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대와 시작: 새로운 건담 시리즈의 등장
10월 17일 넷플릭스에서 공개된 <기동전사 건담: 복수의 레퀴엠>은 건담 시리즈의 새로운 오리지널 애니메이션이다. 우주세기 0079년 1년 전쟁을 배경으로 한다. 시리즈 6화로 구성된 이 작품은 전쟁의 비극을 다루면서 그 과정에서 희생된 동료들에 대한 복수를 그린다. 짧은 분량 안에 전쟁의 비참함과 인간다움을 잃지 않으려는 갈등을 압축적으로 담아내는데다 기존 건담 시리즈의 내용을 몰라도 이해가 어렵지 않아 새로운 시청자들도 몰입할 수 있다.
전쟁의 비극과 복수의 악순환을 상징하는 제목 <복수의 레퀴엠>은 작품의 주제를 강하게 드러낸다. 복수는 전쟁에 참여하게 된 군인들의 개인적인 상처를 넘어 전쟁을 벌이고 있는 두 사회간의 반복적인 고통을 상징하며, '레퀴엠'은 그 고통 속에서 희생된 이들을 위한 진혼곡이자 애도를 의미한다.
장르 : 리얼로봇
공개 : 2024.10.17.
방영 : 넷플릭스
시리즈 : 6화 완결
감독 : 에라스무스 브로스다우
등급 : 15세이상가
긴장과 갈등 : 지온군 시점의 전개
이 작품의 주요 무대는 지온 공국과 지구연방군 간의 전쟁이 11개월째 접어든 시점이다. 주인공인 이리아 솔라리 대위는 원래 바이올린 연주자였으나 현재는 지온군에서 가장 유능한 자쿠 II 파일럿 중의 한 명이다. 지구 연방군의 매복에 걸려 위기에 빠진 지온군을 구하려 그녀의 부대인 레드 울프 부대를 이끌고 전투에 참여한다. 지구 연방군을 무찌를 무렵 연방군의 최신 병기인 건담이 나타나며 이리아와 그녀의 부대는 괴멸 상태에 이른다. 이리아 대위는 고철 폐기장으로 물러나 수성을 펼치던 중 지구 연방군의 신형 건담을 빼오라는 군 최상층부의 명령을 받고 지구 연방군 기지에 잠입한다. 순조롭게 진행되던 탈취 작전은 중간에 팀원이 발각되면서 격전으로 이어지고 이리아 대위는 건담과 대결하다 중상을 입고 후송된다.
절정과 메시지: 복수와 희생의 악순환
원래 기존 건담 시리즈는 지구연방군의 관점에서 진행되었으나 이 시리즈에서는 지온군의 시점으로 이야기를 풀어간다. '적'으로 그려졌던 지온군 병사들의 시각을 통해 지구 연방군을 보여줌으로써 전쟁의 양면성을 드러내며 전쟁은 그 어떤 쪽도 절대적인 정의를 내세울 수 없다는 메시지를 전달한다. 이리아 대위와 그녀의 부하들, 지온군 병사들이 전투에 참여하면서 느끼는 인간적인 갈등을 중점적으로 다룬다. 그들의 전투는 이념적 대립이 아닌, 생존을 위한 몸부림이자 자신의 신념을 지키기 위한 싸움이다.
중반부로 접어들면서 갈등은 최고조에 달한다. 이리아 대위는 건담에게 잃은 동료들에 대한 복수심에 사로잡히지만, 복수의 끝에는 또 다른 희생만 기다리고 있음을 깨닫는다. 그녀가 느끼는 내적 갈등은 전쟁의 참혹함과 맞닿아 있으며, 작품의 중심 메시지와도 일치한다. 전쟁은 단순한 승리와 패배로 볼 수 없으며 관련된 모두가 상처받는 비극적 순환임을 보여준다.
모빌 슈트 간의 압도적인 전투 장면
전투 장면은 극적이다. 건담과 자쿠 II로 대표되는 모빌 슈트들은 일반적인 탱크나 포들에 비해 압도적인 위력을 발휘한다. 모빌 슈트 한 대로 탱크 대대를 괴멸시킬 수 있을 정도라서 실제로도 이런 기체가 등장한다면 지금까지의 전쟁 전략은 모조리 쓰레기통으로 들어갈 수밖에 없을 것 같다. 같은 모빌슈트라도 기체의 성능 차이가 전쟁의 승부를 결정할 정도로 엄청난 파급력을 갖는 것도 인상적이다.
이리아가 조종하는 자쿠 II는 지온의 대표적인 모빌슈트로, 그녀의 뛰어난 조종 실력과 결합해 강력한 전투력을 발휘하지만 지구 연방군의 건담은 적어도 두 단계는 더 위의 전투력을 가진 최첨단 기체다. 일례로 자쿠 II는 대구경 총을 사용하지만 건담은 빔무기, 재래식 무기, 광선검 등을 다양하게 사용하며 기동성마저 뛰어나다. 덕분에 지구에 진주해 있던 지온 공국은 대기권 밖으로 밀려난다. 이러한 메카닉 디자인과 전투 장면은 건담 시리즈의 매력을 극대화하면서도, 현대적인 연출과 결합해 시각적 만족감을 더해준다.
이해 안 되는 기체 차이의 상쇄
지온 공국의 군인들이 지구를 떠나는 구조선을 타는 곳에서 이리아 대위와 부하들은 지구 연합군을 막아야 한다. 그런데 이상한 현상이 발생한다. 그토록 위력적이던 건담이 무슨 영문인지 지온 공국의 모빌 슈트를 제대로 박살내지 못하고 쩔쩔 맨다. 이리아 대위와 긴 대화를 나누던 중에는 뒤에서 접근한 모빌 슈트에 의해 등을 관통당하고 조종사는 사망한다. 중반부까지 보여주던 압도적인 무위는 다 어디로 간 것인가. 똑같은 기체, 똑같은 조종사인데 갑작스러운 기체의 저능력화는 결말로 이어지는 메시지를 만들기 위한 인위적인 내려치기로밖에 보이지 않는다. 차라리 조종사가 다른 사람으로 바뀌었다는 설정을 넣든가.
마무리와 평가: 전쟁을 넘는 인간적 성찰
이 작품은 오락성을 위한 전쟁 애니메이션이라는 장르를 뛰어넘는다. 단순한 액션과 전투만을 보여주는 것이 아닌, 전쟁 속 인간성과 복수라는 감정의 악순환에 대한 성찰을 담고 있다. 특히 주인공 이리아 솔라리 대위가 결말에서 보여주는 내적 성장은 비록 무의미하게 끝나더라도 시청자로 하여금 전쟁의 무의미함을 다시 한 번 생각하게 만든다.
지온군 측의 시점을 통해 전쟁의 복잡성과 비극성을 더욱 입체적으로 그려내며, 절대적인 선과 악을 구분하지 않고 각자의 동기와 신념을 평등하게 다룬다는 점을 가장 큰 특징으로 들 수 있다. 작품 내내 전개되는 복수와 희생의 주제는 인간 존재의 본질과 감정적 깊이를 탐구하게 만든다. 제목이 암시하듯, 복수라는 비극적 감정이 또 다른 희생을 낳는 악순환 속에서 전쟁의 무의미함을 시청자들에게 전달하는 것이다. 이러한 주제에 더해 고품질 애니메이션과 세밀하게 묘사된 캐릭터들, 건담과 자쿠 II 간의 전투에서 느낄 수 있는 긴장감은 전통적인 건담 시리즈 팬들과 새로운 관객 모두에게 즐거움과 깊은 인상을 남길 수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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