 영화
<스피크 노 이블>은 제임스 맥어보이의 광기에 찬 연기로 어느 정도의 긴장감은 조성하지만 엉성한 시나리오와 구성으로 긴장감을 이야기 내내 유지하는 데에는 실패한다. 딱히 건질 게 없는 초중반의 느린 전개와 답답한 캐릭터 설정, 애매하고 피상적인 주제 탐구는 영화에 대한 주목도를 확연하게 떨어뜨린다. 일상에서 불편한 진실을 마주하는 용기의 중요성을 강조하지만, 메시지 전달 방식에 있어서는 지금보다 더 많은 고민이 필요한 것으로 보인다. <스피크 노 이블>은 마이클 하네케 감독의 <퍼니 게임>과 도입부가 비슷하지만 이야기 전개와 결말은 많이 다르다. <퍼니 게임> 역시 일상 속 공포와 인간 본성의 어두운 면을 탐구하지만 이야기는 관객들의 예상을 번번히 빗나간다. 심지어 감독이 직접 이야기 전개에 참여하며 예상을 깨기도 하다. 관객 입장에서 어느 쪽의 손을 들어줄지는 자명한 이야기다.
악을 만나면 어떻게 할 것인가
그래도 이 영화를 보면 한 가지는 확실하게 건질 수 있다는 건 위안이다. 견디기 힘든 악을 마주했을 때, 우리는 과연 어떤 선택을 할 것인가? 에 대한 생각을 하게 만드는 것이다. 영화가 끝나더라도 이 질문은 의외로 마음 속에 오래 남아있을 수 있다. 훌륭한 작품은 아니지만, <스피크 노 이블>은 인간의 본성과 사회 규범의 한계에 대해 생각해볼 기회를 제공한다는 점에서 나름대로 의미가 있다.
★☆
'감성 문화' 카테고리의 다른 글
아마존 프라임 비디오. 세가의 인기 게임을 드라마로 ; 용과 같이 Beyond Game (10) | 2024.10.26 |
---|---|
[기동전사 건담 : 복수의 레퀴엠] : 적의 시선으로 바라본 전쟁의 양면성 (2) | 2024.10.20 |
넷플릭스 영화. 김우빈 X 김성균, 유쾌한 가운데 묵직한 사회적 메시지를 전하는 영화, '무도실무관’ (11) | 2024.10.07 |
단편영화 [밤낚시] ; ??????? 이해하려 하지 말 것. (19) | 2024.09.26 |
영화 ‘베테랑 2’ 줄거리 분석 주제 비평 ; 9년만의 속편이지만 기대보다 아쉬움이 많이 드는... (14) | 2024.09.19 |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